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성탄즈음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2-12-30 11:22

본문

올해도 아기예수님은 아주 추운 날 우리 곁으로 왔다.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던 날씨가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니, 마치 성서말씀을 실행이라도 하듯이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성탄전야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발목까지 온 긴 패딩을 입고,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모자, 장갑으로 완전무장한 채, 찬바람 이 숭숭 드나드는 마굿간 구유에 누워 계시는 그를 만나러 갔다. 

깜깜한 밤 오직 그곳에 외로운 별 하나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동방박사를 제외하곤 그의 주변은 양들을 돌보는 목동처럼 평범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인다. 

VIP 병실에서 태어난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변 인물들보다도 훨씬 더 따뜻해 보이고 평화로워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추운 날 요셉이 해산달이 가까워온 마리아를 데리고 고향 나자렛으로 간 것은 순전히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칙령 때문이었다. 

그는 제국의 식민들에게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호적등록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는 세금을 거두고 징병을 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의 임금들은 이렇게 목적을 가지고 통치를 위하여 갓난아기부터 이용할 줄 알았다. 

이 천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통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인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속아 그들의 도구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현대의 임금들 역시 자신들의 권력유지와 사익을 위해 움직인다. 독재자 성향의 리더일수록 그렇다. 

국민들은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해, 공감할 수 없어 날마다 거리로 뛰쳐나가는데, 그들은 공정과 정의를 들먹이고,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 모두 다 거짓말쟁이들이라고 매도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각 낱말이 지니고 있는 사전적 정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시청자들을 모두 청각이상자로 만들어버린 대통령부터 빨간불인 횡단보도를 버젓이 지나가는 국무총리와 강남 8학군 출신답게 세련된 외모와 패션으로 무장한 채 입만 열만 상대를 고소,고발 하려드는 법무장관까지, 양심과 준법정신과 상식은 그들이 먼저 파괴하고 있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조차 애교처럼 들리는 이즈음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남한테 덤터기나 안 씌우면 다행인 형국이다. 

유치원생을 키우는 사촌조카는 이제 애들한테 뭘 가르쳐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라의 윗물들이 내로남불을 날마다 실천하고 있으니,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눈치없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고, 이제 잘 살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그럴듯하게 꾸미고 변명하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달콤하게 포장하거나, 모른척하는 기술일 것 같다. 

하지만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나게 마련이다. 

일 년 내내 노스폴처럼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산타할아버지도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울면 안돼 중에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용케 다 알아내셨는데, 커서 생각하니, 그건 다름 아닌 당신이 겪은 세상의이치에 반하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시편구절도 ‘하느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였는데, 자식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거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을 때, 표리부동할 때, 이 말은 어떠한 매보다 더 힘이 있었다. 

진실이 사라진 시대를 자본과 가짜진실들이 대체하고, 사람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그래서 올 해의 성탄은 더 절실하고 소중하다.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마굿간 구유속 아기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주변을 봐도,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이 더 잘 베푼다. 

어려운상황에 직면해 봤기 때문에 체험에서 나온 베품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것보다는 나눔과 사랑이 몸에 베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마음 상태는 항상 남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라고 한다. 하릴없이 번잡함으로 꽉 차 있으면 남을 돕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가 나가 새로 갈아 끼웠다. 인공적인 불빛도 이러한데, 우리마음속 빛도 돌보지 않으면 전구나간 트리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어둠속에서 쭉 지내다 보면 어둠이 빛을 점령해서 빛이 사라졌다는 걸, 자각조차 못하게 된다. 어두움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작은 빛들이 모여 큰 빛을 만든다. 작고 아름다운 마음의 불빛들이 일 년 내내 꺼지지 않게 서로 사랑하며, 기도를 하는 새해가 되었음 좋겠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고 외로워도, 우리에게는 우리의 구원자가 있다. 껑충 껑충 토끼처럼 경쾌하고 사랑스런 계묘년이 되길 빌어본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합니다. 연신 눈이 내릴 듯하면서 잠시 머뭇거리며 기다림을 더욱 아주 깊게 만들어 버립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지만 너무나 평범한 크리스마스였기에 눈이 내리는 꿈을 갖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꿈을 가지면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학 2023-01-06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2023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한다. 매년 반복되는 세무보고 시즌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 2년간의 공백을 딛고 북 텍사스 한인 공인회계사 협회가 주최하는 “교민을 위한 무료 세미나” 소개와…
    회계 2023-01-06 
    찬밥을 없애는 덴 볶음밥만 한 게 없어서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주섬주섬 꺼냈다.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빠르고 맛있고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어서 찬밥을 핑계 삼아 가끔 만들곤 한다.볶음밥이 간단해 보이지만 색깔 맞춰 채소를 다듬고, 자르고, 볶고, 계란 옷까지 입히려면…
    문학 2023-01-06 
    우리는 현재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속에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넘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미래는 강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약자에게는 계속되는 위협을, 준비된 자에게는 도전하면 희망을 줄 것이다.약자는 강자가 되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도전…
    부동산 2023-01-06 
    세상의 조명이 모두 꺼지는 날 차가워진 몸과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빛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조그만 빛 하나가 세상을 비출 때 우리는 서로의 미소를 창가에 살며시 걸어놓고 내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이웃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점점 얼어버리는 삶의 현장을 내 발 아래로…
    문학 2022-12-30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지만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용중에는 자동차 관리,수리비용과 보험비용이 가장 큰 비용이다. 그래서 보험료에 관련해서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자주 질문하는 사항들을 몇가지 간추려 보았다.◈ 가입자의 주거지역당신이 어디에 사는가? 더 자세히 이야기…
    리빙 2022-12-30 
    2023년 계묘년, 토끼해인데 그중에서도 흑토끼 해라고 한다.토끼는 빠르기도 하지만 영리한 동물이고 출산시 새끼들도 많이 낳기 때문에 넉넉함과 번영, 풍요로움의 상징이라고 알려져 있다.2022년은 급작스러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 전체의 경기가 별로 좋지…
    회계 2022-12-30 
    올해도 아기예수님은 아주 추운 날 우리 곁으로 왔다.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던 날씨가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니, 마치 성서말씀을 실행이라도 하듯이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성탄전야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발목까지 온 긴 패딩을 입고,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모자, 장갑으…
    문학 2022-12-30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TV를 볼때 혹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때 빼놓을 수 없는 음식. 팝콘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팝콘은 보통의 납작한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을 가진 일반 옥수수 종자들과는 다르게 대체로 알갱이가 작고 모양도 물방울처럼 동그랗습니다.…
    문학 2022-12-30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면 문화원에서 시니어 강좌가 있는 날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저 멀리 계절의 흔적 속에 깊이 내어 버리고 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서 학구열에 불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번 이분들은 이번 겨울도 참으로 따뜻하게 지나가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
    문학 2022-12-23 
    막 끝난 2022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하였다. 어쩌면 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확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펠레와 마라도나에게 밀린다는 소리를 일축한 계기도 되었다고 보인다. 결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우승, 월드컵 골든볼, 대륙컵…
    회계 2022-12-23 
    삼일 밤을 연이어 열두 시간씩 자고 나니 온몸을 헤집던 돌풍이 가라앉은 듯 조용해졌다. 거칠게 올라오던 기침도 줄었다.약에 취해 혼미했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아오는 중인지 눈까지 밝아지는 기분이다. 꼭 이렇게 나이 먹었다는 티를 내야 하나 보다. 아무튼 두 주 놀고 와서…
    문학 2022-12-23 
    안녕하세요! 미국의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이번 겨울은 미동부 기준으로 추위가 빨리 찾아 온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겨울과도 어울리는 음식인 ‘어묵’ 으로 정했습니다입. 어묵은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이며 한인 식당 등에서도 밑반찬으로 인기가 …
    문학 2022-12-23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연착륙한 유대인들은 창의적 아이디어, 콘크리트 단결력, 놀랄만한 성실함 등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소수그룹에서 주류사회로 급부상하면서 그 재능과 자질을 과시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어왔다. 부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원래 유대인들은 전…
    부동산 2022-12-23 
    2022년이 시작되나 싶더니 벌써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나의 조그만 작업실 창문너머로 부슬 부슬 떨어지는 겨울비에 사뿐히 떨어지는 빨간색 메이플 트리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삶이란 지나가는 시간을 세월이란 일기장에 빽빽하게 적어놓고 있습니다.가을…
    문학 2022-12-16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