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유타의 상상의 땅 모압(Moab)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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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있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대지를 혼자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한 무리의 새들이 잠시 머물러 있는 대지를 그림자를 딛고 저 멀리 날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불충분함을 온 몸으로 같이 느끼고 어디론가 떠나는 무리 중에 제일 시끄럽고 큰 놈이 뭐라고 지절거립니다. 계절을 거슬러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떠나는 거위의 무리였습니다. 철새인 거위는 계절의 대 이동 중에 지치고 낙오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큰 격려와 자극을 주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인간인 저로서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과 허물이 한없이 부족한 자아를 그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묵묵히 걸음을 걸으며 지나온 세월을 모래 위에 한없이 그려내고 싶지만, 스쳐가는 바람 위에 그려진 한 점의 추억마저 아쉬운 허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는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붉은 유타의 대지 위에 혼자 외로운 추억을 흘려버립니다. 흘려도 흘려도 끝이 없는 인생의 추억들은 성경 속의 모합이 아니라 유타의 거친 광야에 홀로 다듬어진 모합(Moab)이라는 조그만 도시에 홀리고 맙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구경하기 힘든 삭막한 산들이 감싸고 있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이런 도시가 있으리라곤 상상을 못했습니다.
인구 5천명의 유타주의 작은 도시 모합은 유타 주를 관통하는 70번 하이웨이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콜로라도 주의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 그랜 정션(Grand Junction)에서 서쪽으로 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182번 출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191번 도로를 만나 남쪽으로 30분 정도 운전을 하다 보면 붉은 산으로 둘러 쌓인 조그만 도시 모합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것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도시이지만 이곳 안으로 들어오면 잘 정돈된 다운타운에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호텔들을 있어 이곳이 수 많은 여행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임을 느끼게 됩니다. 타운 옆으로는 록키산맥에서 시작된 콜로라도 강이 그랜드캐년을 향하면서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절경이 도시의 초입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초입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차량의 행렬을 보면서 이곳이 뭔가 범상치 않은 곳임을 직감하게 될 것입니다.
모압은 유타주의 유명한 국립공원중의 하나인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과 캐년랜드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이 있는 곳입니다. 붉은색 아치로 유명한 아치스 국립공원에서는 불빛 하나 없는 자연 속의 별빛세례를 받으며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복잡하지 않은 매우 작은 도시인 모합으로 내려와 여유 있는 식사와 커피 한 잔에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30분 거리에 캐년랜드 국립공원도 위치해 있어 일년 내내 수많은 여행자들이 북적거리는 곳입니다.
도시 주위에 눈을 돌리면 병풍처럼 세워진 붉은 빛의 바위산들이 가득 있어, 이곳이 특별한 곳임을 더욱 느끼게 합니다. 생명 하나 없이 황무지 같은 대지와 오로지 이와 소통하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로밖에 없지만, 그래서인지 외로운 여행객들이 더욱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애절하게 자라나는 풀 한 포기가 우리에겐 엄청난 희망을 주거든요.
모압은 매년 모압 지프 사파리 (Moab Jeep Safari)가 열립니다. 수많은 4x4 오프 로드 매니어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아슬아슬한 붉을 바위산을 트레일 합니다. 또한 세계 최고의 트래일 슬리크롹 트래일 (Slickrock Trail) 을 비롯한 유명한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곳곳에 있어서, 매년 세계에서 십만 명 이상의 산악자전거 인들이 이곳을 찾아 하이킹을 즐깁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사이클링과 산악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재미있지만 모험적인 지프 투어와 콜로라도 강을 따라 이어지는 다양한 래프팅 코스가 있어 2개의 국립공원을 끼고 다양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모합에는 일반에겐 공개가 되지 않지만 모합의 남쪽에 The Rock 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바위에 동굴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사는 15세대의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근본주의 몰몬교도들이 사는 곳이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의 지미 우르쿼하트(Jimmy Urquhart) 기자가 허락을 받고 이곳을 촬영하여 이곳 몰몬 커뮤니티의 삶을 담은 사진을 볼 수가 있는데, 바위산에 동굴을 만들고 인터넷, 상하수도, 전기 등 현대의 건물과 유사하게 동굴 집을 지어 살아가는 일부다처제 커뮤니티의 모습들이 지미 우르쿼하트 기자의 사진에 묻어나 있습니다.
뛰어난 경관과 미국이라서 가능한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공존이 유타주의 조그만 마을 모합 속에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인지라 엄격한 몰몬의 문화 속에서도 상당히 개방된 도시입니다. 그렇지만 개방된 문화 속에서도 그들만의 오래된 문화와 종교가 다른 곳에 흡수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며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한 톨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소중함 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있고 그 곳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에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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