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캐년랜드에서 최고의 일출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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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주에 있는 아치의 작은 도시 모압(Moab)지방의 봄날씨는 달라스와는 다르게 제법 춥습니다. 초여름의 문턱을 얼마 남기지 않았는데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여러 벌 끼어 입은 옷가지는 마치 한 겨울인 듯 저절로 호호거리는 입김 속에 슬며시 녹아 들어 갑니다. 어제 하루 종일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을 트래킹 했더니 온몸을 휘감고 올라오는 피곤함이 이른 새벽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최고의 일출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치 겨우내내 입었던 내복을 벗어 던지는 것처럼 홀가분해 집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최고의 일출을 자랑한다는 캐년랜드 국립공원(Canyonland National Park)에 있는 메사 아치(Mesa Arch)에 가는 날입니다. 캐년랜드는 숙소가 있는 모압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고 또한 메사 아치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있어서 적어도 새벽 5시에는 출발을 해야 6시20분 정도에 시작하는 일출을 볼 수가 있습니다. 워낙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어서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을 하면 중요한 뷰 포인트를 놓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전날부터 캠핑카를 세워놓고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여 새벽부터 좋은 자리를 전부 차지하고 있거든요.
어제까지 내렸던 비가 말끔히 개이고 촘촘히 빛을 발하는 이름 모를 별들의 무리를 바라보며 행여나 늦을까 조이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수많은 절벽과 아치에 잠들어 있는 모압을 깨우며 캐년랜드로 향했습니다. 산 속의 드문 드문 비치는 불빛은 하늘의 별빛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운 만남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얼마 전에 산 정상에 내린 눈은 모압의 청명한 달빛을 받아 환한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19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0마일 정도 운전을 하면 캐년랜드 국립공원 사인과 함께 313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313번 도로를 따라 15마일 정도 남서쪽으로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 공원 사인과 함께 Grand View Point Road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캐년랜드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직은 이른 새벽이라 저 멀리 와스 마운틴(Mt Waas) 정상에 쌓인 눈빛에 하얗게 비친 여명의 빛이 황홀한 일출 시간이 다가옴을 알려줍니다. 군데 군데 낀 구름이 어쩌면 여명의 빛을 더욱 진하게 하여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진 일출을 만들어 낼지 모릅니다. 벌써 캐년랜드 일출 포인트 곳곳에 수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빛의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개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연신 자동으로 돌아가는 셔터소리는 자연의 정적만이 머물러 있는 이곳의 새벽녘을 깨우고 있습니다.
캐년랜드에는 메사 아치(Mesa Arch),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비지터 센터(Island in the Sky Visitor Center), 그랜드 뷰 포인트(Grand View Point), 그리고 그랜드 뷰 포인트 오버룩(Grand View Point Overlook) 등 미국 최고의 일출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메사 아치에서 바라보는 일출입니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깊은 협곡을 비롯하여 붉은 사암이 깎여 만들어진 아치(Arch), 그리고 기둥 모양의 기암이 산재해 있는 캐년랜드에서 수많은 협곡과 뷰트(Butte)라고 불리는 크고 작은 바위산과 스페인어로 메사(Mesa)라 불리는 테이블 모양의 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공원 입구에 위치한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비지터 센터에서 남쪽으로 10분 정도 운전을 하면 메사 아치 사인과 함께 자동차 주차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20분 정도 메사 아치 트레일 코스를 따라가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 중의 하나인 메사 아치 포인트에 이르게 됩니다. 지평선을 넘어선 태양이 주는 부드러운 빛이 장관을 이루며, 붉은 아치에 환상적인 빛의 굴곡을 만들 때면 메사 아치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캐년랜드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영혼의 빛을 바라보고 자기 한계를 초월해 기쁨을 누리는 것처럼, 아치에 비친 여명의 화려한 조명은 갈증을 견디지 못해 인생의 물을 마시게 해줍니다. 자신만의 약한 부분에 빛이 되어 어둠에 밀려 번민했던 삶에 한 줄기 희망이 됩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이지만 이곳에서 촬영된 ‘델마와 루이스’의 차를 타고 절벽으로 돌진하는 장면 속에서 어쩌면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이 빛을 보았다면 영화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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