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물 금리 금융위기 이전 수준 … 예금 이자는 ‘찔끔’ 오르는 데 그쳐
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모기지와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까지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금리 상승은 40조 달러에 이르는 나랏빚의 이자 부담만 키우는 게 아니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비용도 함께 끌어올린다. 예금 이자가 조금 오르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대출 이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국채 금리는 9월 23일 하루 동안 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국에 이른바 ‘상호관세’를 처음 발표했던 2025년 4월 이후 최대다.
모기지 등 장기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5.125%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금리도 0.13%포인트 넘게 뛰어 4.9%를 넘어섰다. 2년물은 주택담보 신용대출(home equity)과 자동차 할부 금리 등에 영향을 준다.
금리를 밀어 올린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월에 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힘을 얻었다. 연준은 지난주에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국채 수요가 약하다는 신호도 나왔다. 이날 실시된 5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부진했다. 대형 클라우드·AI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사채를 대거 쏟아내며 국채와 투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것도 부담을 키웠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장기 국채 재매입을 늘리는 등 시장에 돈이 돌게 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 금리 상승세를 꺾지는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의 충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는 미국 경제활동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가계가 짊어진 빚도 모두 합쳐 약 19조 달러에 이른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인 프라임 금리(prime rate)도 지난주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0.25%포인트 올라 7%가 됐다. 지난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던 신용카드 금리도 지금 흐름이라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출 비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돈을 덜 빌리게 되고, 그만큼 32조 달러 규모 경제의 활력도 떨어진다. 알리안츠 트레이드 북미법인의 댄 노스(Dan North)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단기 금리는 물론 사실상 모든 만기의 금리가 따라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차를 사기 어려워지면 자동차 수요가 줄고, 자동차 공장 일자리도 줄면서 경기가 둔화된다”며 “기본적인 경제 원리”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 이자도 오르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어렵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일반 저축예금 금리는 약 0.37%에 불과하다. 연준이 2025년 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뒤로 오히려 조금씩 떨어져 왔다.
노스 이코노미스트는 “아주 낮던 예금 이자가 조금 덜 낮아지는 수준이어서 소비자에게 큰 도움은 안 된다”며 “반면 주택시장은 확실히 짓눌리고, 신용카드 같은 개인 대출에도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대체로 이익을 본다. 대출 금리를 더 받을 수 있고,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도 커진다. 보유한 현금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경기는 아직 탄탄한 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1%로 추정하고 있다. 강한 성장세 자체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 이어지면 이런 성장세도 흔들릴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는 중소기업이 꼽힌다. 노스 이코노미스트는 “중소·중견기업은 돈을 빌릴 여력이 적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사업을 꾸려가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