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개발 붐에 전력·수자원 부담 급증…”비용을 주민에게 떠넘겨선 안 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방안을 주 의회에 권고했다. 친기업 기조를 자랑해온 공화당 소속 주지사의 이례적인 규제 요구여서 주목된다.
애벗 주지사는 10일 주 규제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인공지능(AI) 개발 붐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성장 비용을 일반 주민이 아닌 업계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일련의 입법 우선 과제를 제시했다. 이 내용은 2027년 주 의회 정기회기에서 입법화될 예정이다.
애벗 주지사가 제안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자체 발전 용량을 추가해야 하며, 전력망 연결 및 인프라 구축 비용도 전액 자체 부담해야 한다. 초기에 많은 물을 끌어다 쓰되 일정 기간 재사용하는 ‘폐쇄 순환(closed-loop)’ 냉각 시스템 도입도 의무화된다. 또한 모든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수자원 사용량을 매년 보고해야 하고, 소음 등 지역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모범 기준도 마련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판매세(Sales Tax) 면제 혜택과 기타 구식 인센티브를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면세 혜택이 폐지될 경우 인해 향후 2년간 주 판매세 수입이 32억 달러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애벗 주지사는 서한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이 워낙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그 인프라 비용이 일반 텍사스 주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또 ERCOT 전력망 연결 과정에서 가정용 전기 요금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장기 입법 과제와 별도로 즉각적인 행정 조치도 지시했다. 텍사스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에 7월 31일까지 가정용 송전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데이터센터가 전력 인프라 구축 비용 전액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권고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대한 반발이 텍사스 전역에서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수자원 사용, 소음, 지역 인프라 부담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 단체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3월 퀴니피액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5%가 자기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전력망 상황도 심각하다. 5월 기준 ERCOT에 전력망 연결을 신청한 대형 프로젝트의 총 용량은 439기가와트로, 주 역대 최대 전력 수요의 5배에 달한다. 이 중 약 89%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ERCOT의 파블로 베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전례 없는 속도의 성장”이라고 표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청된 프로젝트 전부가 실제로 건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텍사스에는 데이터센터 335개가 운영 중이며, 248개 이상이 계획·건설 단계에 있다. 산업 개발 조사 업체 아테리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1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주는 텍사스와 버지니아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애벗 주지사가 지방정부의 규제 권한 확대 방안을 이번 권고에서 빠뜨렸다는 점이다. 텍사스의 여러 카운티는 농촌 지역과 비편입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이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호소해 왔다.
데이터센터연합(Data Center Coalition)은 애벗 주지사의 제안을 환영하며 “업계는 이미 권고된 관행 상당수를 따르고 있으며, 책임 있는 인프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