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다, 안 된다보다 ‘왜’를 먼저 묻는 대화법
중학생 딸이 저녁 식탁에서 아이라이너를 사 달라고 한다. 엊그제 병원에서 안고 나온 것 같은 아이가 벌써 화장 이야기를 꺼내니 부모는 당황스럽다. 아이는 이미 온라인 화장법 영상을 즐겨 보고, 친구 집에서 화장품을 만져봤을지도 모른다. 허락할지 말릴지 막막한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곧바로 답하기보다 이 요청을 아이와 대화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 몇 살부터가 적당할까
정답은 없다. 규칙은 결국 부모가 정한다. 다만 평균을 알아두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대체로 12~15세 무렵 화장을 시작한다. 그보다 일찍 집 안에서 놀이처럼 화장품을 써보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의 요청에 부모가 뜻밖에 강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엄마와 아빠의 생각이 다를 때도 있다. 이럴 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일주일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해도 괜찮다. 그사이 가족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차분히 되짚어 볼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린 시절 화장한 여학생을 두고 들었던 험담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부모도 있다.
기준 나이를 정했다면 아이에게 분명히 알려준다. 지금은 안 되더라도 언제부터 가능한지 알면 아이도 기다릴 수 있다.
■ 허락보다 먼저 물어볼 것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화장이 어떤 의미인지다.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느끼거나 얼굴의 어딘가를 바꾸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그저 색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다. 외모에 대한 불안이 이유라면 립스틱보다 사회가 외모에 주는 압박에 대한 대화가 먼저다. 이런 속마음은 서로 편안할 때라야 나온다.
아이가 언젠가 부모 눈에 지나친 화장을 하고 나타나더라도 망신을 주는 말은 피해야 한다. 아이를 지키는 것도 부모의 몫이지만,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신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는 현실을 차분히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나서는 쪽이 더 위험할 수 있어서다. 누군가 심한 말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 남의 외모를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까지 함께 이야기해 둘 만하다.
■ 어릴수록 가볍게, 세안은 필수
열두 살 아이가 스물네 살처럼 보이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전문가들은 ‘적을수록 좋다’는 원칙을 권한다. 어린 아이에게는 립글로스 정도면 충분하다. 학교 댄스 파티 같은 특별한 날에는 옷에 어울리는 은은한 아이섀도와 약간의 블러셔를 더해도 된다. 고등학생이라면 눈 화장과 블러셔, 립스틱까지 쓸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색이 무난하다.
화장보다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세안이다. 매일 화장을 하고 싶다면 피부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부터 보여줘야 한다. 잠들기 전 화장을 지우는 일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파운데이션은 권하지 않지만, 쓴다면 바르기 전 히알루론산 같은 보습 성분으로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 채우고 저녁에는 두 번 세안해야 한다. 트러블 위에 파운데이션을 덮으면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 고를 땐 함께, 성분은 꼼꼼히
첫 화장품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매장에 가되, 부모가 먼저 몇 가지를 골라보는 편이 낫다. 지출도 줄고 진열대 앞 실랑이도 피할 수 있다. 아이가 고른 색이 어색하면 솔직하게 말해주되 잔소리는 아끼는 게 좋다. 아이는 직접 발라보고 실수하면서 배운다.
이때 아동용 화장품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2019년 연방식품의약국(FDA)은 10대 소녀를 겨냥한 매장에서 팔린 아이섀도와 파우더 등에서 석면을 검출했다며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원료인 탤크(talc)가 오염된 탓이었다. 당시 FDA에는 업체에 회수를 강제할 권한조차 없었다. 2022년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이 제정되고서야 리콜 명령권이 생겼다. 성분표를 확인하고 출처가 분명한 제품을 고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눈 화장품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FDA는 다른 사람과 눈 화장품을 함께 쓰지 말라고 권고한다. 다른 사람의 세균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카라는 구입 후 3개월이 지나면 버리고, 말라붙었을 때 물 등을 섞어 쓰는 것도 금물이다. 눈에 염증이 생겼다면 다 나을 때까지 눈 화장을 멈추고, 그때 쓰던 제품은 버려야 한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눈 화장을 하거나 지우지 말라는 것도 FDA의 당부다.
핼러윈을 앞두고 분장용으로 찾는 컬러 렌즈도 조심해야 한다. 시력 교정용이 아니어도 FDA가 규제하는 의료기기여서 안과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미용용품점이나 온라인에서 처방 없이 파는 것은 불법이다. 눈에 맞지 않는 렌즈는 각막 궤양을 일으키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 화장품 장바구니에는 립글로스 하나와 순한 세안제 하나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