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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전문가 칼럼

[과/학/칼/럼]하얀 수소, 파란 수소, 녹색 수소

Last updated: 8월 23, 2024 1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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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1987년, 서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우라케보우고우라는 지역에서 우물을 파고 있었다. 시추 장비를 이용해 100미터 이상 파 내려갔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인부가 실수로 그 우물에 불을 붙여버렸다. 우물 속의 알 수 없는 기체는 폭발을 일으켰다. 물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그 구덩이를 폐쇄해버렸고 이 이야기는 한동안 마을의 전설 정도로 치부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2006년, 한 석유회사의 회장은 이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해당 지역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 탐사권을 얻은 이 회사는 여러 업체와 협력하여 대규모 탐사를 시행했다.  탐사 결과는 의외였다.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수소가 발견된 것이다. 그 후로 이 회사는 이름도 페트로마에서 하이드로마로 바꾸고, 회사의 주력 분야도 수소 채굴로 바꾸게 된다.  

수소는 분자 구조상 크기가 매우 작고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암반 구조에 갇히기 어렵다. 더구나 수소는 반응성이 커서 순수 수소 기체보다는 화합물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예컨대 석유와 천연가스의 분자 구조를 보면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형태이고,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물도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따라서 순수 수소가 다량 땅속에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현재 땅속에서 퍼올리는 수소의 양은 미미하다. 수소를 땅속에서 찾아 채굴하는 산업 자체가 가능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현재 수소 생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첫째로 화학 공정을 이용해 천연가스와 물로부터 수소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나온다. 이를 천연가스 개질법이라고 하고 이렇게 얻은 수소를 개질수소라고 한다. 둘째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수소를 잘 모아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부생수소로 불린다. 또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수소 생산법을 편하게 구별하기 위해 수소 명칭에 상징적인 색깔을 붙인다. 개질수소를 블루수소, 부생수소를 그레이수소, 전기분해수소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물론 모든 수소에는 색깔이 없다. 산업적 목적으로 이름만 그렇게 붙였을 뿐이다. 앞서 이야기한 땅속에서 발견되는 순수 수소는 화이트 수소 또는 골드 수소로 불린다. 복잡한 화학 공정이 필요 없다는 의미에서 화이트를 붙이기도 하고, 채굴만 하면 수익이 생기는 금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골드를 붙이기도 한다.

블루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이 된다.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그린수소는 전기분해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아직은 석유나 원자력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블루수소와 비슷한 이유로 친환경적 접근법이 되기에는 모순이 있다.

이런 이유로 화이트 수소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호주 서쪽에 있는 무라라고 불리는 시골 마을에는 물웅덩이처럼 동그란 모양을 가진 특이한 지형이 있다. 지구 상에 비슷한 지형을 가진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요정 고리 (fairy
circle)
라고 불리며 땅 아래에서 올라온 수소가 지표와 주변 식물에 영향을 준 결과다. 물론 모든 고리 모양 지형이 수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므로 추가 탐사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소의 영향으로 확인된 요정 고리는 화이트 수소를 찾는데 큰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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