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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안개 속에서 걸어가는 법

KTN Online
Last updated: 3월 27, 2026 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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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김민정

안개 속에서 걸어가는 법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안개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전쟁론’의 저자로 유명한 군사 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남긴 말이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합동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 핵무기 개발 저지라는 명분이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했고, 이란군 수뇌부 대부분이 제거되었다.

전쟁 발발 4주째, 이란은 반격을 이어가며,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여전히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48시간 최후통첩을 보냈다가 이틀 만에 5일간 유예로 선회했다. 그는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지만, 이란 외무부는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트럼프는 수차례 입장을 바꿨다. 협상하면서 암살하고, 찬성하다 반대하고, 끝났다면서 더 때리고, 동맹을 부르다 필요 없다 하고, 지상전은 없다면서 병력을 보내고, 초토화하겠다면서 유예했다.

이것이 치밀한 협상 전술인지, 통제력을 잃은 혼란인지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다. 이 예측 불가능성 자체가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일을 망칠 때, 누가 수습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로이터는 “상황은 그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의 대선을 치렀고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생포하고, 관세 전쟁을 벌이고, 이란 전쟁까지… 그의 패턴에는 일관성이 있다. 강하게 밀어붙인 뒤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 트럼프가 즐겨 쓰는 표현이다. 이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 전쟁을 전략 없이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략이 이미 틀어진 것인지, 지금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안개가 우리의 일상까지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40% 이상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20% 이상이 막혔다.

유가가 오르면 모든 것이 오른다. 석유화학 제품이 플라스틱이 되고, 플라스틱이 포장재가 되고, 포장재가 생필품 가격이 된다.

미국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미국은 자체 원유 생산량이 세계 1위다. 하지만 텍사스 가스 가격은 갤런당 2.59달러에서 3.62달러로 뛰었고, 소비자들의 1년 후 가스 가격 상승 전망치는 전쟁 전 10%에서 전쟁 후 42.6%로 치솟았다. 장바구니 물가는 조용히 무거워지고 있다.

이 전쟁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지갑에 직접 손을 넣는 전쟁이다.

그렇다면 종전은 언제일까. 누구의 승리일까… 아직 판단은 이르다.

트럼프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하지만, 이란은 굽히지 않고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은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전쟁 이후의 변화이다.

모든 전쟁에는 후폭풍이 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은 더 불안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에너지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란 전쟁이 끝난 뒤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중동의 에너지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동맹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에너지 수입국의 생존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이민자들의 경제적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가 전략 없이 이 전쟁을 시작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세 번의 대선을 치른 사람이다. 그의 선거 전략은 항상 파격이었지만, 무작위는 아니었다. 베네수엘라를 먼저 치고, 이란에 함대를 보내고, 최후통첩과 유화를 교차하는 이 모든 과정에 계산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전장의 안개가 아군의 눈도 가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전략도 전쟁이 시작되면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만난다. 전략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전략이 현실과 맞아떨어지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전쟁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분명히 가르쳐준다. 리더의 결정 하나가 수천만 명의 일상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하메네이의 죽음, 트럼프의 최후통첩,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이 결정들 하나하나가 주식 시장을 흔들고, 가스 가격을, 생필품 가격을, 미래를 바꾸고 있다.

안개 속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쟁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당연하다. 우리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뉴스를 끄고 싶은 유혹이 있겠지만, 지금은 깨어 있어야 할 때이다.

성급한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이 이긴다” “이란이 버틴다” “곧 끝난다” “장기전이다.” 누구의 예측이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현실이 달라지면 과감히 바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유가를 내릴 수 없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 수 없다. 하지만 가계의 지출을 점검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말도 남겼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이 전쟁도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끝나지 않을까… 문제는 그 테이블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얼마나 많은 일상이 무너지느냐일 것이다.

우리는 안개 속에 서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도 걸을 수는 있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한 걸음 한 걸음 확인하면서 가야 한다.

‘안개 속에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다. 세상이 흔들릴수록, 내 안의 기준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

안개 속에서는 눈을 더 크게 뜨고, 귀를 더 열고, 마음은 더 유연하게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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