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텍사스에 사는 한인들은 과연 필요한 만큼의 의료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질문 앞에서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좋은 병원과 세계적인 의료 기술을 갖춘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정작 몸이 아플 때 마음 편히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보험과 신분이다. 2024년 기준 텍사스의 65세 미만 무보험률은 19.2%로 전국 평균 9.8%의 두 배에 달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65세를 넘겨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지만, 체류 신분이나 자격 요건 때문에 이마저 받지 못하는 이민자들도 있다.
◆ 아파도 참고 버티는 이민자의 현실
두 번째 장벽은 경제적 여건이다. 한인사회에서는 “차라리 한국에 가서 검사받고 치료받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한국어로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것도 갈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하루 가게 문을 닫으면 그날 수입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며칠씩 직장을 비울 수 없는 사람도 있고, 항공료와 체류비가 부담스러운 가정도 있다. 신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 생계를 붙잡고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아프면 한국에 가면 되지”라는 말은 생각만큼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그래서 참는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한다. 그러는 사이 건강검진은 한 해, 두 해 미뤄지고 병원을 찾아야 할 때를 놓치기도 한다.
세 번째 장벽은 언어다. 보험증이 있어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히 설명하고 의사의 말과 검사 결과, 처방까지 알아들어야 한다. 혹시 잘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 함께 안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병원이다. 한국어가 가능한 의료진을 찾더라도 지역과 진료 과목에 따라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보험증 한 장이 있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 한인사회가 마련한 하루
그래서 한인사회 안에서 열리는 건강박람회의 의미가 크다.
북텍사스 한인 간호사협회와 DK 파운데이션은 오는 10월 10일 캐롤튼 뉴송교회 체육관에서 ‘2026 북텍사스 한인 건강 박람회’를 개최한다. 두 단체는 2024년부터 건강박람회를 공동 개최하며 한인들의 건강관리와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백 명의 한인이 참여해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올해 박람회는 18세 이상 한인 성인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종합 소변검사를 25달러에 제공하고, 가정의학과와 내과, 소아과, 부인과, 한의과, 치과 등 여러 분야의 무료 상담과 진료도 마련한다. 당뇨와 뇌졸중, 여성건강 등 실생활에 밀접한 건강 교육 강좌도 준비됐다. 벌써 오전 시간대 예약이 빠르게 차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건강박람회가 병원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하루가 아주 중요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건강검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사람이 자신의 몸 상태를 처음 확인하는 날이 될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증상을 의료진에게 처음 이야기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그 작은 검사가 더 큰 질병을 발견하고 제대로 된 치료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작은 통로가 되고, 보험은 있어도 언어 때문에 병원 방문을 망설였던 사람에게는 우리말로 자신의 건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한인 건강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선
그래서 이 건강박람회를 북텍사스 한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선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병원에 마음껏 갈 수 없는 사람이 있고, 가족과 생계를 챙기느라 자신의 몸을 가장 마지막 순서에 놓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민생활은 참 많은 것을 참게 만든다. 낯선 언어도 참았고 외로움도 견뎠고, 가족을 위해 아픈 몸으로 일터에 나간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텨온 세월이 오늘의 우리 가정과 한인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건강까지 참고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건강을 잃으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일도, 가정도, 이민생활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부모의 건강이 무너지면 그 무게는 결국 자녀와 가족에게 돌아간다.
일 년에 단 하루라도 좋다.
10월 10일만큼은 가게와 직장과 가족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내 몸을 한번 들여다보자. 미뤄두었던 검사를 받고, 이상이 발견된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필요한 진료로 이어가자.
우리의 건강을 누군가 대신 지켜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서로를 위해 마련해 놓은 최소한의 건강 안전망이 있다면 그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건강박람회가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뒤로 미뤄두었던 ‘나’를 다시 챙기는 하루, 우리 건강을 지키는 마지노선을 넘어 더 건강한 내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2026 한인 건강박람회 등록 안내
10월 10일(토) 오전 8시 30분~오후 3시, 뉴송교회 체육관(4220 Fairway Dr., Carrollton). 18세 이상 한인 성인 대상, 혈액·종합 소변검사 25달러. 무료 상담 및 진료, 건강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사전 예약은 2026healthfair.org, 문의는 DK 파운데이션 972-620-6296, 북텍사스 한인 간호사협회 469-22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