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기관 투자자 매입 금지’ 행정명령 이전부터 이탈 시작
미국 주택 시장에서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단독주택을 대거 매도하며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연방정부가 기관 투자자의 주택 매입을 제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주택 데이터 분석업체 파클 랩스(Parcl Labs)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도시 대부분에서 대형 투자자들은 현재 단독주택 시장에서 순매도 상태로 전환됐다. 특히 달라스와 필라델피아, 휴스턴 등 일부 도시에서는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졌다.
달라스의 경우 투자자들이 전체 주택 재고의 9.2%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매물 가운데 투자자 매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임대주택 운영업체 가운데서는 퍼스트키 홈즈(FirstKey Homes)가 가장 공격적으로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는 경쟁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최초 매물 가격보다 평균 10% 낮춘 가격을 제시하고 약 20일마다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도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클 랩스 공동창업자 제이슨 루리스(Jason Lewris)는 “현재 주택 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려 하고 있다”며 “임대 수익보다 매도 후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은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대형 임대주택 기업인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 역시 기존 주택 매도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규 취득 주택 368채가 모두 건설업체로부터 구매한 신규 주택이었으며 기존 보유 주택 315채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인비테이션 홈즈는 2025년 총 2,410채의 신규 주택을 확보했는데 대부분이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 신규 주택이었다. 동시에 1,356채의 기존 주택을 매도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거주 목적의 일반 가구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단독주택을 사들여 임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후 투자자가 단독주택 100채 이상을 보유할 경우 추가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다만 이미 보유한 주택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지는 않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전체 주택 가운데 단독주택 임대는 약 1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약 80%는 10채 미만의 주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다. 10채에서 1,000채 사이를 보유한 중형 투자자가 약 17%를 차지하며, 1,000채 이상을 보유한 대형 기관 투자자는 전체 시장의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투자자들은 기존 주택 매입 대신 임대용으로 설계된 신축 주택 개발 시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존 번스 리서치 앤드 컨설팅(John Burns Research and Consulting)의 연구 책임자 릭 팔라시오스(Rick Palacios)는 “2020년 이후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해 자본을 회수한 뒤 수익률이 더 높은 임대용 신축 주택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임대주택 기업들도 이러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비테이션 홈즈는 최근 애틀랜타 기반 임대주택 개발사 레지빌트 홈즈(ResiBuilt Homes)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동남부 고성장 지역에서 연간 약 1,000채의 임대용 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또 다른 대형 임대주택 기업 AMH(옛 American Homes 4 Rent) 역시 자체적으로 임대용 주택 단지를 개발해 왔다.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현재까지 약 1만4,000채 이상의 신축 임대주택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미국 주택 시장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흐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존 주택 시장에서 일부 물량을 내놓는 대신 임대용 신축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