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ration Epic Fury’, ‘장엄한 분노 작전’이 시작된 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이란전쟁 6개월, 어느 쪽이 이기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디어들의 답은 한목소리였다. “미국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다.” 베트남전의 데자뷔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숫자를 하나씩 짚어보면 이야기는 사뭇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먼저 군사적 성과부터 보자.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압도적 공군력과 정밀 타격으로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기지, 지휘통제 시스템은 초토화됐다. 공습 첫날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폭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전의 무게가 짐작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모하마드 파크포우르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을 비롯해 40여 명의 정권 수뇌부가 6개월 사이 제거됐다. 한 나라의 지도부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통째로 날아간 사례는 현대 전쟁사에서도 흔치 않다.
경제 지표는 더 처참하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212만 배럴에 달하던 이란의 석유 수출은 65만 배럴로 급감했다. 이란 정권의 유일한 현금줄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그 결과 군의 급료 지급조차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플레이션은 근 70%, 리알화와 달러화 환율은 200만 대 1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통화로 전락했다. 6개월간 전쟁으로 이란이 입은 물적·경제적 손실은 1,440억 달러, 이는 전쟁 전 GDP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미군 전사자는 18명, 부상자는 624명, 그리고 정밀 무기 재고 소모다. 이 비대칭성만 놓고 보면, “늪”이라는 표현은 통계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전쟁이 미국의 완승이라는 건 아니다. 지정학적, 전략적 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평가는 확실히 복잡해진다. 미국은 군사적 목적은 거의 달성했지만, 정치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이란 정권교체, 즉 레짐 체인지는 이루지 못했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뇌부 대부분을 제거했음에도, 이란 정권 자체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원거리 타격 자산을 잃고도 험준한 지형과 지하 분산 지휘체계로 장기 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서방의 정밀 무기 재고 소모가 누적되면서, 대만해협을 비롯한 다른 전선의 억지력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란전쟁이 길어질수록, 다른 전선의 대비 태세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차대조표를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이란은 정치적, 전략적으로는 다소 점수를 땄다. 그러나 군사적, 경제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론은 하나같이 “미국이 극도의 곤경에 처해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걸까. 두 가지 답이 있다. 하나는 감정적 요인이다. 트럼프에 대한 언론계의 반감이, 이란전쟁 평가를 부정적 방향으로 끌고 간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요인이다. 미국인들은 전쟁에 관한 한 만성적 조급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전과 베트남전, 두 차례 걸프전을 관통하는 이 성향은, 미국이 1991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상대로, 100시간의 지상전을 포함, 42일 만에 군사·정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 걸프전 성공 이후, 모든 전쟁에 대한 비현실적 기준선을 만들어놨다. 후에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때마다 바로 이 기억, 이 기대감이 작동해왔고, 그것이 시간이 흐르며 전쟁에 대한 만성적 조급증세로 이어져왔다고 본다. 그 기대감이 이번 이란전쟁에도 그대로 투영되면서, 전황이 조금만 지지부진해 보이면 곧바로 비관적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8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D-데이’를 선포했다. 이란 고립 경제전쟁 선전포고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8월 24일 발표한 ‘전면 경제 고립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이 그것으로, 핵심은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전 세계 금융 연결망과 경제적 생명줄을 완전히 끊어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 핵심 수단은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및 금융기관까지 처벌하는 강력한 2차 제재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이란 정권의 레짐 체인지다. 안 그래도 허덕이는 이란 경제를 완전한 질식 상태로 몰아넣어, 민중봉기나 내란을 유도해 정권을 주저앉히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요구하는 것이 정확히 미국이 가장 취약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인내심이다. 조급증을 앓아온 나라가, 경제 고립작전이라는 본질적으로 느리고 지루한 전략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군사적으로는 이미 이겼고, 정치적으로는 아직 이기지 못한 이 비대칭적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는 더 이상 전장에 있지 않다. 워싱턴이 이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느냐, 아니면 조급증에 밀려 성과를 서둘러 선언하고 발을 빼느냐. 이란전쟁의 진짜 승부처는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