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밀스 역 광장서 첫 개최 … 제기차기·모듬북에 타민족 방문객도 발길

해가 기울기 시작한 토요일 오후, 캐롤튼 트리니티 밀스 역 앞 광장이 사자춤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놀았고, 부모들은 커다란 흰 천막 아래 자리를 잡았다. 대형 태극기를 내건 달라스 한인회 부스에서는 곤룡포와 한복을 차려입은 관계자들이 방문객을 맞았다.
세계 각국의 음식과 공연,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즐기는 ‘캐롤튼 컬처 페스트(Carrollton Culture Fest)’가 지난 9월 26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트리니티 밀스 역 광장(Trinity Mills Station Esplanade)에서 열렸다.
◆ 2019년 출범 … 새 무대로
캐롤튼시가 주최하는 이 축제는 2019년 ‘월드 오브 푸디스(World of Foodies)’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각국의 음식을 맛보는 행사였지만 해마다 공연과 문화 체험이 늘면서 2024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먹거리 중심 행사에서 다양한 민족의 문화를 함께 나누는 종합 문화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장소였다. 그동안 축제가 열렸던 역사 다운타운을 떠나 3에이커 규모의 트리니티 밀스 역 광장에서 처음 열렸다. DART 역과 맞닿아 있어 대중교통으로 찾기 쉽고, 바로 옆에는 에비바 트리니티 밀스(EVIVA Trinity Mills)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스티브 바빅(Steve Babick) 캐롤튼 시장은 시 공식 발표를 통해 새 행사장에서 주민과 방문객들이 트리니티 밀스의 새로운 모임 공간을 경험하고, 캐롤튼을 특별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를 함께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여권 없이 떠난 세계 여행
무대는 오후 5시 라이징 피닉스 댄스 협회(Rising Phoenix Dance Association)의 사자춤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그레이스 훌라 댄스 컴퍼니(Grace Hula Dance Company)가 하와이 전통 훌라춤을 선보였다. 무용수들이 객석의 어린이들을 불러 동작을 가르치자 아이들도 손짓을 따라 하며 무대를 함께 즐겼다.
콜롬비아 레프레센타(Representa)의 중남미 문화 공연에 이어 텍사스 한인 청소년 예술가회(KAYAT)가 모듬북과 K팝 무대를 선보였고, 마지막은 빅 이지 브라스 밴드(Big Easy Brass Band)의 뉴올리언스 브라스 연주가 장식했다.
광장 곳곳에는 판매·체험 부스와 푸드트럭이 들어섰다. 어린이들은 소방서 부스에서 소방 헬멧을 써보고 가족과 친구들은 무료 포토부스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불고기 핫도그와 타코, 팟타이 등 세계 각국의 음식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행사가 시작된 오후 5시에도 기온은 91도까지 올랐지만, 행사장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천막과 곳곳에 마련된 의자 덕분에 방문객들은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공연을 즐겼다.
◆ 식혜 한 잔, 한글 한 줄
새 광장에서 열린 올해 축제에서는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달라스 한인회(회장 우성철)는 추석을 맞아 부스를 열고 방문객들에게 추석의 의미와 한복을 소개했다.
한인회 부스는 훌라후프와 제기차기 체험을 운영했다. 특히 30초 동안 제기를 가장 많이 찬 사람을 가리는 제기차기 대회에는 한인뿐 아니라 타민족 방문객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도전했다.

부스에서 판매한 식혜는 황명숙 이사가 직접 준비했고, 쿠키는 지역 업체 나인 래빗츠 베이커리 보바 하우스(9 Rabbits Bakery Boba House)가 기부했다. KAYAT 부스에서는 부채 만들기와 책갈피에 한글 이름을 써보는 체험이 진행됐다. 저녁 무대에서는 파란 전통 의상을 입은 단원들이 힘찬 모듬북 공연을 펼친 데 이어 K팝 곡 ‘소다 팝’ 등에 맞춘 무대도 선보였다.
알렌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은우(16) 군과 장한결(15) 군은 “몇 번 연습하면서 합도 맞춰 보고 재미있게 준비했다”며 “공연을 마치니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 “올해 한인 문화 두드러져”

스티브 바빅 캐롤튼 시장도 부인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바빅 시장은 한인회 부스에서 식혜를 맛보고 한복 차림의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KAYAT 부스에서는 딸 이름인 ‘사라’를 한글로 적은 책갈피를 완성해 들어 보이며 웃음을 보였다.
시장은 KTN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문화 가운데서도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이 축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문화를 알리고 뽐낸 점이 무척 반가웠다”며 “특히 올해는 한인 문화의 영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캐롤튼은 가정과 기업이 보금자리로 삼고 싶어 하는 도시이고, 한인 커뮤니티가 계속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어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인 주민들에게는 “무대에서 본 것처럼 모두를 향한 선의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가치”라며 “한 해를 마무리해 가는 이 시기에 사랑을 나누고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 캐롤튼이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 ‘집 앞에서 만난 이웃들’

새 행사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 이번 축제는 더욱 특별했다.
에비바 아파트에 사는 김경건 씨는 “여기는 한국과 달리 밖에 나가도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여러 사람을 집 앞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천막 아래 전구가 하나둘 불을 밝혔고 광장은 더욱 북적였다. 사자춤에서 시작해 훌라춤과 중남미 문화, 한국의 북소리를 거쳐 뉴올리언스 브라스로 이어진 네 시간. 방문객들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고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써보며 축제를 즐겼다. 새 광장에서 다시 출발한 올해 캐롤튼 컬처 페스트는, 이웃의 문화를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어울리며 서로를 알아가는 장이었다.
이선지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