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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슬립오버, 아이에게 추억일까 위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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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움과 안전 사이 균형찾기 ... 부모가 알아야 할 새로운 기준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친구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내는 ‘슬립오버(Sleepover)’다. 간식과 놀이, 영화와 수다로 밤을 채우는 이 경험은 오랜 추억이 되지만, 최근에는 부모들 사이에서 슬립오버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아동 성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슬립오버가 정말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현실적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슬립오버가 본질적으로 위험한 행위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준비와 감독이 부족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 우리 아이는 준비가 되었는가
우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슬립오버를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슬립오버는 일반적으로 8세에서 14세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으며,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밤새 집 밖에서 지내는 것 자체를 불안해할 가능성이 크다.
첫 초등생 때부터 슬립오버를 요구하는 아이가 많아졌지만, 실제로 한 학부모는 초등 1학년 자녀를 위해 슬립오버 대신 ‘파자마 파티’를 열었다. 친구들이 파자마 차림으로 와서 놀고, 밤 8시에 부모가 데려가는 방식이었는데, 아이들에게 부담이 적으면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처음 슬립오버를 시도할 때는 가능한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두세 명의 친구와 함께 지내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워하며,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리면 밤사이 갈등이나 불편함이 생기기 쉽다.
슬립오버를 열 때 일정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이 너무 이른 시간에 모이면 기분 좋게 시작한 모임이 오래될수록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보통 저녁시간 이후에 도착하도록 안내하거나, 필요할 경우 디저트 시간에 맞춰 오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에도 분명한 픽업시간을 안내해 부모들이 들쑥날쑥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조율하는 것이 좋다.
♥ 방치하지 말고 부모가 관여하라
활동 역시 적절히 계획할 필요가 있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스스로 잘 놀 수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를 마련해두면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낀다.
영화관, 볼링장, 수영장 등 외부활동을 포함하면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지루해하는 것을 막고, 자연스럽게 피곤해져 잠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는 보드게임이나 퀴즈, 간단한 공예를 곁들이면 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특히 저렴한 베개 커버와 패브릭 펜을 준비해 각자 디자인을 그리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자 기념품이 된다.
간식 역시 슬립오버의 하이라이트지만, 과도한 설탕과 기름진 음식은 오히려 소화불량과 흥분상태를 초래해 밤을 힘들게 만든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피자나 타코 같은 음식도 활동 겸 식사가 되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든다.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부모의 고민거리다.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잠드는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어린 아이는 10시 무렵, 나이가 많은 아이는 자정 전후가 적당하다.
아이들이 “누구 옆에 잘지”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침낭을 별 모양으로 배치해 머리가 가운데로 향하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갈등이 줄어든다.
취침 전에는 공포 이야기보다는 차분한 영화가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슬립오버가 처음인 아이는 막상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어, 모든 부모의 연락처를 확보해 두고 필요 시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 혹시 모를 성범죄에 대비하라
최근 부모들이 슬립오버를 다시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동 성학대 범죄의 상당수가 ‘가족 지인이나 신뢰하던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 성학대 피해자의 90% 이상이 가해자와 알고 지내던 관계였으며, 피해아동의 약 40%는 또래 혹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아동에게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통계는 부모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으며, 슬립오버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슬립오버를 위해 부모 간 소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아이를 맡길 집의 부모와 미리 대화를 나누고, 누가 집에 있는지, 어떤 공간에서 잠을 자는지, 성인감독이 충분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집에 있지 않은 형제나 친척, 친구 등도 파악해야 하며, “괜찮겠지”라는 가정으로 넘어가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아이가 집을 떠나기 전에는 몸의 경계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어떤 신체부위가 ‘만지면 안 되는 곳’인지, 불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휴대전화가 있다면 충분히 충전해두고 언제든 부모에게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휴대전화가 없다면 전화번호를 손에 적어주거나 주머니에 넣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 암호 정하고 아이를 신뢰하라
또한 아이와 부모 간에 ‘암호’를 하나 정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가 상황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낯선 사람 앞에서 불편함을 드러내기 어려울 때, 약속한 단어를 언급하면 부모가 즉시 데리러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불편하거나 머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 부모가 이를 즉시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아이가 감지한 미묘한 분위기나 직감은 때로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결국 슬립오버는 위험한 행사가 아니라, 준비와 교육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즐거운 기억이 되는 행사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규칙을 세우고 서로의 감정과 판단을 존중한다면, 슬립오버는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추억 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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