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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선관위는 재외동포들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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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한 표’로 취급할 것인가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제114조에 명시된 헌법재판소, 감사원과 함께 3대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국가의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중립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하는 기관이다. 특히 재외국민투표는 선관위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핵심 영역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도 국내와 동일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선관위는 잇따른 논란 속에서 그 역할과 신뢰를 크게 흔들어 왔다.
채용 비리 의혹, 사전투표 관리 부실, 전산 시스템 보안 취약,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 선거관리 절차 위반 등 국민들이 선거 과정 자체를 불안해할 정도의 문제들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적극적인 정보 공개나 투명한 검증보다는 “문제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의혹을 최소화하려는 태도가 더 두드러졌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런 기관이 달라스에서조차 동포사회가 알지 못하는 ‘비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선관위가 재외동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 동포사회가 몰랐던 ‘동포 간담회’
KTN 취재 결과, 11월 13일 한인회관 문화센터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와 주달라스 영사출장소 관계자 그리고 10여명의 동포들만 참석한 간담회가 비밀리(?)에 진행됐다.
지역 언론에는 단 한 줄의 공지도 전달되지 않았고, 행사 성격이나 목적도 공유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 대통령 재외국민투표와 관련된 애로사항 및 당부사항 등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동포는 “무슨 자리인지 제대로 모른 채 다녀왔고 더욱이 왜 그런 자리에 초대되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재외국민선거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이 해외에 와서 조차 동포사회 전체를 배제한 채 은밀하게 논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선관위가 얼마나 투명성을 경시하고 있는지, 재외동포들을 얼마나 ‘부수적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 ‘선관위 불투명성’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관위는 최근 들어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아 왔다.
사전투표 봉인지 훼손, 개표 절차 논란, 보안 미비, 내부 감독 부실 등은 재외동포뿐 아니라 국내 유권자들에게도 불신을 키운 문제였다. 그런 기관이 해외에서도 똑같은 방식 즉, 비공개·축소·무공지 방식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의혹을 피하고 신뢰를 강화하는 길은 단 하나, 투명성뿐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투명성을 선택하지 않았다. “무엇이 두려웠기에 이토록 조용히 진행해야 했을까?” 이 질문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 ‘필요할 때만 찾는 대상’ 재외동포
선거철이 되면 선관위는 어김없이 “재외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강조한다. 참여를 독려하고, 애국심을 호소하고, 홍보자료를 제작한다. 그러나 정작 선거가 끝나면 태도는 180도 바뀐다.
평소의 소통은 거의 없고, 중요한 논의는 내부적으로만 진행된다.
동포사회의 의견을 묻거나 참여를 보장하는 절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재외동포를 정상적 시민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이자, “선거철에만 필요한 존재”로 취급하는 관행의 반복이다.
◈ 그럼에도 소중한 재외국민의 ‘한 표’
지난 대선때 달라스에서는 주달라스 영사출장소와 달라스 한인문화센터 2곳에 투표소가 설치되었다.
투표소에는 달라스·플래이노·포트워스·덴튼 등지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은 물론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등 타 주에 거주하는 동포들까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찾아왔다.
오클라호마의 한 유학생은 전날 밤 달라스로 내려와 호텔에서 숙박한 후, 다음날 새벽 투표소에 섰다. 뉴멕시코의 한 목사는 430마일을 운전해 투표하고, 곧바로 다시 돌아가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이 투표에 참여하는 재외동포들은 그 누구의 강요가 아닌, 고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 한 표를 관리해야 하는 기관이 이들을 존중하고,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이번 ‘비밀’ 간담회는 그 당연한 원칙을 정면으로 배반한 사건이다.
◈ 아쉬웠던 주달라스 영사출장소 행보
이번 사안에서 가장 큰 책임이 선관위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영사출장소 또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사출장소는 재외동포들이 정부를 만나는 가장 직접적 창구이며, 평소 동포사회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해 온 기관이다. 이번 ‘비밀’ 간담회가 선관위 관계자의 요구사항이었는지 아니면 주달라스 영사출장소가 원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이 질문은 영사출장소에도 향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선거 제도의 신뢰는 절차의 투명성과 열린 소통에서 출발한다. 재외국민선거의 경우에는 그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거철이 되면 동포사회를 찾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비공개 문화로 돌아가는 이 구태의연한 방식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
재외국민의 한 표가 소중하다면, 그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소중하다. 그리고 그 존중은 선거철의 일회성 홍보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태도와 운영 방식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이번 달라스 ‘비밀’ 간담회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가 재외동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며, 이를 바로잡는 것이 내년 선거, 그 다음 선거의 신뢰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달라스 한인동포들을 ‘표’로 바라보지 않고 ‘국민’으로 바라봐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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