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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연방 대법원 미시시피 주 반 낙태법과 관련해 변론 시작

텍사스의 반낙태법에 미칠 파장 주목

여성의 낙태권 제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본격 심리가 시작됐다.

지난 1일(수), 연방 대법원은 미시시피 주의 낙태 금지법과 관련한 변론을 청취했다. 

이날 연방 대법원 법정에선 종전보다 여성의 낙태 허용 범위를 대폭 좁힌 미시시피 주(州)의 법률을 두고 찬반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대법원에서 2시간가량 열린 변론의 핵심 쟁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대부분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의 위헌 여부이다.

지난 2018년 3월,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주 하원 법안 1510호에 서명하여,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하는 기준을 ‘임신 20주 후’에서 ‘임신 15주 후’로 변경했다.

이에 따르면, 임신 15주 이후에는 심각한 태아 기형 이외의 이유로, 또는 응급 상황에서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낙태한 의사도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원 법안 1510호가 체결된 직후, 미시시피 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 업체인 잭슨 여성 보건기구는 이에 대해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이 바로 토마스 돕스 대 잭슨 여성 보건 기구(Thomas Dobbs vs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사건이다. (토마스 돕스는 미시시피 주의 보건부 장관이다)

◈ 로 대 웨이드 판결 직접 겨냥한 미시시피 주의 법률

연방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될 미시시피 주의 법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즉 임신 22~24주 이전 낙태를 허용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의 변경 여부인 것이다. 

만약 미시시피주 법률의 합헌성을 대법원이 인정하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변경하는 셈이 된다.

이날 대법원 법정에서 미시시피주 측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시절보다 피임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와는 달리, 이제는 굳이 낙태를 하지 않더라도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낙태 허용에 관해 법원이 이를 막지않는다면 계속해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연방정부 측은 “대법원은 많은 미국민들에게 기본적이고 사회에 완전하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에 핵심적인 권리를 철회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으면 개인의 권리를 전례 없이 축소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텍사스의 반(反) 낙태법에 미칠 영향은?

연방 대법원의 이번 심리는 텍사스의 반 낙태법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텍사스는 지난 회기에 일명 심장 박동법으로 불리는 SB 8을 통과시켰다. 

임신 6주 이후의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를 한 이들을 대상으로 1만 달러의 보상금과 함께 일반 시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의 법안에 대해 연방 대법원은 이 법의 시행을 막아 달라며 일부 진보단체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기각해 파장이 일었다.

특히 텍사스 낙태 제한법이 법의 집행을 일반 시민들에게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성향이 짙은 법원들은 이를 핑계 삼아 로 대 웨이드의 판례에 저촉되는 새 법의 시행을 막지 않았다. 

연방 대법원도 작성자의 서명이 담기지 않은 한 장짜리 법정의견서를 발표하는 방법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격렬한 찬반 논란을 피해갔다.

이에 보수 성향이 강한 다른 공화당 강세의  주들도 텍사스의 반 낙태법을 그대로 모방한 관련 법안을 연이어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었다.

연방 대법원은 미시시피 소송을 진행하면서 텍사스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반낙태법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연방 대법원은 이번 미시시피 소송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텍사스 반 낙태법의 쟁점인 개인이 낙태한 사람을 대상으로 고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밝혀야 한다.

◈ 2022년 중간 선거에 미칠 영향은?

텍사스를 포함해 공화당 강세 주들이 내놓은 낙태권 이슈는 조 바이든 정부의 하반기 국정 장악력 유지 여부가 걸려있는 내년 중간선거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낙태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로 낙태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최종 판결은 내년 6월에…

미시시피 주의 반 낙태법 소송과 관련해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내년 6월로 예상된다. 

다만 복수의 매체들은 판례 변경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현재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바꿔야 한다”며 공석 3개를 모두 보수 인사들로 채웠다. 

워싱턴 포스트는 실제 이날 변론에서 보수 대법관 6명 중 누구도 기존 판례에 대한 옹호 의견을 펴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즈는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 법률을 파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데 ‘열린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보수 대법관 6명은 미시시피주 법을 지지하는 게 ‘로 대 웨이드’ 판례와 상충된다 해도, 해당 법률에 만족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변경될 경우 최소 20개 주에선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영 기자 Ⓒ K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