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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플러스 “하루 200만배럴 감산” 바이든에게 정치적 악재(惡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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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산유국 연합체 OPEC플러스(OPEC+)가 지난 5일(수)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추진했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이날 OPE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장관 전체회의 직전 OPEC+ 주요국 장관들로 구성된 합동 장관 모니터링 위원회가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
OPEC+ 이날 월례 장관급 회의 후 성명을 내고,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번달보다 200만 배럴 줄인 4,185만 배럴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폭 감산이다.
회의 직후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선제적 대응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OPEC+의 감산 폭은 2년 7개월 만에 최대이며 이같은 결정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전 세계적 고물가 속 달러 가치가 치솟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익 기반을 상실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연합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겨울을 앞두고 세계에 ‘석유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에게 악재?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은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유가 안정에 사활을 걸어온 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악재를 만났다는 평가다.
11월 중간선거가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5일 CNN은 백악관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백악관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감산을 ‘재앙(disaster)’ 국면으로 규정했다”며 재무부 등을 동원해 막판까지 OPEC+ 회원국에 감산에 반대하도록 로비력을 총동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OPEC+의 감산에 맞서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부터 휘발유 수출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는 이번 감산 결정의 배경으로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에 따라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데 대한 사전 대응이라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번 감산으로 유가가 올라 글로벌 물가급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근시안적”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OPEC+가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고갈시키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며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와중에 OPEC+가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익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백악관은 OPEC+의 결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을 요청하고, 미국 의회와 함께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도 협의하기로 했다.
한때 갤런당 평균 가격이 5달러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던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평균 3달러 중반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지난 6일(목) 기준,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3.867달러, 텍사스는 갤런 당 3.199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결정으로 갤런당 15~30센트 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또다시 100달러 넘보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뛰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달러 강세로 7월 배럴당 100달러 선이 깨졌다.
연준이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지난달에는 1월 이후 처음으로 80달러 선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번 OPEC+의 대규모 감산으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6개월 동안 배럴당 105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UBS와 RBC·SPI에셋매니지먼트 등 금융사들도 브렌트유 가격이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다 무역적자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고물가 장기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이어져 다시 ‘킹 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에너지부와 주요 석유업체에 ‘휘발유 및 경유 수출 금지’에 대한 영향 평가를 급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 쉐브론 등 대형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한 휘발유를 미국 내에서만 쓰도록 하면 미국 내 휘발유 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석유업체들은 “휘발유 생산량 저하를 유도해 세계적인 공급 병목현상을 불러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에 미국이 석유 수출 금지로 맞서는 ‘석유 패권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는 고물가 장기화 속 경기 경착륙을 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감산이 국제유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하반기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OPEC+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차츰 둔화되고 있던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사실 세계 원유 시장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중국이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하면 글로벌 원유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 OPEC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나?
OPEC 회원국과 OPEC+가 대규모 원유 감산 카드를 꺼낸 건 국제 유가가 맥을 못 추고 있어서다.
지난 6월 배럴당 122달러를 넘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일(화) 기준 고점 대비 29% 추락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123달러를 웃돌던 6월 고점보다는 여전히 26% 낮다. 서방이 오는 12월 도입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등 다른 변수도 적지 않다.
당초 산유국 23개국 협의체인 OPEC+ 대면 회의는 내년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OPEC+는 지난 1일 갑작스럽게 대면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강제 병합을 공식화하자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원유 상한제 강화 등 대러시아 제재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이다. 다분히 정치적 보복이 담긴 상징성을 계산한 회의라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상한선 제재가 서방이 유가를 쥐고 흔들려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봐 왔다.
원유 상한선 제재는 에너지 ‘소비자’가 힘을 합쳐 러시아 원유 값을 제한해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 한 제재다.
이에 ‘생산자’들이 원유 가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킹 달러’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 큐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담당 수석은 “그 옛날 ‘석유 패권’이 돌아왔다”며 달러 가치를 높이는 미 연준과 석유 가치를 높이려는 산유국의 대결 국면으로 풀이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공급을 줄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에 유리하다. 맥널리 라피던에너지그룹 회장은 “OPEC+ 산유국은 서방 국가들이 도입하려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나중에 다른 국가들에도 적용될 것을 염려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는 데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겨울로 접어들며 더 파괴적인 행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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