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조성진과 같이한 멘델스존의 피아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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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에 깊은 삶의 동기를 뿌리고 밤의 어둠이 마지막 숨을 고를 때, 동녘 하늘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는 콜로라도 아스펜(Aspen)의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텍사스의 무더운 여름과는 달리 선선한 바람이 창가를 스치며 아침을 깨우는 선선한 이곳의 공기는 전세계의 수많은 음악인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하여 두 달 간의 긴 장정을 시작한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이 한창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조용한 위로이자 다짐을 나누며 아침 일찍 오른 아스펜의 명소 엘크 산맥에 있는 두개의 봉우리 산인 마룬벨(Maroons Bells)의 위용은 아스펜을 찾을 때마다 세상의 소란을 한걸음씩 멀게 하여 맑은 바람과 함께 마음의 먼지를 멀게 하는 인생의 굴곡 마저도 다 품어주는 어머니산을 닮게 합니다. 아늑한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가 모여 마룬 호수(Maroon Lake)를 이루고 속히 환히 보이는 곳에 비친 티없는 마룬벨과 헤엄치는 레이 보우 송어의 무리는 그 물속을 담은 세상의 전부요 아름다운 투명한 물감을 들어 자신의 마음을 그려보게 합니다. 그리고는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금새 서정 시인이 되어버립니다.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은 두 달 간의 음악학교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이 공연에 함께 참여하는데, 오늘은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이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Mendelssohn Piano Concerto 1번을 협연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마룬벨을 찾을
때마다 즐기는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까지의 3.5마일의 트레킹을 포기하고 서둘어 산을 내려갔습니다.
마룬벨의 아름다움을 잠시 아쉬워하며 빨리 하산하였습니다. 분주한 아스펜 다운타운은 휴일의 여유와 많은 뮤지션들의 길거리 연주는 거리의 바람과 사람들의 숨결 속에서 살아나는 음악은 지나가던 사람의 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짓게 합니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오늘 연주가 있을 Michael Klein Music Tent를 향해 발길을 옮겨봅니다. 늘 그곳을 향할 때마다 가깝게 다가오는 뮤지션들의 모습들, 각자의 악기통을 짊어지고, 미래의 음악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을 거쳐간 수많은 뮤지션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오늘은 페스티벌의 스페셜 이벤트에 참석할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의 모습도 보이네요.
이번 페스티벌에서 구성된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눈에 띄는 얼굴이 보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David Kim)입니다. 아스펜 뮤직 스쿨의 동문인 그는 이번 시즌에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조성진의 연주를 서포트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그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1999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동양인 최초의 악장으로 임명이 되어 지금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대가입니다.
멘델스존의 젊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인 Mendelssohn Piano Concerto 1번은 조성진의 강력한 테크닉과 탁월한 색채감, 섬세한 표현을 기본으로 자연스러운 음악 흐름을 갖춘 연주로 연주홀인 Michael Klein Music Tent를 지배하였습니다. 격렬한 표현이 아닌, 오히려 속삭이듯 조용히 듣는 이의 가슴을 더 깊이 울리게 합니다. 그리하여 더 깊이 단순히 조용히 앉아있는 관객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연주자와 음악에 깊이 공감하고 반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물결치듯 스며드는 시간에 감상할 수 있는 숲 속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 관객 모두의 숨이 멈추고 건반의 전율이 다할 즈음에 새들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진 조용한 안단테, 바람은 음표가 되고 물소리는 그 반주가 되어 자연은 하나의 거대한 콘서트홀이 될 때, 세상의 더없이 아름다운 시간들이 아스펜에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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