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특별기고] ‘선택적 제출’ 시대에도 SAT·ACT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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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
최근 미국 대학 입시에서는 '시험성적 선택적 제출(test-optional)'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졌다. 팬데믹 이후 수많은 대학들이 SAT와 ACT 점수를 필수 제출 항목에서 제외하고, 학생이 제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중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제 시험은 안 봐도 된다’는 인식이다.
시험 선택적 제출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허가가 아니다. 오히려 시험 점수가 부족한 학생에게 유연성을 주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SAT나 ACT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평가 수단이며, 이를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SAT·ACT는 여전히 공정한 비교 기준
SAT와 ACT는 지역이나 학교,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치러지는 표준화 시험이다. 입학 사정관 입장에서 보면, 고등학교 성적이나 GPA는 학교마다 기준이 달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성적 상승과 과도한 GPA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겹치면서, 내신 성적 수치만으로는 학생의 실제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럴 때 SAT와 ACT 점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이는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조건에서 주어진 시험이라는 점에서, 입학 사정관이 학생의 학문적 준비 수준을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료이기도 하다. 실제로 입시 데이터를 보면, SAT, ACT점수를 제출한 학생의 합격률이 더 높은 경향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시험 점수는 강한 지원서를 더 강하게 만든다
SAT와 ACT는 약한 지원서를 보완하기 위한 도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경쟁력 있는 지원서에 신뢰성과 설득력을 더해주는 요소다. 높은 GPA, 풍부한 과외활동, 훌륭한 추천서를 갖춘 학생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SAT, ACT점수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입학 사정관이 그 학생의 역량을 더 쉽게 신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공계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수학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인문계 전공 지원자가 독해 및 작문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해당 전공에 대한 준비도와 적합성을 시험 점수로 증명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지원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입학 사정에서 시험 점수는 여전히 작동한다
대학 입시는 종종 수천 명의 우수한 지원자들 중에서 소수만을 선발해야 하는 작업이다. GPA와 활동, 수상 경력 등 모든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표준화 시험 점수는 마지막 순간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일한 배경을 가진 두 학생이라도, SAT나 ACT 점수를 제출한 학생의 서류가 더 신뢰를 얻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더불어 대학들은 시험 점수를 단순히 숫자로만 보지 않는다. 특정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지, 점수의 구성은 어떠한지 등을 통해 전공 선택과의 연결 가능성, 학업 역량, 그리고 대학 수업에 대한 준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중간 50% 점수 범위’가 기준선
시험 점수를 제출 여부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있다. 기준은 바로 각 대학의 ‘중간 50% 점수 범위(50th percentile)’다. 이는 Common Data Set이라는 대학별 통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점수가 이 범위 안에 있거나 상위권에 해당된다면 제출을 적극 권장한다. 반대로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이 범위보다 한참 낮다면,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은 시험을 본 이후에야 가능한 선택이다. 아예 응시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선택할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이다.
시험을 회피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시험 선택적 제출은 단순한 '회피' 수단이 아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포기하고 ‘어차피 제출 안 할 거니까’라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그것은 입시 전략이 아닌 기회의 포기다. 특히 상위권 대학이나 경쟁이 치열한 전공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입학 사정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많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SAT나 ACT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보여주는 가능성이다. 대학은 그 점수를 통해 학생이 대학 수업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판단하고, 동료 학생들과의 비교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도 가늠한다. 이 기준을 스스로 제거한다면, 대학이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론: SAT와 ACT는 여전히 ‘게임의 일부’다
결론적으로 SAT와 ACT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험을 준비하고, 가능하다면 좋은 점수를 받아 제출하는 것은 입시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 중 하나다. 시험 점수는 GPA, 활동, 에세이 등 다양한 요소들을 뒷받침하며, 전체 지원서에 신뢰성과 객관성을 더해준다.
시험 선택적 제출 제도는 ‘최후의 수단’이지, 처음부터 시험을 생략할 핑계가 아니다. 수험생들은 이를 백업 전략으로 이해하고, 시험을 준비한 후 그 결과를 유리하게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대학 입시에서 가장 불리한 것은, ‘기회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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