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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하와이에서 생긴 일 (28) 카우아이 섬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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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09-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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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왕국 초대 왕 이름이 ‘칼라니 파이에아 우히 오 카레이키니 케알리쿠이 카메하메하 오 이올라니 이 카이위카 푸 카우이 카 리호리호 쿠누이아케아’라니 너무 길잖아. 레이, 이름이 길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몰라.”

“적의 화살이 날라오는데 ‘레이!’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 피할 수 있지만, 칼리니 파이에이 후히 오 카레이키니 테알리쿠이… 대왕님, 화살이 날아옵니다 하는 동안 왕께서는 피융~하고 화살을 맞을 것 아냐?”

“아이, 몰라. 장난 치지마.”

상필은 레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바다에 버려졌던 레이가 아니라 상어떼와 함께 수영하는 천진한 레이가 보고 싶었다.

“한국에 그런 얘기가 있어. 옛날 한국에 긴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었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라구.  한국 아이들 이거 못 외우면 왕따야 왕따. 이 아이가 물에 빠졌는데…”

‘김수한무’는 상필이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그의 장기 18번이다. 상필이 랩 가수처럼 몸을 흔들자 레이는 정말 어이가 없기도 하고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You are so funny!” 

 

캡틴 쿡이 하와이에 오기 전까지 이 섬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산에 올라 열매를 따고, 바다에 뛰어들어 생선을 잡고, 타로로 포이를 만들어 먹으면 되었다. 춥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날씨 덕분에 아무 곳에서나 잠들 수 있어서 남의 것을 탐내고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쿡 선장이 하와이 섬을 발견한 이후 하와이는 확 달라졌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드나들고 교역을 하자고 배를 대었고 면역력이 없는 섬 사람들에게 세균을 퍼뜨렸다. 카메하메하는 이런 국제 정세에 눈을 뜨고 유럽ㆍ아메리카 제국들의 하와이에 대한 야심을 알게 되었다. 

카메하메하는 쿡 선장이 죽은 후 남아있는 선원들을 잘 대접하며 그들로부터 항해술을 배우고 하와이를 지켜야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쿡 선장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조지 밴쿠버와 하와이의 방위에 대해 의논했다.  

1794년 2월 24일, 하와이가  영국인 수병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영국은 외국인들의 하와이 침략을 방어한다는 ‘방위원조협정’을 맺는다.

이를 계기로 카메하메하는 영국으로부터 대포와 총기를 제공 받게 되었고,  카메하메하는 그가 꿈꾸던 하와이 통일정복전쟁에 나선다.  

 

그는 먼저 마우이 섬을 쳐서 첫 승리를 거두고 다음에는 오하우섬의 누우아누 팔리전쟁에서 승리하여 오하우 섬을 점령한 후 하와이 왕국을 건국했다.  부족간의 피 흘리는 전쟁을 끝낸 것이다.

그러나 오하우섬의 복쪽에 있는  니하우 섬과 카우아이 두 섬은 손에 넣지 못했다.

“카우아이 섬의 레이네 조상들은 카메하메하의 대포나 총보다 힘이 더 세었나보네.”

“힘이 센 게 아니라 하늘이 도왔다고 말하고 있어.”

“하늘이 돕다니, 그 무슨 비과학적인 말씀을.”

“카메하메하가 큰 함대를 이끌고 카우아이에 쳐들어 왔을 때 강풍이 불어닥쳤대. 그 강풍에 배를 대지도 못하고 돌갔다는거야.”

“정말 하늘이 도왔군.”

“그 다음 번에 카메하메하가 다시 쳐들어올 준비를 했을 때는 하와이 섬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수 없이 죽어나가자 전쟁을 포기한 것이지.”

“전염병도 하늘이 도운 것인가? 사람이 퍼뜨린 것이지. 근데 무슨 전염별, 흑사병이지?”

“흑사병보다 먼저 하와이에 퍼진 전염병(Epidemic)은 홍역(미즐스/Measles)이었어.면역력이 전혀 없던 하와이인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뱃사람들이 퍼뜨린 홍역 바이러스로 죽었는데, 당시 하와이 인구가 300,000명에서 135,000으로 줄었다는 통계야.”

이런 홍역을 치르느라고 케마하메하의 카우아이  정복전쟁이 주춤했는데,  카우아이 섬 대족장 카우무아리이는 카메하메하의 끝없는 추격을 받으며 결코 그의 정복욕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모종의 타협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부족간에 피흘리지 말자” 하며 카메하메하에게 백기를 들고 카우아이와 니하우섬을 넘겨주게 되었지. 결국 카메하메하의 하와이 통일전쟁은 1794에 시작해 1800년에서야 끝난 셈이지.”

“와우, 하와이의 짦은 역사도 복잡하구나. 하와이 섬의 통일전쟁을 위해 영국의 힘을 빌리고, 무기를 갖추고는 동족간의 싸움으로 피를 흘리고… 어느 나라 역사와 비슷한 데가 있네,”

“저기, 논이지? 카우아이는 쌀을 재배하는가?”

“아니, 쌀농사가 아니라 타로 논이야. 여기 타로가 하와이 전체 타로 생산량의 60%를 차지해.”

“타로 논을 보니 정답다.”

“이상하지? 나는 오하우의 와이키키에서 자라났는데 나의 출생에 대한 애기를 알고부터는 이곳 카우아이가 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 그래서 레이가 나를 이곳에 먼저 데려왔구나. 클럽에서 하려는 일 때문이 아니고. 에구, 우리 레이 마음을 내가 알지.”

“오우, 상필, 조심해. 나 운전 중이야.”

“레이는 운전하고 나는 키스하고 그러면 되지 뭐.”

이렇게 귀엽고 예쁜 아가씨에게 슬픔이 있다니, 상필은 그 슬픔을 덜어주고 싶었다.

“난 말야, 15살 되던 해 내가 바닷가에 버려졌던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 번에 당장 어른이 된 것 같애. 아, 모든 일의 겉모습만 보면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 같은 것이었어.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라고 여겼거든. 그런데 사실은 가장 슬픈 아기였잖아. 그리고 하와이 미국사회에서 뒤쳐지며 사는 내 주위 이곳 원주민 형제들을 보게 되었어.”

“오우, 레이는 하와이의 잔다크네. 한국의 유관순이네. 중국의 뮬란이네.”

상필에 매달리듯 안기는 레이가 가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레이, 걱정마! 내가 다~ 해줄께.” 그는 레이를 안으며 공연히 제가 힘이 센 사람처럼 느꼈다. *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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