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이 가을에 읽기 좋은 책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11-13 09:31

본문

원래도 식물이나 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타샤 튜더의 사계절이 화보와 함께 나와 있는 <타샤튜더의 정원>은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 한 권이다. 

마음이 심란하고 스산해질 때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꽃과 나무를 무척 좋아했던, 동화작가이자 화가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날을 엿보고 있으면, 옛날 외할머니 꽃밭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겨울을 제외하곤 거의 맨발로 정원을 거닐며 야생사과를 따거나, 화분을 손질하는 할머니의 일상은 문명의 이기에 지친 현대인들이 분명 돌아가고 싶은 오래된 미래다.

인류가 농경과 목축을 시작한 것은 고작 1만 2,000년 전이다. 그런데 크레오소트 관목과 모하비 유카 나무도 나이가 이 정도다. 이들은 무성번식을 통해 암수교배 없이 스스로를 복제해서 재생산 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오래 생존한다. 

크레오소트는 뿌리가 발달되어 있어 물이 없어도 2년 정도는 그냥 버틸 수 있으며, 유카나무는 영하 3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기후존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나무의 말> 작가 레이첼 서스만은 몇 천년 동안 사는 나무들의 특성은 극한 환경에서 오히려 굉장한 적응력을 발휘해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극에서 그린랜드까지 모하비사막에서 호주 아웃백까지 10년간 세계를 누비며 2,000살이 넘은 생명체를 카메라에 담고 소개한 이 책은 이 나무들이야말로 우리 지구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한다. 

오래된 나무를 보고 있으면 고작 100살도 못 채우고 사라지는 인간들이 그들에게 너무 못할 짓을 많이 하고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경외감과 든든함을 주는 나무들, 생명의 존엄함을 살아남아서, 보여주는 그들이야말로 영원한 인류의 스승이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아시아 작가들 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물결의 비밀> 단편집은 ‘바오난’이라는 베트남 대표작가를 비롯해 프란시스코 호세, 리앙, 찻 껍찟띠, 츠쯔젠, 마하스 웨타 등 필리핀, 대만, 태국, 중국, 인도 작가들의 대표작이 총망라 되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의 독서취향은 너무 서구나 미국, 일본 등에 편중되어 있다. 

동남아시아를 관광으로 다녀온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 그들의 삶이나 가치관, 문화를 알기위해선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최적일 것이다. 

장장 20년을 끈 월남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이야기와 동남 아시아인들이 지니고 있는 환상적 샤머니즘의 실체, 절대적인 가난에서도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왠지 생긴 것이 비슷해서 그런지 우리네와 유사한 점이 많아 쉽게 공감이 간다.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는데 작품마다 작가들의 개성과 토착적인 이국의 정서가 넘쳐 매우 즐겁게 읽힌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철학책 치고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책은 비루함, 자긍심, 경탄, 질투, 두려움,욕망등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감정 48가지를 해부하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추상으로서 철학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철학책이다.

가끔은 내 자신의 이런 감정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는 채 무조건 화내고 섭섭해하고, 남을 원망할 때가 있다. 

머리에 흰머리가 좀 늘고, 얼굴이 조금만 까칠해지면 오만 해결책을 궁리하면서도 정작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생기는 사고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지피지기, 알아야 이길 수있다.

상대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왜 세상은 갈수록 막장이 되어가는지, 트럼프는 선거에서 지고도 왜 아직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왜 세상의 부부들은 아직도 동상이몽 중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그래서 그랬구나, 결국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야 세상은 살맛이 날 것이다. 살맛나는 세상을 위한 모든 어른들의 필독서라 할만하다.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로런스 블록이 지은 이 책은 참 독특하다. 각기 다른 화가가 그린 열일곱 점의 그림을 소재로 열 일곱 명의 작가가 써내려간 열 일곱편의 단편작품을 모아 만든 책이다. 

예를 들면,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라는 그림을 보고 작가 데이비드 모렐은 반 고흐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데, 그에 따르면 반 고흐의 작품에서 나타난 주황은 고통을 의미하고 파랑은 그가 광기에 젖어있을 때 많이 사용한 색깔이라는 걸 소설 속 주인공이 밝혀낸다.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17인의 작가들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림 한 장을 보고 만든 소설들은 그 자체로도 대단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책에 실려 있는 유명한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폴 고갱의 <부채를 든 소녀>, 르누아르의 <국화 꽃다발>, 조지아 오키프<붉은 칸나>, 아트 프람의 <모든 안전수칙을 명심할 것> 등 그림 속에서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을 창조해내다니, 그저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풍성한 잔치상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나는 책이다. 

올해는 텍사스 단풍이 유난히 예쁘다. 백악관의 새주인이 될 우리의 엉클 조 아저씨, 바이든의 명언처럼 지금 우리는 힐링이 필요하다. 짙어지는 늦가을 저녁, 커피한 잔에 책 한권은 어떨까.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날이 맑고 좋은 날에 어머니는 우산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염려를 했고, 비 오는 날에는 짚신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어머니는 하루도 마음 편히 살지 못했습니다.이를 본 이웃이 안타까운 마음…
    교육 2021-01-15 
    요즘 들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주택거래시에 꼭 필요한 타이틀 보험은 부동산을 구매할 때 거의 자동으로 가지게 되는 보험으로, 당신이 부동산을 구입한 뒤 부동산의 하자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다양한 손해로부터 부동산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다.타이틀 보험회…
    리빙 2021-01-15 
    지금쯤이면 이미 많으 분들이 새해 선물로 연방 정부로부터 일인당 600달러를 받으셨을 것이다. 1차 1,200달러를 받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받게 되는데, 은행으로 직접 받는 분들은 이미 받으셨을 것이다.하지만 1차 1,200달러 받았을 때와 은행계좌나 주소가 바뀐 사…
    회계 2021-01-15 
    첫눈이 내린다. 서설瑞雪이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서부터 기다리던 눈이 오후가 다 되어서야 함박눈으로 찾아왔다. 정초에 내리는 눈을 서설이라고 한다. 정초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텍사스에 내리는 함박눈이고 보면 상서로운 서설임에 틀림없다. 코비드 19로 …
    문학 2021-01-15 
    지난해 유래 없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에서 가장 밝았던 섹터를 꼽자면 단연 주택시장이라 할 수 있다.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은 2.86%로 1년 전과 비교해 1% 이상 낮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2020년을 마감했으며, 팬데믹 이후 보인 저금리 추세는 주택시장의…
    부동산 2021-01-15 
    「난 이 삶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루는 카페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며칠 후 직업센터에서 루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간병인의 자리가 나서 면접을 보러간다.트레이너 부인이 루에게 간병한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루가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해 보겠다고…
    문학 2021-01-15 
    코로나 19로 인해 어수선했던 2020년도 어느덧 지나갔습니다. 1년 내내 전염병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자연스레 2021년 건강을 챙기기 위해 오늘은 연령대별로 필요한 팁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영유아이 시기에는 성장과 두뇌발달이 유일…
    문학 2021-01-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은 2020년도 지나갔다. 필자가 즐겨 듣는 FM 방송 중 WRR 101.1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서 방송 청취자들이 선정한 클래식 음악 중 40곡을 선정해서 음악도 들려주고 그 음악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회계 2021-01-08 
    신축년 새해가 시작됐다. 우직하고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 소의 해, 그것도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흰 소띠해여서 그런지, 카톡 여기저기서 소에 관한 덕담이 넘쳐나고, 새해는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모든 이의 소망을 담은 기대감이 가득하다.연하장도 ‘힘들었 쥐 20…
    문학 2021-01-08 
    대부분 우리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부를 창출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 밤샘노동도 감수해야 했다.일을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르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이 일을 해서, 즉 직접 행동(Act)을 해서 창출한 소득을 우리는 액티브 인컴(A…
    부동산 2021-01-08 
    2021년 희망찬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해는 소띠의 해입니다. 소의 특성은 인내심이 강하고, 정직하고, 성실하다고 합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슬픔과 걱정은 모두 떨쳐 버리고, 소처럼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끈기있게 노력하여, 소망하는 모든 …
    부동산 2020-12-31 
    보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경제적인 차원에서 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험의 종류는 생명보험, 자동차 보험, 집보험, 건강보험, 사업체 보험 등이 있고 그 밖에도 메인은 아니지만 …
    리빙 2020-12-31 
    아마도 20년 전 이맘때 쯤이라 생각된다. 평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회계사로 친분 있던 이성권 회계사가 달라스에 신문사를 창간하는데 공인회계사로서 전문가 컬럼을 부탁한다는 요청이왔다. 그 때가 시작이었다.지난달 폐간에 이르기까지 장장 20여년을 뉴스코리아 전문가 컬…
    회계 2020-12-31 
    한밤중에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나서 잠을 깬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주 가끔 쥐가 날 수도 있지만 이런 증상을 오랜 기간 자주 겪는다면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밤새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쥐가 나고 근육이 경직되는 원인과 예방법을 …
    리빙 2020-12-31 
    “상필씨, 사람을 때리면 폴리스에 잡혀가서 무슨 벌을 받는지 알아?”“어제 내가 누구를 때렸어?” / “나와 탱고를 추던 춤 선생님을 쳤잖아?”“에쿠, 많이 다치셨나?” / “상필씨의 주먹을 피하려다가 넘어졌어. 다치지는 않았어. 다행이었지.”“어떻게 사죄하면 되지? …
    문학 2020-12-31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