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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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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0-09-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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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유튜브를 보고 요가를 하거나, 걷는 동작으로 구성된 에어로빅으로 1마일을 걷는다. 강사에 따르면 이 가벼운 운동이 1마일이나 2~3마일 걷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 뒤 아침을 먹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역시 스마트폰으로 그날의 뉴스를 검색한다. 샤핑정보는 유명 유튜버들이 올린 샤핑후기를 읽고, 그들이 말하는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구입하러 다닌다.

저녁 역시 내가 구독버튼을 누른 유명한 세프나 인기강사들이 최근에 업데이트한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시도해본다. 가끔은 페이스톡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줌(zoom)으로 필요한 강의를 듣기도 한다. 

동네 산책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일상이 사이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가끔은 실제의 내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미래의 세상의 한 발자국 더 빨리 우리에게로 왔다. 이제는 누군가를 대면한다는 일이 그야말로 ‘Matter’가 되었다. 백신이 개발되어도 그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뉴 노멀이 거의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이제 밖으로 나가기보다, 어떻게 하면 집에서 더 유용하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가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얼마 전 가을에 심을 채소 씨앗을 사러 홈디포엘 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씨앗을 진열해놓은 장이 텅텅 비어있었다. 특히 야채 씨앗은 몇 종류 안 남았었는데, 이곳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좀 놀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이 농사짓기를 많이 한다는 반증이었다. 할 수없이 남아 있는 씨앗 중 노란호박과 케일, 강낭콩 씨앗을 사왔는데, 원래 사려고 했던 건 비트나 주키니 호박, 상추 그런 것들이었다. 

동네 월마트에 가도 사정은 비슷해서, 농사짓는 데 필요한 가든용품은 몇 가지 안 남았고, 홈베이킹에 필요한 밀가루나 설탕, 베이킹 파우더가 있는 선반은 텅텅 비어 있다. 뭐든 DIY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자전거를 구입하려고 아마존엘 들어갔더니, 마음에 드는 건 2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인이 떴다. 요즘 없어서 못파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와 야외 레저 용품들이다.

또한 RV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동네엔 풀장공사를 하는 집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그로서리 샤핑과 산책 외엔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집안이나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소비패턴도 바뀌게 된 것이다.

반대로 요즘 거의 파산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곳은 백화점이나 뷰티 서플라이, 세탁소 같은 곳들이다. 사람을 대면할 일이 점점 없다보니 굳이 멋 부릴 필요성을 못 느낄 뿐 아니라, 마스크가 가져다준 익명성이 겉옷이나 화장에 대한 관심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나 역시 새로 산 립스틱을 볼 때마다 언제 저걸 사용할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 괜히 샀단 생각마저도 든다. 

 

대신 건강식품 구입이 많이 늘었다.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식품이나 영양제, 비타민에 대한 기사를 보면 망설이지 않고 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복용해야 할 각종 약병들이 키친 테이블 한쪽을 다 점령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정보의 홍수는 ‘아는 게 병’이란 새로운 병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몸에 해롭다는 플라스틱 용기대신 BPA가 전혀 없다는 유리로 반찬통을 다 바꿨고, 세제나 목욕용품도 친환경 인증이 있는 걸로 바꿨다.

환경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껏 우리들이 입고 먹고 사용한 꽤 유명한 브랜드의 생활용품에도 환경에 유해한 독성이 그렇게 많았다고 하니,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1900년대 스페인 독감이 유럽을 바꾸어 놓았듯이, 코비드 19이 21세기 삶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이런 경우는 콜레라가 창궐했던 시대에도 그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콜레라가 대유행을 했던 남미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역병이 유행했던 시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하고 미워했으며, 한 여자를 50년이 넘게 기다렸으며, 운명적 사랑을 믿었다.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사랑에 빠진 아들을 보고, 사랑을 하면 콜레라에 걸린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며, 사랑은 무서운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하는 전염병은 사랑보다 더 무서운 왕관을 쓰고 있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다. 후대 사람들은 우리 세대를 코로나시 대라고 부를 것이다. 이 시대를 잘 건너는 법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일 것이다. 오늘도 난 코로나 시대를 서투르게 건너고 있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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