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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미 중부여행 1] 털사를 지나 스프링 필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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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5-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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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해는 꼬박 집에서만 보냈다. 가끔 인근 도시에 간적은 있지만, 여행이랄 수는 없고 너무 답답한 나머지 바람이라도 쐰다는 차원에서 운전만 하고 다녀왔다. 

우리는 보통 내년도 휴가를 그 전년도에 정하는데 21년도 봄쯤 되면, 세계가 어느 정도 개방되리라는 핑크빛 꿈을 가지고 4월 마지막 주를 휴가로 정해놨다. 하지만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지만, 국경은 여전히 닫혀있어 방향을 넓은 국내(?)로 바꿔야 했다. 

 

주 하나를 건너는데도 5시간 정도는 기본적으로 소요되지만, 자동차여행만큼 미국 내 주들을 구석구석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이번에도 우리는 이 방법을 택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차를 빌리면, 더 편하게 다닐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작은 소읍이라도 지나치려면 차가 나았다. 

첫날은 오클라호마 털사를 거쳐 미주리 주 스프링필드까지 갔다. 원래 목적지는 세인트 루이스 였지만, 털사에서 시어머니 묘지에 들렀다 한국식당에서 점심까지 먹고 나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그 곳까지 가기는 무리였다.

예전엔 목적지를 정해놓고 팔에 쥐가 날 때 까지 달렸는데, 요즘은 그냥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곳까지 가서 하루를 묵는다. 

털사는 우리가 신혼 때 2년 정도 살던 곳이었는데, 그 사이 한인 인구는 안 변했지만, 한국식당이 네 군데가 넘고, 제법 큰 한인 식품점도 생겼다. 

 

예전에 그 곳에 살 땐 둘째아이 돌잔치를 하려고 오클라호마 시티까지 가서 한국마켓 장을 보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최근 오스카 화제작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를 촬영한 곳도 털사 인근이라고 들었다. 털사의 한 호텔에서 한 달간 영화출연팀이 함께 숙식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훗날 명소가 될 것 같다.

 

스프링필드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머리 심슨이 나오는 만화 시트콤 ‘심슨 가족(The Simpson Family)’이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봤는데, 자막을 곁들여보니 시크하고 포복절도할 심슨 패밀리는 자꾸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시트콤에 이 가족이 사는 곳이 스프링필드였다. 우리는 단박에 미주리 주에 있는 스프링필드가 그 스프링필드인가 싶어 심슨 패밀리 흔적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프링필드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도시였다. 

미국에 스프링필드란 이름을 가진 도시가 각 주마다 한 곳은 있어,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아무튼 스프링필드는 아담한 도시였고, 원조 배스 프로 샵(Bass Pro Shop)이 있었다. 창업자 Jonny Morris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따라 오작 마운틴 와이트리버에서 배스 낚시를 하던 프로 낚시꾼이었다. 

그러다 낚시터에서 낚시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물건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들을 위하여 조그만 가게를 열게 되었다. 

처음엔 미끼나 낚싯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료품이나 술을 함께 팔았는데, 점점 소문이 나면서 대박이 났다고 한다. 

원조 샵에는 낚시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사냥이나 활, 총에 대한 전시가 거의 박물관 수준으로 각 방마다 진열되어 있다. 또한 그가 소장했던 수많은 레이스 카와 모터 사이클도 공짜로 볼 수 있다. 

같은 건물에 있는 거대한 수족관은 시간이 늦어 못 봤는데 상당한 규모라고 한다. 진정한 와일드 라이프의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다.

 

요즘은 친절한 ‘구글 맵’ 덕분에 운전하면서도 근거리에 있는 볼만한 구경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참 편리하다. 호텔 역시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다. 

도착하기 한 두시간 전에 구글링을 해도 늦지 않다. 아니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늦게 예약 할수록 가격이 내려갔다. 

하긴 미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고 나면, 호텔예약은 다시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코로나 19 규제가 풀리면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무지 많다고 하니 말이다.

 

호텔에는 생각보다 여행자들이 많아서 놀랐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는 하지만, 중부쪽으로 갈수록 좀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텔 수영장에도 제법 사람들이 있었고, 식당도 그랬다. 

그런데 우리가 묵었던 방은 냉장고 소음이 심해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토토 때문에 독 프렌들리 호텔로 예약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불이 더 추가되었다. 

지난 1년 집순이로 퉁퉁 부은 몸과 마음이 달리면서 좀 빠지기를 기대해본다. 언제든지 여행 첫날 찍은 사진은 어색하다. 

그래도 중부는 우리가 사는 남부보다는 나무가 많고 언덕도 제법 보인다. 내일은 세인트 루이스와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동네 한니발에 가볼 생각이다. 

미 중부를 관통하는 스토리 텔러같은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 그 곳으로 고고!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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