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하와이에서 생긴 일 (37) 탄도미사일 해프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4-30 10:04

본문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레이만 빼고 하와이는 좋아할 수가 없다는 얘긴데요.”

“여기가 레이의 땅인데 레이만 빼고라니”

레이 아빠께서 정말로 화가 나신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필은 계속 매우 건전한 발언을 이어갔다.

“제가요, 레이와 함께 하와이를 두루 다녀 봤는데요.”

“어딜 그렇게 두루 다니셨나요.”

“카우아이요. 그리고 니하우요.

레이 어머니가 참기 어렵다는 듯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 레이 어머니는 레이 아빠가 화난 게 조금도 무섭지 않다는 것을 은근히 상필에게 알려주려는 듯했다. 아무려나 레이 어머니는 내편이니까. 상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와이 8개 섬 중에 오하우에 80퍼센트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오하우 보면 다 본 것 아니에요?”

상필이 레이 어머니 옆으로 바짝 다가가서는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는 하와이가 좋으세요?”

“하와이가 좋으냐고? 그러엄, 좋구 말구.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지요.”

“알아요. 어머니는 꽃 속에서만 계시니까, 어머니는 여신이니까, 어머니는 풀루메리아처럼 순결한 분이시니까, 어머니는 하와이의 정결한 혼이시니까.”  

“레이야, 이 친구 침실로 데리고 가라. 취했어. 완전 취했네.” “아뇨, 로버트 선생님, 다시 말씀 드리는데 하와이는 좋은 게 하나도 없어요. 둘만 빼고요. 레이와 어머니.”

“상필, 그만. 나 화낼거야.”

레이가 상필의 팔을 잡아 끌었다.

“맞잖아. 내 말이 틀려?”

“레이가 말했지. 하와이는 군대, 관광, 건축 이 세가지가 주요 비지네스라고. 군대가 뭘 지켜 줍니까? 관광이 하와이 먹여 살린다고요?  건축? 그 자본 하와이에서 나온 겁니까? 순수한 게 없어요. 순수한 게. 하와이 혼이 없단 말예요.”

“상필씨, 하와이 지키는 일 걱정 말아요. 하와이에는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어요.” 

레이 어머니가 진실로 상필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 어마 어마한 군 부대. 세계를 덮고도 남죠. 그런데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쏘았다고 뉴스가 떴잖아요? 그 때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한 일은 뭐예요?”

레이 아버지 로버트씨가 거실 한켠에 진열된 양주 병 하나를 들고 와서 두껑을 땄다.

“제가 따라드려야죠. 아버님.”

“술 먹었다고 함부로 말하면 안되네.”

“네, 교수님. 그런데, 난 그때 하와이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되었고 와이이키키 비치에서 어렴푸시 잠에 빠져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웅성웅성 허둥지둥 난리가 났더라구요. 난 무슨 패쌈이 났나 했지요.  ‘새끼들’이라고 속으로 욕을 하고는 계속 잠을 잤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 보니 가방이 없어진 거예요. 내 손에 쥐어있던 아이폰만 남았더군요.‘홈리스와 도둑놈들’, 이게 저의 하와이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니까요. 다행히 레이를 만나서 금방 수습이 되었지만요. 알고 보니 그날, 글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미사일 경보기가 발령되어 온 하와이 주민들이 피난하느라고 야단법석이었던 거예요. 이게 가짜 뉴스여서 코미디로 끝났지만, 하와이는 위험하다구요. 하와이는 미국의 주들 가운데 북한에서 가장 가깝습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쏘았다 하면 20분내에 하와이 섬에 떨어집니다. 아시지요?”

상필이 아이폰을 로보트씨에게 레이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그날, 하와이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아시죠?”

 

<증언 1. 저는 지상 낙원이라는 하와이에 온 여행자인데,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경고 사이렌을 듣고 ‘여기 죽으러 왔구나’ 했다니까요.>

<증언 2. 우리는 4살 2살 애들을 데리고 우선 먹을 걸 챙긴 다음, 우리 집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어딘가 하다가 욕실에 들어갔어요. 그런 다음 기도를 하면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욕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으니 웃겼죠.>

<증언 3. 우린 아무런 알람이나 사이렌도 듣지 못했어요. 회사에 일하러 간 남편이 전화를 해서 알았어요.  우린 무방비였어요. 저는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납니다.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게 이렇게 쉬워서는 안 돼지요.>

<증언 4. 호놀룰루에서 마침  PGA 하와이 오픈 골프 대회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경보가 울리던 몇 분 동안은 버디를 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증언자들은 더 많아요. 북한의 김정은이는 공연히 욕 먹은 거 아니냐며 그를 동정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렇게들 대피소동을 벌리며 떨고 있었는데 경보가 울리고 나서 정확하게 38분 후에하와이 주지사 데이비드 이게는 ‘공무원이 버튼을 잘못 눌러 경보기가 울리게 됐습니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습니다.’라고 바보 같은 사과를 했지요. 제가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제 메일 함에 이런 상황을 다 모아놨어요. 여기 보세요. 사진, 사람들이 아기를 안고 막 뛰어가고,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느라고 쩔쩔매고 있고..이런 상황에 인도 태평양사령부는 뭐했죠? 뭘 했다는 뉴스가 없어요. 하와이는 어처구니가 없어요. 레이를 탈출시켜야되요”

 

“이봐요, 상필씨, 서울은 그런 미사일을 언제 쏠지 모르는 북한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잖아. 평양과 서울이 몇 키로나 되지요? 그런 지뢰 밭 같은 곳으로 우리 레이를 데려 간다고?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하와이의 세큐리티는 너무 걱정말아요. 여긴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 (USINDOPACOM))가 있어요. 8만의 대군이 하와이를 지키고 있지요.”

레이 어머니가 조금 화난 얼굴로 말했다. 이에 당황해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상필을 레이 아버지 로버트씨가 소파에 앉게 했다.

“레이야, 여기 상필에게 물 한 잔 갖다 줘라. 얼음 잔뜩 넣어서”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2020년 한 해는 꼬박 집에서만 보냈다. 가끔 인근 도시에 간적은 있지만, 여행이랄 수는 없고 너무 답답한 나머지 바람이라도 쐰다는 차원에서 운전만 하고 다녀왔다.우리는 보통 내년도 휴가를 그 전년도에 정하는데 21년도 봄쯤 되면, 세계가 어느 정도 개방되리라는 핑크…
    문학 2021-05-14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사케’입니다. ‘사케’란 단어의 뜻은 정확히 무엇일까요?사케는 일본어에서 酒(술 주)자를 훈독, 즉 본인들 발음대로 부른 것으로 사케는 일본의 모든 술을 지칭하는 말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사케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술의 한 종류라…
    리빙 2021-05-14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부자가 되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이 없어서 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외모나 두뇌 등 신체적인 조건이 매력적이지 못해서 일까? 하지만 노력으로 자신의 조건을 극복한 사…
    부동산 2021-05-14 
    안녕하세요! 맑은 5월이 한창입니다.오늘의 주제는 ‘꿀’로 정했습니다. 꿀은 우리 일상 생활에 그리 많이 접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꿀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면 우리 일상의 정말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그럼 일단 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먼저 알아…
    문학 2021-05-07 
    - 치매의 70% 이상은 알츠하이머가 원인, 주요 증상은 기억력 감퇴- 약물치료 및 인지재활 등을 통해 질환의 진행 지연시키는 것이 최선의 치료- 나이 들어도 적극적인 두뇌활동, 신체활동으로 알츠하이머 예방해야“나는 알츠하이머다” 최근 배우 박인환이 나이 일흔에 발레를…
    리빙 2021-05-07 
    근래에 들어 한인타운 내에 자체 건물을 짓는 한인 동포들도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개인이 많아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한인사회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을 구입하면서 그 건물을 커머셜 보험에 가입…
    리빙 2021-05-07 
    한마디로 ‘미쳤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노도와 같은 광풍이다.이번 월요일 전국적으로 달라스 시간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식당 재활기금-Restaurant Revitalization Fund’ 신청에 대한 총평이다.주무기관인 연방 중소기업청(Small Busine…
    회계 2021-05-07 
    알러지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외부로부터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여러 요소에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말합니다. 이때 외부 요소들은 꽃가루, 동물의 털, 화학물질, 박테리아, 먼지 등을 말합니다.◆ 알러지는 면역체계에 발…
    리빙 2021-05-07 
    침대 가장자리 아래로 한껏 내려잡았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쏟아져나오는 푸른 빛을 감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잠 들었겠지, 김 선생은 곁눈질로 돌아누운 아내를 일별하고는 얼른 반대편 눈동자를 스마트폰으로 내리꽂았다.액정에서는 숫자가 11.87021, 21.36954…
    문학 2021-05-07 
    전례없는 부동산 붐을 야기시키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는 세금이 높은 캘리포니아와 뉴욕같은 동·서부 큰 도시에서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텍사스 주 달라스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 한 몫 하고 있다.수 십년간 달라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부동산 에이전트들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2021-05-07 
    「절대로 용서하지 못합니다」알렉상드르는 자신이 어렸을 때에 프레나 신부로부터 성폭행 당한 사실을 상담가인 레진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린다.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내 마리는 아이들도 이 일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알렉상드르에게 아이들에게도 내용을 말해주라고 한다.그 …
    문학 2021-05-07 
    이번 주 휴람의료정보에서는 전립선암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도와 전립선암의 정보에 대해서 중앙대학교병원 비뇨기과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최근 설문조사결과 남성 대부분이 전립선암을 인식하고는 있어도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립선암의 …
    리빙 2021-04-30 
    안녕하세요! 텍사스의 더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 포탈 싸이트에서 본 것인데 ‘한국인의 신년계획’ 상위 랭크는 ‘다이어트’, ‘금연’, ‘금주’, ‘독서’ 등이 상위 랭크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20년간 이 순위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한국의…
    문학 2021-04-30 
    코로나 19 사태를 맞은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이곳은 다행하게도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어서 성인의 상당수가 두번의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요사이 주변에서 바이러스 확진자 소식은 쉽게 들리지 않는다.어쩌면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의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
    회계 2021-04-30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레이만 빼고 하와이는 좋아할 수가 없다는 얘긴데요.”“여기가 레이의 땅인데 레이만 빼고라니”레이 아빠께서 정말로 화가 나신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필은 계속 매우 건전한 발언을 이어갔다.“제가요, 레이와 함께 하와이를 두루 다녀 봤는데요.…
    문학 2021-04-3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