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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미 중부여행 2] 세인트루이스에서 한니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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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6-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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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e the State, 미주리 주의 동쪽 관문인 세인트 루이스에 간다면 당연히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라 불리우는 조형물을 봐야 한다. 보통의 미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시를 웬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상징인 둥그런 아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운타운 공원에 있는 이 아치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평일인데도 예약이 꽉 차서 당일 예약은 불가능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조형물인데도 마치 커다란 철근을 거인이 두 손으로 동그랗게 구부린 듯 유연하기 그지없다. 과연 미국의 현대 건축은 세계 최고라 할만하다. 조형물 건너편에는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 조형물은 공원 어디쪽에서도 봐도 같은 모양이고, 같은 거리인 것이 신기하다. 

직사각형 건축에 익숙해서 인지 하늘을 가르고 있는 곡선모양의 아치는 주변풍경을 거슬리지도 않고, 참 조화롭게 보인다.

웨딩화보를 찍으려고 온 커플들도 보이고, 강바람을 쐬며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한 세인트루이스 시민들의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그 유명한 세인트 루이스 베이비 백립을 못 먹고 가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이 아치를 본 것만으로도 세인트 루이스는 충분히 가볼만 한 가치가 있는 도시이다.

 

마크 트웨인의 어린시절 뮤지엄이 있는 한니발은 세인트 루이스에서 서북쪽으로 2시간 정도를 가면 나온다. 정말이지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곳이 아니라면 미국에도 이런 깡촌이 있구나 싶을 만큼 외지고 한적한 곳이다. 

별 특징도 없는 심심한 벌판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가다보면 ‘마크 트웨인’이란 글자가 들어간 간판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바로 한니발이다. 

마크 트웨인 댐, 마크 트웨인 호텔, 마크 트웨인 헤어샵 등등 한니발에서 마크 트웨인이란 글자가 안 들어간 상호를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뮤지엄과 상가 등이 거의 마크 트웨인과 연관되어 있으며, 작품의 주 무대가 되는 미시시피강은 뮤지엄에서 5분거리다.

강폭이 한강보다 더 넓어 보이는 미시시피강은 지금도 흙탕물에 끊임없이 나무토막 같은 것들이 조류에 밀려 떠다니면서 섬을 만들고 있었는데, 비가 와서 유람선을 타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명도 알고보면 미시시피강과 관련이 있다. 스무살쯤 그의 직업은 수로 안내인이었는데, 그가 하는 일은 스팀보트가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강물의 깊이를 확인해서 알려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때 강물의 깊이가 ‘넘버 투’가 되면 안전하다는 신호로 그는 종일 조타수들에게 ‘마크 투’를 외쳤는데, 훗날 그는 본명 대신 귀에 익은 ‘마크 투’에서 착안하여 필명을 ‘마크 트웨인’으로 정했다. 본명은 사무엘 랭혼 클레멘스다.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마크 트웨인의 작품들은 썩 환영을 받지 못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주인공인 불량소년 헉의 행동거지와 말버릇이 청소년들에게 모범적이지 못하다고 하여 미국 내 적지 않는 학교와 도서관에서 추방을 당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비속어와 남부사투리를 입에 달고 사는 고아나 다름없는 헉과 도망쳐나온 노예 짐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미시시피강 모험기는 당시 미국사회의 주춧돌이나 다름없는 청교도적인 가치관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헉은 종종 천국보다는 지옥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해대며 기독교인들의 위선과 기만을 날카롭게 꼬집는 악동이었다. 하지만 후에, 윌리엄 딘 하월스나 챈들러 해리스 같은 몇몇 작가들이 이 작품의 문학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비로소 이 작품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언했다. 소위 ‘작가들의 작가’로서 윌리엄ㅠ포크너나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J.D. 샐린저 뿐만 아니라 미국의 현대작가들에게 그가 끼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지대하다. 책 첫머리엔 과연 마크 트웨인다운 경고문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총살할 것이다.”

 

강가에는 우산을 들고 산책하는 노부부들이 눈에 많이 띄였다. 난 그들이 어린 시절 마크 트웨인의 동화책을 보며 자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 트웨인 뮤지엄은 어린시절 집 외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총 5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엔 마크 트웨인의 영원한 여자친구 베키가 살았던 집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부잣집 딸 베키는 말썽꾸러기에 가난했던 마크 트웨인과 실제로 죽을 때 까지 절친으로 지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을 통하여 얻게 되는 삶의 통찰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러기에 더 잘 살기 위해 여행한다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는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이 길을 나서는 순간 모두 소중한 것들로 바뀌기 시작한다. 

폭우가 내리는 날 운전을 해봐야 집에 있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알게 되며, 지겹게 먹던 한식도 어떤 곳에서는 몇 시간을 달려야 맛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스스로 만든 제약이나 구속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유와 해방을 찾으라고 권한다.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는 마크 트웨인의 외침이 비에 젖은 한니발 보도블럭 위에 가득하다. 당신은 20년 후,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더 실망할 것이라는 그의 명언은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것 같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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