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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하와이에서 생긴 일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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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09-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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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40일 


“이누므시키, 하와이에서 뭐하고 자빠졌노. 와 빨리 안오노… 뭐, 하와이의 진주? 쿨룩쿨룩…”

“네, 하와이의 진주를 가지고 가려고요.”

“내다. 엄마다. 뭐라고? 하와이의 진주? 그거 비쌀텐데.”

“그럼요. 아주 비싼 하와이의 진주예요.”

“하와이 산호도 좋단다.”

“산호요? 그것도 가져 가지요.”

“필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랑 와라. 느그 아부지가 김 비서실장 하와이에 보낸다 카더러. 너 잡아오라고.”

“예, 엄마, 아버지 왜 기침 하셔요?”

“일찍도 물어본다. 느그 아버지 독감 걸렸다. 노인이라 언제 급성 폐렴으로 될지 모른단다. 집에 간호원 데려다 놓고 간병하고 있다.”

“네, 낼 모래 출발하는 비행기에 예약했습니다.”

상필이 레이와 레이네 가족 주치의한테 간 것은 레이가 구토증을 일으켜 소화기관에 문제가 없는지 또 비행기 여행에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닥터가 구토증의 원인을 본인이 더 잘 알거라며 임신 중임을 알렸다. 

뭐라구? 상필이 놀라고 기가 막힌다는 듯 레이를 보았다. 레이는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상필은 정말 두 사람의 사랑의 행위가 가져올 결말을 알지 못했다. 사랑은 책임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린 낼 모레 한국으로 가야 해. 아버지가 편찮으시대. 어머니는 하와이의 진주를 보고 싶어하셔. 산호도.”

공항에는 하와이 스모 클럽 회원들과 ‘나이 아우푸니-Na’i Aupuni(하와이 나라 찾기) 멤버들이 환송을 나왔다. 공항이 꽉 찬 느낌이었다. 레이는 자연스럽게 이들과 포옹하며 떠들고 웃었다.

“어떻게들 나왔지?”

“그들은 그냥 알아. 그들은 내가 어딜 가는지 알아야 해.”

그들 중 팔에 가득히 문신을 한 사내가 상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상필의 겉옷에 벳지 하나를 달아 주었다. ‘Na’i Aupuni(하와이 나라찾기)’ 4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뱃지였다. 

이들은 혈통을 주의자들이다. 하와이 원주민과 결혼하면 혈통의 50퍼센트를 인정한다. 상필이 옷에 달긴 벳지를 만지며 키스를 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인가.

“이모가 공항에 나올거다. 시부모께 인사하고 빨리 오너라”

“네. 이모도 만나려면 2주는 걸려야…”

“잊지 말아라.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아버지, 알아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의 고향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환영파티를 겸한 펀드 레이징 행사가 한달 후에 있다. 이 파티를 총괄하는 임무가 레이에게 맡겨져 있었다. 

모르긴 해도 레이는 오바마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와이의 딸에게 주는 오바마의 선물이라고 했다.

하와이안 에어라인에 올랐다. 상필은 하와이와 서울을 잇는 항로가 대한항공 외에 하와이안 에어라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와이안 에어라인 퍼스트 클라스, 레이 아버지의 선물이었다. 

기내 음악이 하와이의 아리랑이라는 ‘알로하 오에’가 깔리고 분위기가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하와이안 로열 클럽의 실내장식을 떠올리는 클라식 한 장식이었다. 

상필은 대한항공을 타고 세계를 누벼왔다. 하와이안 에어라인에 탐승하고 보니  상필은 남의 집 거실에 앉아있는 느낌이었으나 곧 적응이 되었다. 

승무원들은 검은 머리칼에 커다란 눈을 가진 하와이안들로 레이이와는 가까운 친구들 같았다. 풀루메리아와 오키드의 향기 속에서 샴페인과 과일이 넘쳐났다.  레이는 이곳에서도 VIP였다.

 

상필은 안전벨트를 매고 몸을 의자에 깊숙히 묻었다. 27살 되던 해 상필은 유학을 핑계로 한국을 떠났다. 3년 동안 알라스카를 포함 미국 49개 주를 돌아 다녔다. 그냥 다닌 게 아니라 상필이네의 가업인 ’우리 된장’을 팔기 위해 다녔다. 

처음엔 세일즈 한다는 것이 쭈뼛쭈뼛 하고 어줍잖았는데 1년쯤 되자 프로가 되었다. 모든 일은 ’연습하면 프로가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할까. 

지난 3년 동안은 ‘날자 날자’ 하고 다녔다. 그 홀가분한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공연히 웃음이 나고 몸이 가벼웠다.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빨래를 하고 혼자 걸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 즐거웠다. 진짜 날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미국은 자동차로 달려보면 정말 크다. 가끔 길을 잃기도 했지만 미국은 상필에게 감격이었다. 텍사스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200마일의 의 속도를 냈을 때 상필의 몸은 완전 무중력의 공간에 있었다. 

차원이 다른 공간에서 왜 하필 눈물이 나왔는지 대기권을 벗어난 듯한 외로움이었을까. 그때의 기억이 뚜렸했다.   

 그런 가벼움으로 살다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본능이 작용한 것일까. 건강한 육체도 쉼은 필요한 것이다. 집으로 가던 중 하와이이에 들린 것이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잠이 들었다가 여권을 잃어버리고, 영사관에 분실신고를 하고, 배가 고파서 알라모아나 후드코트에서 포이를 맛보았다가 레이를 만났고, 레이의 손에 이끌려 하와이의 여러 곳을 구경했다. 

스모하는 친구들한데 두들겨 맞다가 태권도로 제압하고 그날 오하우 섬의 올림프스 산 탄타룰스 전망대에서 레이와 상필은 깊이 깊이 사랑하였다. 상필의 30세에 만난 사랑이었다.

하와이에 머무는 40일 동안은 3년의 미국 메인랜드에서와 맞먹는 경험이었다. 그 동안 모든 사물이 상필을 스쳐갔다. 생각해보니 그냥 스쳐가는 사물은 공허하다. 추상같은 바람이나 구름도 머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개미들의 행렬을 볼 수도 없었고 꽃이 피는 줄도 몰랐다. 

더구나 꽃에 향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지만 땅을 필요로 한다. 랜딩을 해야만 다시 비상할 수 있다. 상필이 그동안 고공비행을 했었다면 이제는 땅을 밟을 차례인 것이다.

레이를 안아보고 무한한 힘을 느꼈다. 이 기분은 나르는 기분과 달랐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 무엇이 붕 떠있는 상필을 사로잡고 내려앉게 했다. 하와이, 그 곳에서 깊은 잠을 잤고, 끝없이 걸었고, 오래 바다 밑으로 잠수하여 거북이와 놀았다. 

메인랜드의 모든 것은 그냥 지나가고 떠나갔지만 하와이에서의 사랑은 상필에게 머물렀다. 갑자기 상필의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어깨가 무거워.”

“나도.”

상필과 레이, 둘은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끝>

 

 

** 김수자의 ‘하와이에서 생긴 일’ 제1부를 마칩니다. 다음 이야기는 10월 첫 주 선보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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