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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peek through the window)] 다이내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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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1-12-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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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다보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단골이슈가 있다. 여자들의 수다는 보통 아이들 이야기와 건강, 여행, 골프 등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인데, 유독 한국 친구들은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서 들으면 이십 몇 평 짜리 아파트가 몇 십억이나 하는 것도 충격적인데 더 충격적인 것은 여기에 비하면 낮아도 너무 낮은 종부세를 가지고 세금폭탄이니 뭐니 하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해도해도 너무 오른 아파트 가격 때문에 절망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라면 모를까, 1년 사이에 얻은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은 제쳐두고, 병아리 눈물만한 세금을 가지고, 엄살을 떠는 것이다. 

 

 

텍사스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겪는 것이지만 한국으로 치면 5억도 안 되는 집 세금이 1,200만원 쯤 되는데, 한국 친구들은 고작 10분의 1도 안 되는 세금을 갖고도 난리를 친다. 

 

나는 사실 경제에 정통한 사람도 아니고, 세금에는 더더욱 문외한이지만, 미국 와서 배운 것 한 가지는 가진 것만큼 내야 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에 사는 죄로 한국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선진국의 모든 혜택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달되는 것이니,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사시사철 냉난방이 잘 되는 학교에서 우리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비대면 수업에 드는 비용도, 하다못해 동네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리는 것도,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 많은 것도 알고 보면 다 우리가 낸 세금을 기초로 하는 복지인 것이다. 

 

요즘 한국 신문의 최대 이슈는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과 종부세 같은 세금에 관한 것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고 아예 종부세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속보이는 대선후보도 있고,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내는 것이 싫어서 두 세 채씩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증여하고 나선, 자손들이 변심할까봐 속앓이를 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여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궁지에 몰린 정부는 종부세 과세적용을 9억에서 11억으로 상향조정했는데 신문기사에 보니, 그렇게 조정한 세금이 집이 한 채인 경우 25억 미만 아파트가 평균 50만원이란다. 

이곳의 10만불 짜리 집보다 더 낮은 세금이어서, 입이 안 다물어 진다. 

 

 

참 다이내믹 코리아다. 그렇게 낮은 세수로 어떻게 유치원을 공짜로 보낼 수 있으며, 의료비는 왜 그렇게 러블리한지 알 수가 없다. 

 

수입의 3.40%는 자동적으로 떼고 나오는 미국 직장인들의 월급은 연봉액수로 보면 ‘와’ 소리가 나오지만, 실 수령액을 접하면 정말 빛 좋은 개살구인데, 그렇게 해도 유치원, 높은 의료비는 모두 ‘내돈내산’으로 살아야 한다. 

내는 세금에 비하여 혜택은 터무니없이 야속한대도 이곳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이니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모든 외국인과 우리 같은 해외동포들은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그 사실을 절감한다. 

 

세계에서 명품이 제일 잘 팔리는 나라 중 한 곳이고, 거리의 옷차림들을 보면, 미국에서 청바지나 추리닝을 주로 걸치고 사는 우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한국의 실리콘 벨리’라는 판교 사거리에 가면, 오스틴에 있는 IT 기업에 다니는 아들의 사무실은 너무 지저분한 것 같고, 그곳은 메타도시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강남 여자들의 삶은 또 얼마나 럭셔리한가. 개인 헬스 트레이너가 있고, 피부과엘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다니고, 성형은 기본에,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동안의 여자들이 멋진 카페안에 가득하다.  

 

 

흔히들 미국을 ‘개인주의 끝판왕인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 시스템은 제레미 밴덤이 주장한 공리주의와 비슷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영화를 보고, 할리우드 배우가 입었던 옷을 비슷하게라도 흉내낼 수 있는 나라, 고흐의 해바라기나 모나리자의 미소를 카피본으로 구입할 수 있고, 가진 자들이 더 낸 세금으로, 조금 혹은 많이 덜 가진 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나라, 날마다 터지는 총기사고와 인종차별, 홈리스 같은 다른 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사회적 난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미국다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사회논리를 구성원 모두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득권 중심의 법으로, 부익부 빈익빈 시스템이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그들은 법과 제도를 이용하여 재산을 불리고, 세금을 내는 데에는 인색하다. 집이나 사업체가 세금을 불납하면 가차 없이 빼앗기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빠져나갈 수 있는 법망이 많다. 

 

유달리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선 돈이 내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 지출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복지는 다 따라 하고 싶으면서, 세금 내는 데에는 인색한 일부의 의식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잡고 있다. 한마디로 소수의 개인들만 행복한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어마어마한 예술품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보며 즐기는 것 보다, 다수가 보며 행복할 수 있으니 이거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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