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peek through the window)] 신 캘리포니아 드림 (new california d…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2-02-11 11:43

본문

언젠가부터 텍사스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가는 곳 마다 길 공사 중이 아닌 곳이 없고, 아파트와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타주에서 온 차 번호판들이 물결치고, 어마어마한 화물들이 줄을 잇고, 스토리지 빌딩들은 “보관할 공간이 더 필요한가요?” 하며 끊임없이 묻고 있다.

 

출퇴근길 도로는 어딜 가나 예외 없이 트래픽이고, 비교적 한가하던 집 부근의 하이웨이 287 마저도 이젠 635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밀리고 있다. 텍사스에서 살기 시작한 9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정말 모든 것이 격세지감이 아닐 수가 없다. 

 

당시엔 텍사스의 상징이라고 할 만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시원하게 빵빵 뚫린 프리웨이를 드라이브 하는 재미와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나 말들이 있는 풍경, 과히 텍사스 사이즈라 할 만한 마당큰 집들과, 좀 덥긴 하지만 아이들 키우기에 복잡하지 않는 환경들이 그랬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 답게 사람이나 환경이나 여유가 흘러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집이나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짓다보니, 동네 길 곳곳에 써클 드라이브를 만들었는데도 길 정체는 기본이고, 가까운 그로서리나 코스코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가는 곳도 십분이면 되던 거리가 족히 이 삼십분은 걸린다.

 

신호등이 그린 라이트인데도 정체 때문에 직진을 못하고 그대로 서 있거나, 사거리인 경우 먼 길로 돌아서 가는 것도 다반사다. 

 

포트워스 지역에서도 좀 한가한 편에 속했던 북서쪽 부근이 이 정도면 다른 곳은 말 안 해도 뻔할 것이다. 이른바 신 캘리포니아가 된 텍사스 드림을 안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텍사스로 몰리고 있다. 

 

통계적으로 텍사스는 지금 한 해에 50만명 정도가 이주해오고 있다고 한다. 빠져나간 인구를 감안해도 2010년 이후 420만명이 이주를 해왔다고 하니, 텍사스가 시끌시끌 한 것은 당연하다.

 

오래 살다보니 정작 텍사스 주민인 나는 텍사스가 그렇게 매력적인 주인 줄 모르겠는데, 타주에서 보기엔, 특히 사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풍부한 일자리와 인력자원, 알맞은 주택가격이 아주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것 같다. 

 

특히 개인소득세가 없고, 기업규제가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도 한 이유이다. 우리 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미국의 여러 주를 물색하다 170억 달러 투자가 들어가는 공장을 텍사스 주에 짓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어스틴 부근에 캠퍼스를 짓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인구유입은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30년 전 쯤 처음 텍사스로 이사 와서 살 때만 해도 텍사스는 내가 꿈에 그리던 곳이 아니었다. 여름이면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에, 황량한 빈 들판 뿐, 한국에서 친지나 친구가 놀러 와도 딱히 데려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주 보링(심심한) 한 곳이었다. 

 

그나마 겨울 날씨가 아주 춥지 않아 사계절 내내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과, 타주에 비해 싼 집값 정도가 좀 나은 점이었다. 

 

그런데 싼 집값도 타주로 이사를 갈라치면 좀 고민거리였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 집 한 채를 팔아 텍사스로 오면, 그 돈으로 사업체와 집을 동시에 살 수 있지만, 텍사스에서 중간 값 정도 집 한 채 팔아서 다른 주로 가면, 집 사이즈를 한참 줄여 가야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웃돈을 더 얹어주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주가 되었다. 

 

19세기 중반 캘리포니아 강가에서 금이 발견된 이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처럼 사람들은 지금 좋은 일자리와 낮은 생활비,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이 보장된 텍사스로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인이라면 한 때 누구나 꿈꾸었던 캘리포니아 드림은 작금에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빈부격차, 잦은 자연재해로 인해 엑소더스 행렬로 바뀌었다. 

 

엘에이 다운타운은 홈리스들로 넘쳐나고 연봉 십만불 정도 되어야 겨우 지탱할 수 있는 삶의 질은 많은 저소득층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이로 인해 1년 내내 온화한 날씨와 산과 바다를 오가며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지닌 캘리포니아는 지금, 가끔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일 뿐 삶터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비드 19 시대에 사람들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한 달 한 달을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위태롭게 살지 않고 안정되게 살고 싶어 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도 뉴욕이나 엘에이에 사는 사람들 보다는 텍사스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여유가 있어 보인다.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같은 수입으로도 여가를 더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한국의 작은 아파트 가격을 보고 놀라는 것처럼, 한국이나 뉴욕,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온 사람들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텍사스 집들을 보고 놀란다. 

 

물론 대도시는 더 많은 문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상의 풍요로움도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인 것이다.

 

 

며칠 전 겨울의 통과의례처럼 눈폭풍이 한 차례 또 지나갔다. 빈 가지마다 얼음꽃이 피어 오랜만에 설경을 구경하면서 패티오에 있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었다. 

 

올 겨울은 지난 가을에 여기저기서 얻어온 땔감들이 많아 조금 더 추워도 될 것 같은데 어느덧 입춘이 지났다. 한국은 대선으로 시끄럽고, 미국은 오미크론의 그림자로 아직 불안 불안하다. 

 

이런 날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들으며 이제 추운 겨울날은 캘리포니아가 아닌 텍사스를 꿈꾸기를 고대해본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안녕하세요! 1년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매년 비슷하게 생각되는 것은 연초의 시간은 빛의 속도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최근에 한동안 추운 날씨가 이어졌는데요, 오늘은 추운 날에 생각나는 따끈한 요리인 ‘샤브샤브’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리빙 2022-02-25 
    ‘주택시장의 큰 손’ 타주 구매자다른 지역, 특히 캘리포니아와 서부 해안에서 달라스로 이사하려는 주택 구매자들은 DFW 지역 주민보다 기꺼이 평균 10.6%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리서치 결과가 나타났다.부동사 온라인 플랫폼 Redfin의 최근 보고…
    부동산 2022-02-25 
    어머니(토시코)가 큰 아들(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쿄헤이)는 집을 나와 혼자서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리고 아버지는 바닷가에 도착해서 먼 바다를 바라본다.한편 주인공 료타는 아내 유카리와 아들 아츠시와 함께 기차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문학 2022-02-25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어느 날 큰 도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의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지요. 그 때 간디를 존경하던 한 사람이 다가와 간디를 반갑게 맞으며 말했습니다.“선생님,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여기서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합니다. …
    교육 2022-02-18 
    코로나 19 사태를 겪은지 벌써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2022년을 맞이한지도 벌써 한달반이 훌쩍 지난 이즈음에 세상은 다양한 변수들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바다 건너 고국도 K-방역을 앞세워서 선진국을 표방했으나 일일 확진자 5만명을 상회하는 시점이다. 대선을 목…
    회계 2022-02-18 
    자기 소설이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영화로 제작되어 성공하면 여러모로 좋은 거고, 아니면 단행본을 출간한 것으로 만족하면 되니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는 것이다. 그 강의를 들을 땐 그런가 보다 하고 심드렁하…
    문학 2022-02-18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오랜만에 수산물 ‘갈치’로 정했습니다. 인간의 기술의 발달하고 현재와 같이 양식업계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시대에 자연산 식품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합니다.인구는 많아지고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예전에 흔히 보던 자연산 식품들…
    리빙 2022-02-18 
    근대사회 이전부터 평범한 사람이 부를 쌓는 방법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생산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을 모아 자식을 키우고 집을 샀다. 자녀 결혼 자금과 은퇴 이후 노후자금까지, 재산의 원천은 순전히 근로소득이었다.21세기가 20년이 지난…
    부동산 2022-02-18 
    집보험의 혜택은 상당히 포괄적이며 다양한 보상 규정들이 복잡하게 짜여 있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면도 많이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살펴 보면서 배움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빈방이 있어서 렌트를 …
    리빙 2022-02-11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연말에 올해부터 적용될 새로운 세법 때문에 미 연방 의회와 미 연방 국세청격인 Internal Revenue Service와 작은 충돌이 있었다.사업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상점이나 음식점이나 어느 곳이든 우리가…
    회계 2022-02-11 
    언젠가부터 텍사스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가는 곳 마다 길 공사 중이 아닌 곳이 없고, 아파트와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타주에서 온 차 번호판들이 물결치고, 어마어마한 화물들이 줄을 잇고, 스토리지 빌딩들은 “보관할 공간이 더 필요한가요?” 하며 끊임없이 묻고 있…
    문학 2022-02-11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2022년도 벌써 설이 지났습니다. 신년에 계획하셨던 일들 잘 이루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오늘은 하루하루 삶에 지쳐있는 분들에게 조리없이 간단하게 체력을 보충시켜주고, 높은 영양가를 공급해줄 수 있는 우유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리빙 2022-02-11 
    텍사스 북부 주택시장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잠재적 구매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주택이 리스팅 되면 에이전트들은 바이어와 홈 쇼잉을 하기 위해서 ShowingTime이라는 스케줄링 업체를 통해 예약을 한다.그런데 ShowingTime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쇼잉…
    부동산 2022-02-11 
    194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안네가 한나의 집으로 가서 함께 공원에 놀러 가자고 말한다. 이에 한나가 난 가비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하자, 안네가 가비는 침대에 눕혀두면 되잖아 하고 말한다.그리고 두 사람은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독…
    문학 2022-02-11 
    바다건너 고국은 근자에 국회 기획예산처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오는 2054-2057 사이에 국민연금 고갈이 예견 된다고 한다.우리 고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지만 출산률은 가장 적게 집계 되고 있다. 정부가 이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표를 잃을것을…
    회계 2022-02-04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