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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파헬벨의 캐논과 떠나는 7번 도로 단풍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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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수없이 방황을 하곤 합니다. 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곤 합니다. 불안한 경제, 정세, 어느 것 하나 우리의 현실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없습니다.
시원한 가을의 내음을 품으며 좀더 차분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이곳 저곳이 영 불안한 하루의 연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들 합니다. 이상을 품고 있지만 할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말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고……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는 것을 보니 이제는 어느덧 가을의 풍경이 우리의 삶 가운데 깊이 들어왔나 봅니다. 모든 것이 어수선한 이때 현실을 뒤로하고 때로는 가슴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난 파헬벨의 캐논을 따라 7번 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아끼는 구식 엠피3 플레이어(MP3 Player) 아이팟 미니(iPod mini), 오래 전에 구입한 것이라 동영상도 안되고 용량이 작아 많은 음악을 넣기에도 부족하지만 가을의 음악들을 장르별고 꼭꼭 집어넣으니 수 백곡이 들어갔습니다. 그 중에 첫 곡을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 파헬벨(Pachelbel)의 캐논(Canon)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부터 시작하여 한국의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곡의 연주가 있지만 이번 가을은 현악4중주(String Quartet)로 구성이 된 곡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뭔가 허전한 듯 하면서도 꽉 찬 음악, 스트링의 갸날픈 소리가 때로는 브라스의 풍성한 그리고 힘찬 음을 기대하지만 결코 이를 허락하지 않는 절제된 음악 파헬벨의 캐논이 이번 가을 여행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파헬벨의 캐논을 들으며 달라스에서 30번 하이웨이를 따라 동쪽으로 텍사카나(Texakana)를 지나 알칸소로 4시간 정도를 운전을 하면 출구 78번에서 7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이 도로는 알칸소 지방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미조리주 경계선 까지 이르는 긴 도로로서 알칸소 지방에서는 가장 유명한 관광도로 중의 하나로 가을에는 단풍여행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도로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적어도 2박3일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도로가 지나는 곳곳에 너무나 아름다운 곳,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아 하룻밤을 유하고 싶은 곳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30번 하이웨이를 나와 7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5분 정도만 드라이브하면 왼쪽으로 디그레이 호수(Degray Lake)와 리조트가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까지 할 수 있는 깨끗한 물, 그리고 그러한 호수를 감싸는 단풍에 물든 가을의 수목들, 이곳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처음 도착한 7번 도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버립니다. 또한 여기에서 40분 정도 북쪽으로 운전하면 여러분들이 잘 아는 핫 스프링스(Hot Springs)가 해밀톤 호수(Hamiton Lake)를 끼고 아기자기하게 각종 스파와 위락시설을 갖추고 여행자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온천으로 이뤄진 국립공원, 잠시 이곳에 머물러 여행의 여정을 온천 물에 담가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핫 스프링스를 출발하여 북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면 곳곳에 산을 따라 이뤄지는 계곡들, 그리고 등산로들이 있습니다. 알칸소 강을 지나고 40번 하이웨이를 지나 북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면 드디어 7번 도로 중에서 가장 멋진 곳, 오자크 지방(Ozarks Region)이 나옵니다.
오자크 마운틴을 따라 이어지는 구불 구불한 길, 그 사이로 이어지는 깊은 계곡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절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 잡을 것입니다. 산길이 구불 구불 다리를 이어 해리슨(Harrison)시에 이를 때까지 계속 됩니다. 단풍철에는 곳곳이 자신의 색깔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는 각종 수목의 향연에 온 정신은 놓을 정도입니다.
7번 도로의 종착지는 해리슨입니다. 이곳에는 석회동굴을 포함하여 많은 관광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가을은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은 자연의 신비와 순리에 집중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변화하는 그들에게는 잠시 후 추운 겨울에 시련을 알리지만 다시 봄이 오는 신호를 우리에게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아닌가요?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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