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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Ashland에서 만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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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여행 댓글 0건 조회 723회 작성일 25-08-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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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무더위가 한참인 텍사스를 탈출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통하여 작은 별빛을 꿈꾸며 서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 and State Park)을 방문하였습니다. 바람이 나뭇가지와 속삭이며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줄 즈음에 내 안의 잡음들이 잎새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나무가 세상을 집어 삼키고 잠시 그 사이에 손님으로 얼굴을 내밀어 199번 도로를 오랜 시간을 드라이브하다 보니 어느새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레곤 주의 경계선을 넘어 낭만과 와이너리 가득한 오리건(Oregon)  주의 남쪽에 위치한 조그만 타운인 애쉬랜드(Ashland) 도착을 알리는 사인이 보입니다.


애쉬랜드는 오리건 주의 잭슨 카운티에 위치한 시로 5번 고속도로 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와 경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갤러리와 상가, 애쉬랜드 크릭을 따라 있는 리티아 공원 (Lithia Park), 이곳의 시간을 간직한채 묵묵히 서있는 역사적인 건물들, 그리고 포틀랜드 남부 유진, 오리건 해안을 따라 이어진 산맥의 동쪽 기슭과 캐스케이드로 이어지는 비옥한 토양과 청명한 날씨는 미국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산업과 셰프들이 이곳의 풍부한 재료를 이용하여 와인과 어울리는 제철 요리를 만드는 멋진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입니다. 또한Southern Oregon University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익스피어 축제인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OSF)이 열리는 곳입니다.


1935년에 설립되어 토니상을 수상할 만큼 수준 높은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OSF)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전문 비영리 극장 중 하나입니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애쉬랜드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축제는 매 시즌 10편의 연극을 앨런 엘리자베스 극장(Allen Elizabethan Theatre),  앵거스 바우머 극장(Angus Bowmer Theatre), 그리고 토마스 극장(Thomas Theatre) 등 세 개의 극장에서 선보입니다. 형평성, 다양성, 그리고 포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페스티벌 정오(Festival Noons) 또는 리빙 아이디어(Living Ideas) 행사에서 수업, 강연, 그리고 몰입형 토론을 통해 축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팬들은 또한 백스테이지 투어를 통해 축제의 역사와 레퍼토리 극장 운영의 복잡한 요소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리건 주의 화장한 일요일 오후, 벌써 미국 전역에서 온 셰익스피어 매니아들이 인간 마음의 가장 어두운 골목과 가장 밝은 창가 까지를 동시에 비춘 거장의 작품인  ‘As You Like It’ 이 공연될 토마스 극장 앞에 앉아 있습니다. 오늘은 햄릿의 고뇌,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꽃 같은 사랑, 리어 왕의 허무한 절규도 아닌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목가적 희극을 감상하게 됩니다.모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어렵지만  ‘로잘린드’라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인물관계가 복잡하게 엉키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유쾌한 작품으로 한 인물이 전체 이야기를 희극으로 이끄는 모습에서 우리의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로 ‘As You Like It’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애쉬랜드의 오후가 깊어 갑니다. 극장 옆을 흐르는 애쉬랜드 크릭을 따라 있는 리티아 공원에서 들리는 거리의 악사 연주가 일요일 오후의 포근한 발걸음 사이에 흐르고 하루를 살아내느라 굳어진 마음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나는 애쉬랜드를 찾을 때 마다 항상DANCIN Vineyards 라는 와이너리를 방문합니다.  부드럽게 포도 넝쿨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좋고,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물들며 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캔버스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함께 빚은 이야기를 만나기 때문에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춤추는 발레리나를 형상화한 그들 만의 로고는 애쉬랜드를 찾을 때마다 이곳 와이너리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어지는 대화 상자는 화려한 무대나 조명은 없지만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치는 대화 하나 하나에서 바람과 사람들의 표정이 우리들의 무대임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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