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트레비스 호수 오아시스에서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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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26년간의 나의 작은 손안에서 떠나지 않았던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을 몰랐습니다.
막상 마음을 정하고 이제 본연의 길로 들어가 그 동안 밀렸던 작품을 하나 둘 오선지에 써 내려갈 구상을 해보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정성스럽게 원고지에 담으려는 계획들을 하고 나니 한편으론 커다란 위로가 되었지만, 그래도 수십 년을 같이해온 정들었던 일을 내려 놓는다는 것은 마치 금단 증세와 같이 나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힘들 때에 아름다운 석양을 보기 위해서 가끔 석양이 텍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주의 하나인 트레비스 호수(Lake Travis)에 있는 오아시스 레스토랑을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아름다운 석양과 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위로의 기도가 나오고 흐트러져가는 구름 사이로 비쳐진 한 줄기의 빛 속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글거리는 하늘에 희망을 불었던 일출이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석양 또한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호수 저 멀리서 각자의 처소를 찾아 힘껏 노를 저어가는 카약 사이로 길게 드린 희망의 그림자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비쳐진 나의 소박한 소망이 거품이 아닌 진정한 향기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트레비스 호수는 어스틴(Austin)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1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호수 주위로 지어진 아름다운 주택가와 요트, 그리고 여름이면 각종 수상스포츠의 메카가 되는 어스틴의 명소입니다. 특히 호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오아시스 레스토랑(Oasis Restaurant)은 2005년의 대 화재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아픈 기억을 딛고 새로이 일어선 어스틴의 명소로 어스틴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텍사스의 멋진 석양을 보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서쪽을 향한 복층 다선형 구조로 트레비스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야외를 가득 메우고 있어 무엇보다도 카페분위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저녁으로 이어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이란 호숫가로 길게 드린 그림자와 파라솔의 조화, 그리고 언덕 위로 줄지어 놓여있는 고급 주택가와 어우러지는 특별한 텍사스의 석양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게 됩니다.
달라스에서 35번 하이웨이를 타고 어스틴 쪽으로 운전을 하여 라우드 락(Round Rock)을 지나자 마자 45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45번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운전을 하면 45번 도로가 620번 로컬로 바뀌고 10분 정도 서쪽으로 운전을 더하면 오른쪽으로Comanche Trail를 만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오아시스를 만나게 됩니다. 레스토랑 입구에 이색적인 동상과 조형물들이 장식되어 있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Lakeview Winery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예약이 안되며, 음식은 20불대의 저렴한 멕시칸 음식이지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트레비스 호수의 정경과 석양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어스틴 최고의 절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서 석양을 감상하고 싶다면, 주중 저녁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듯싶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영화의 한편보다도 실감나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장편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돈 없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자산들이 주위에 너무 많이 있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어둠을 헤치고 힘차게 떠오르는 이른 아침의 정열적인 태양도 아름답지만 온갖 사연을 뒤로 한 채로 황홀하고 신비하게 마무리하는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석양은 구름을 만나야 붉은 노을이 곱게 빛나 보인다는 사실 속에서 지난 날 동안 수없이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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