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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대륙횡단 설국열차 ‘California Zephy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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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3-03-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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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서]

 

덴버 역을 출발하여 꼬불꼬불 거친 골짜기를 감싸며 록키 마운틴을 힘겹게 오르는 철마의 신음은 수없이 많은 터널을 지나서야 비로소 그의 위용을 자랑합니다. 

깊은 골짜기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달리며 태평양판과 대서양판이 만나는 대륙의 분기점(Continental Divide)을 통과하게 됩니다. 

거대한 산들이 앞을 가로 막더니 해발 13,300피트 (4,054 m)의 James Peak밑으로 만들어진 6.2 마일의Moffat Tunnel터널을 한 점의 빛도 없이 10분을  달려갑니다. 

갑자기 나타난 세상은 로키 마운틴의 동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고 겨울 내내 겨울 왕국이 펼쳐지는 스키로 유명한 윈터 파크(Winter Park)의 정취를 흠뻑 뽐내고 있습니다. 

라운지 차에 앉아 새하얀 눈이 수북하게 싸인 산자락을 바라보며 수없이 셔터를 누르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환호는 이틀 간의 기차 여행을 더욱 정겹게 하고 있습니다. 

눈송이 내리는 풍경 속에 인간의 흔적이 닫지 않은 곳을 지날 때 마다 새하얀 눈길 위에 이름 모를 동물들이 남긴 수없이 남긴 발자국을 보며  인간의 세상만큼이나 더 선명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비경을 바라보며 이러한 풍경같이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쯤,  기차는 긴 기적 소리와 함께 유타 주로 들어 섭니다. 

그토록 하얀 세상을 갈구했던 설국의 매력은 잠시 주춤해졌지만 붉은 색 바위에 비쳐 기다란 그림자로 창문에 어른거리는 유타의 풍경은 나의 가슴에 긴 사다리를 놓고 수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올려놓습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식당차에서의 저녁 식사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지정된 시간에 식당차에서 서서히 내리는 석양을 바라보며 멋진 저녁 식사와 더불어 인생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봅니다.  

세상의 어느 곳 보다 일찍 찾아온 유타의 밤은 보석처럼 장식된 헤아릴 수 없이 선명한 별들을 하나 둘 세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긴 꿈의 세계로 빠져들어갈 쯤, 기차는 유타를 지나 네바다 주로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네바다 주의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신나게 달리는 기차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특별합니다. 

동쪽 창가로 비치는 일출의 아름다운 빛을 품으며 호호 불으며 라운지에서 마시는 모닝 커피는 암트랙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들입니다. 

네바다의 마지막 종착역인 리노를 지나며 아침을 먹고 있노라면 북미 최대의 고산지대 호수로 수정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과 웅장한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레이크 타호(Lake Tahoe)를 감싸고 있는 하얀 눈이 쌓인 봉우리를 돌고 돌아 간신히 우리가 지날 수 있는 길만 남겨둔 시에라 네바다 마운틴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지난 밤에 눈이 많이 내렸는지 아직도 나무 가지마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 화원이 창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오른쪽 창가로 넘어 발아래 비친 도너 호수(Donner Lake)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일 쯤이면 벌써 캘리포니아 깊은 곳까지 왔음을 알려줍니다.  

기차는 어느새 산봉우리를 조심스레 휘감으며 산 밑으로 내려오니 설국의 도도한 풍경은 없어지고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날씨는 코발트색 하늘을 품은 채로 우뚝 솟은 레드우드 나무를 만나고 태평양을 돌아 오른쪽으로 샌 파블로 베이(San Pablo Bay)를 만날 즈음이면 종착역인 에모리빌 역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타고 내렸던 사람들, 그리고 차창을 스쳐 지나간 수없이 많은 풍경들, 인생의 여행과 같은 기차 여행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과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을 고하며 저와 인생 여행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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