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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어느 별에서 온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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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3-06-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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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큰언니가 전화를 했습니다. 60년을 잘 살았으니 축하할 일이라고 날을 잡자는 것이었습니다. 생일이 주중에 있으니, 식구들이 다 같이 모이려면 주말에 미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일요일 저녁이면 어떠냐고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많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고 왜라는 의문을 품지 않게 되었고 딱히 싫은 게 아니면 다 좋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예전과 다르게 어디서나 어지간하면 나는 조용히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보자며 언니가 전화를 끊는데 눈물이 나왔습니다. “뭐 그리 특별한 날이라고 야단법석일까.” 시큰둥한 목소리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터진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이를 이상하게 먹나 봅니다. 요즘 내 삶에 눈물이라는 단어가 많아졌습니다. 단어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물을 훔치거나 흘릴 때가 많아졌습니다. 내 울음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웃음소리보다 울음소리를 더 자주 듣습니다.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셨던 중국식 랍스터 요리를 앞에 놓고 엄마가 그리운지 큰오빠는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엄마 가시고 다 같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지요. 각자 가정이 있으니 다들 가족끼리 조촐하게 하거나 여행을 다녀왔는데, 막냇동생이 60이 되었다니 특별하게 느껴진 모양입니다. 과연 나는 잘 살아온 것일까요. 부모님은 나를 낳고 진정 행복했을까요. 내가 선물이 되었을까요. 가끔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딸 넷 낳고 아들 셋을 보았으면 되었지, 뭐 하려고 나는 낳았어?” 그러면 엄마는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난 우리 막내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라고 하셨습니다. 참말이었을까요. 그렇다면, 내 탄생이 내 가족의 기쁨이 되었을까요. 살아오면서 난 이 세상에, 우리 가족에 이로운 존재였을까요. 남은 생에도 누군가에게 짐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요.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의문들이 저녁 먹는 내내 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답을 얻지 못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새벽녘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찍 막내가 뛰어 들어왔습니다. 오고 있다는 기별도 없이 어디에도 없던 전대미문의 첫 손자가 막 도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밤새 얻지 못했던 해답이 선물처럼 도착한 것입니다. 어느 별에서 왔을까요.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요. 주름투성이 조막만 한 우주인이 막 도착해 첫울음을 터트렸다고 했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오느라 고생했구나. 무한의 세계를 지니고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엄마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사랑해 엄마.” 가끔 서운해하거나 우울해하면 큰아이는 나를 이렇게 달래주곤 했습니다. 그런 내 아들이 아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남편보다 먼저 이민 와 혼자 큰아이를 낳고도 세상에 겁날 것도 무서운 것도 없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마냥 행복했지요. 어디에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아마 조막만 한 아이의 뒷배 때문이었겠지요. 그렇게 존재만으로도 내 힘이었던 아들이 저를 똑 닮은 저를 낳았다고 합니다. 정말로 아이는 제 아비를 꾹 찍어놓은 것 같습니다. 한쪽 눈썹이 살짝 틀어져 올라간 모양새도 영락없는 아비입니다. 선한 모습 또한, 선한 품성을 가지고 와 힘들지 않게 자라준 큰아이를 닮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여자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고 나도 오빠들 틈에서 자라 여자아이는 생각만 해도 어려울 것 같아 손녀를 보게 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했는데 그것도 다행입니다. 

이제부터 아이를 볼 때마다 나는 온몸이 심장이 된 양 그의 손짓 눈짓 한 번에 눈사람처럼 온몸이 녹아내리겠지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요술쟁이 나라를 여행하는 순한 바보가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내 운명이 조금씩 바뀌어 가겠지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듯 나의 세상도 그렇게 그의 중심으로 돌겠지요. 시큰둥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의 딸꾹질 한 번에 눈물을 찍어내며 환하게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신비로운 마법의 시간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다룬다.” 법정 스님의 말씀입니다. 자기를 다룬다는 말은 자기야말로 모든 일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지요.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사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할머니가 된 앞으로의 내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요. 자신을 다루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신비로운 마법의 시간을 잘 건널 수 있을지 벌써 걱정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이 글을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내 첫 손주 리언에게 아래의 시를 선물하고 싶어 올립니다.

  “사랑한다. 할머니는 끝까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내 곁에 온 걸 환영한다.”

 

자녀를 위한 기도   [맥아더 장군]

 

오 주님,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약한 때를 충분히 분별할 힘이 있는 사람,

두려운 때 자신을 잃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

정직한 패배 앞에 당당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승리 앞에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바랄 줄만 알고 행할 줄은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자신의 본분을 자각하여 

하나님과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깨닫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를 쉽고 편한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긴장과 어려움과 도전의 폭풍우 속에서 당당히 서는 법과 

실패한 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아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마음이 깨끗하고 높은 이상을 품은 사람,

남을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

미래를 향해 전진하면서도

과거를 결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외에 그에게 유머 감각을 주소서.

그래서 매사에 진지하면서도

결코 지나치게 심각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그에게 겸손을 주셔서 진정한 위대함은 단순함에 있으며

진정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고

진정한 힘은 너그러움에 있음을 언제나 기억하게 하소서.


그럴 때, 

그 아이의 아비로서 저는 그에게 이렇게 속삭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결코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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