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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새해는…

Last updated: 1월 8, 2021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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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시작됐다. 우직하고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 소의 해, 그것도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흰 소띠해여서 그런지, 카톡 여기저기서 소에 관한 덕담이 넘쳐나고, 새해는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모든 이의 소망을 담은 기대감이 가득하다.

연하장도 ‘힘들었 쥐 2020, 힘내 소 2021’부터 말끝마다 ‘소’자를 붙여, 고맙소, 행복하소 등 우울한 팬더믹 기운을 떨쳐버리려는 문자들로 차고 넘친다.

여느 해 같으면 12월부터 각종 단체에서 주관하는 송년회 기사가 넘치고, 새해맞이 행사다, 해돋이 여행이다 해서 분주했을 연말연시이건만 지금은 가는 해도, 오는 해도 고스트타운처럼 적막하기 그지없다.

그저 어제보다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줄어들기만을 바라며, 이제는 미국인 17명 중 한 명이 코로나 19 확진자라는 놀라운 사실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과는 달리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당사자만 격리시킬 뿐 별다른 대처가 없으니, 누가 확진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코로나 19는 일파만파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무장한 적이 포위망을 점점 조여 오듯이, 예전엔 한 다리 건너 막연히 알던 사람들 중에서 확진자 소식이 들려 왔다면, 지금은 잘 아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 자주 가는 장소 등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우리도 이 상황을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이주 전 남편이 자동차 배터리를 바꾸기 위해 들렸던 바디샵에서 당시 일하던 종업원 중 한 명이 코로나 19 확진자로 판명이 났다는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 즈음 남편은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한 일상을 잘 보내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의 기침소리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나의 감기증상도 예사증상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래서 괜찮다는 남편을 설득해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는데, 결과를 기다리던 이틀 동안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뉴스에서 코로나 19 중환자에 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했다. 너무 많은 정보 탓도 있지만, 어쨌든 이젠 코로나 19 확진자는 주변에 너무 흔한 세상이 됐다.

새해가 됐지만, 우리들 삶의 화두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주변을 잘 살펴보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보다, 소소하지만 기쁘게 하는 것들이 더 많다.

여름 동안 붉은 잎을 보여주지 않았던 부겐빌리아가 죽지 않고 계속 정열의 잎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벽난로에 불 피우는 걸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가지 친 나무토막을 멀리서 가져다주는 친구가 있고, 이 불경기에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 두 아들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려운 시기를 잘 건너보자며 독려하는 지인들의 인사와 백신을 언제 맞을지 모르지만, 올해는 코로나 19가 종식되리라는 희망이 있다. 

무엇보다 헬스크럽 가서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마음껏 수다를 떨고, 영화관이나 식당, 커피샵을 마스크 없이 드나들며, 해외여행 가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지인의 들뜬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귀중한 일상으로의 회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만 되면 거리두기 몇 단계니 방역조치 강화니 자가격리니 확진자 같은 말들은 차차 ‘死語’가 될 것이다.     

더불어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처럼 안하고 싶은 것은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안하고 싶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새해가 되었음 좋겠다.

체면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말 들으려고, 억지로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거나, 어정쩡하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버릇은 고치고 싶다. 

상황에 이끌려 자신의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어영구영 시간을 보내거나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하는 우를 자주 범하지 않는 새해를 만들고 싶다. 

외적인 변화보다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우리는 나로 살아야겠다.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몇 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소한 이유로 삶의 루틴을 바꾸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에 변화가 생겨도 그들은 기도하는 시간에 기도를 하고, 산책시간이 되면 산책을 간다. 

나 같은 경우는 사소한 이유나 핑계로 루틴을 자주 건너뛰거나 게으름을 많이 부린다. 그런 연유로 난 루틴에 충실한 사람들을 제일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새해에는 이 부러움을 부러움으로만 남길게 아니라,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아울러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메리 올리버의 진솔한 시 ‘기러기’같은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하며 무릎으로 사막을 건너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너의 육체 안에 있는 연약한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하면 된다

너의 절망에 대해서 말하라

그럼 내 절망에 대해 말할테니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빗방울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너머로

그러는 사이에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 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간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가 상상하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며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들뜬 목소리로 너에게 

외친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자리가 있다고.                   

 

메리 올리버 <기러기> 전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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