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황인범 콤비에 오현규 결승골 … 역전 드라마로 2대 1 승리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 체코 응원단이 목청을 높일 때마다 주변 멕시코 관중들이 더 큰 소리로 “꼬레아(Corea)!”를 외쳐 묻어버렸다.
외국 땅 한복판에서 열린 일방적인 응원 속에, 한국 대표팀은 세트피스 실점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으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2대 1로 마쳤다.
▲ 멕시코 도착부터 느껴진 한국 열풍
해발 1500미터의 고지대 도시 과달라하라는 우기 특유의 시원한 날씨로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대표팀은 이미 2~3주 전부터 현지에서 고지대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도시 곳곳에서는 예상 밖의 한국 열풍이 감지됐다. 경기 전날 찾은 사포판 시내 광장에는 월드컵 참가국 국기 조형물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유독 태극기 조형물 앞에만 인파가 몰려 사진을 찍느라 북적였다.
K-팝과 K-드라마를 타고 퍼진 한국에 대한 호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인들로부터 “같이 사진 찍자”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장도 마찬가지였다. 회견장에는 멕시코 현지 언론은 물론 세계 각국 방송사 리포터까지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뒤이어 열린 체코 팀 회견장이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인생을 건다” … 자신감 가득했던 태극전사들
기자회견장에서 마주한 홍명보 감독은 흔들림 없는 표정이었다. 베스트 11 구상을 모두 마쳤다며 준비에 소홀함이 없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지대 적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선수별로 편차는 있었지만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말을 아꼈던 체코 감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캡틴 손흥민의 한마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네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도 마치 첫 대회를 치르는 아이처럼 설렌다고 말한 그는 이번 대회에 “인생을 건다”는 묵직한 출사표를 던졌다.
훈련장에는 박지성, 이영표 해설위원과 기성용이 깜짝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 “꼬레아” 외친 멕시코 팬들 … 홈경기를 방불케 한 응원
경기 당일 과달라하라 대성당 앞 광장에서 열린 팬페스트는 인산인해였다.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현지 팬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입장하지 못한 인파가 한바탕 소동을 빚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멕시코 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꼬레아”를 연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화산 분화구를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의 에스타디오 아크론 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FIFA의 높은 티켓 가격 정책 탓에 빈자리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붉은악마 응원단과 한국을 응원하는 멕시코 팬들이 한 목소리가 됐다. 체코 응원이 시작될 때마다 주변 멕시코 관중들이 더 큰 소리로 “꼬레아!”를 외쳐 묻어버릴 정도였다.
▲ 이강인·황인범 콤비, 오현규 결승골 … 극적인 역전승
경기 초반 한국이 기술적·전술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체코의 세트피스에서 크레이치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흐름이 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이강인의 정교한 로빙 패스 한 방이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골키퍼 머리 위로 감각적인 칩샷을 띄우며 동점골을 터뜨렸고, 경기장 전체가 다시 들끓었다.
승부를 가른 것은 후반 35분 홍명보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하는 교체 카드였다. 고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오현규는 그 몸 상태로 극적인 결승 역전골을 만들어내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여기에 골키퍼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 두 차례와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쓰리백의 육탄 방어가 더해지며 한국은 2대 1 승리를 지켜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에 울려 퍼진 것은 한국 밴드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경기장이 순간 상암 월드컵경기장처럼 느껴지는 밤이었다. 경기 후 황인범은 “마치 서울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 감동은 달라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시온마트 2층 아레나 엔터테인먼트에는 한인 동포 250여 명을 비롯해 축구를 사랑하는 현지인들까지 모여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지는 순간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 팬들이 “꼬레아”를 외쳤다면, 달라스에서는 한인 동포들이 그 함성에 화답했다.
과달라하라(멕시코)=김진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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