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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반갑지만…”주민들, 소음·교통 통제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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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워스 영화 산업 붐의 명과 암… 성장 뒤에 쌓이는 생활 불편
포트워스의 오래된 주택가에서는 최근 새로운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여름이면 동네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나무 그늘 아래 산책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대형 조명 트레일러와 카메라 차량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일이 많아졌다. 집 앞 도로는 촬영팀 장비가 자리 잡으며 폐쇄되기도 하고, 여러 블록이 차단되면서 주민들은 평소보다 긴 우회를 해야 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테일러 셰리던이 이끄는 여러 작품들이 있다. <라이오네스>, <랜드맨>, <리오 팔로마> 등 인기 시리즈가 연이어 포트워스에서 촬영되며, 이 도시는 텍사스 영화 산업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영화 산업은 포트워스에 약 10억 달러의 경제 효과와 5만 개의 일자리를 가져왔다. 시장 매티 파커는 이를 “포트워스의 차세대 성장 산업”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촬영 현장과 맞닿아 살아가는 주민들의 불편도 함께 커지고 있다.
버클리 플레이스와 미슬토 하이츠 등 주거 지역에서는 촬영 장비로 인한 소음과 도로 폐쇄가 일상적인 문제가 됐다. 미슬토 하이츠에서 25년 이상 살았다는 체리 체토는 “며칠씩 동네 입구가 막히는 건 과하다”며 “영화 촬영이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제작사와 주민들 간의 소통 부족이 직접적인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라이오네스> 촬영팀이 라이언 플레이스 주민들에게 10월 중순까지 할로윈 장식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을 때,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영화 때문에 집 앞 장식을 통제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텍사스 주의회가 최근 10년간 총 15억 달러 규모의 대형 영화 인센티브 패키지를 승인해, 더 많은 제작사가 텍사스로 몰려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텍사스에서 발생한 인건비와 항공료 등을 기준으로 최대 31퍼센트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달라스에서도 지난 6월 유명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마가렛 헌트 힐 다리가 갑작스럽게 폐쇄되어 시민들이 큰 혼잡을 겪은 사례가 있다. 포트워스 주민들은 동일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 촬영 가능 날짜·시간에 대한 명확한 제한 ▲ 촬영 일정·도로 통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 알림 시스템 도입 ▲ 주요 간선도로 폐쇄를 최소화하는 규정 마련 ▲ 야간 촬영 시 방음 대책 강화 및 주민 동의 절차 명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슬토 하이츠 주민협회 부회장 그레이엄 브리젠딘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일상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산업과 주거가 공존할 수 있도록 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벡 시의원은 최근 주민 대표들과 만나 촬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논의했다. 벡 의원은 “영화 산업은 도시의 중요한 투자처지만 주민의 불편을 외면할 순 없다”며 “지금은 분명히 학습곡선을 겪고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와 주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모범 규정들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포트워스 필름 커미션 역시 촬영 요청을 검토할 때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정을 강화하고 있다. 위원장 테일러 하디는 “영화 관광은 연간 약 2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상권과 세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의 불편 지적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트워스는 예전부터 ‘팬서 시티’라는 별명처럼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화려한 촬영 현장이 늘어나면서, 총소리처럼 들리는 특수효과나 예고 없는 우회로 안내 등은 끝없는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페어마운트에 최근 이주한 메리 웰스는 “촬영 현장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예고 없는 도로 폐쇄 때문에 하루 이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텍사스 인센티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런 상황이 더 커질 텐데, 지금이 바로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리=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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