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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 $9.99, $99.99 …. ‘99센트 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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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첫 생산 - 2025년 11월 생산 종료, 미국 경제 흐름-가격 체계 바뀐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 중 하나였던 1센트 동전, ‘페니(Penny)’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연방정부가 2025년 11월부터 새로운 페니 생산을 중단하면서, 18세기부터 이어온 미국 화폐체계의 상징적 장이 막을 내렸다. 그동안 페니는 미국 경제의 성장기, 전쟁기, 산업혁명, 대공황, 금융위기 등 국가의 굴곡을 함께 지나온 화폐였지만, 인플레이션과 디지털 결제 확산 속에서 더 이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페니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93년이다. 당시 미국 조폐국이 필라델피아에서 구리 100%로 된 페니를 생산하면서 시작된 이 동전은 초기 미국 경제에서 필수적인 소수점 단위 가격의 근간 역할을 했다. 농산물 가격, 우편요금, 생활용품의 단위 가격이 대부분 1센트 단위로 책정되던 시절, 페니는 미국 경제의 가장 기본적 화폐였다. 아브라함 링컨의 초상이 등장한 것도 1909년으로, 링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졌다.
생산 비용이 가치 넘어선 ‘역전 현상’
하지만 지난 40년간 미국의 물가 상승은 소액 화폐의 실질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1950년 1센트로 사 먹던 껌은 오늘날 25센트 이상이 필요하고, 1센트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사실상 사라졌다. 경제학자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페니는 실질적 구매력을 잃은 화폐”라고 경고해 왔다. 이제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 퇴장을 선언함으로써, 미국 화폐체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소액 동전 하나가 사라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번 결정이 미국 경제 전반에 깊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한다.
페니는 이미 오랫동안 ‘만들수록 손해 보는 화폐’였다. 조폐국 자료에서는 페니 한 개를 제조하는 데 1.7센트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화폐를 찍어내고 이익을 내는 세뇨리지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서, 페니는 미국 경제에서 기능과 효용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화폐 단위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가격 구조 변화… ‘1.99달러 시대’에 균열
페니의 종말은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동전 관리 문제를 넘어, 미국 소비 시장의 가격 구조 자체를 흔드는 신호로도 읽힌다. 현금 결제 시 1센트 단위 가격 표시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잃게 되면서, 가격을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는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인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1.99달러, 9.99달러와 같은 가격 표시를 ‘심리적 장벽’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페니가 사라지면 이러한 가격 전략은 무너지고, 시장은 자연스레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형 리테일 기업뿐 아니라 소형 매장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사회가 ‘저액 화폐의 실질 구매력 상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달라스·포트워스 지역, 변화 더 빠르게 체감할 수도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된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에서는 이 변화가 전국보다 빠르게 체감될 전망이다. 캐럴튼, 리처드슨, 플래이노 등 한인 밀집 지역의 업소들 대부분이 이미 카드·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액 동전의 사용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지역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는 “잔돈 관리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페니 생산 중단은 지역 상권의 부담을 줄이고 결제 환경을 정비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푸드트럭이나 소규모 식당처럼 잔돈을 많이 다루던 업종에서는 가격 반올림 기준 마련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금 반올림 방식이 도입되면 일부 업종에서는 소비자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반올림 정책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실질 가격 변화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금 축소 경제의 가속… 지역 금융·보험시장에도 파급
페니의 종말은 미국 경제가 ‘현금 중심 사회’에서 ‘현금 축소 경제(cash-light economy)’로 이동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북텍사스 지역은 대형 데이터센터 유입과 금융 인프라 확장 속도가 빨라 디지털 결제 기반이 전국 평균보다도 앞서 구축돼 있다.
이 변화는 금융기관과 보험사, 그리고 은퇴자산을 보유한 한인 가정에게도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다. 결제 구조가 바뀌는 것뿐 아니라, 화폐 단위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연금상품·보험상품의 설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액 화폐 단위가 약화되고 고액권 중심으로 체계가 재편된다면, 은퇴자산 운용 전략 역시 이에 맞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금융 전문가들은 “페니 생산 중단은 단순히 동전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가 디지털·비현금 중심 구조로 넘어가는 과정의 일부”라며 “달라스 지역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도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소비·가격·결제 구조, 모두 새로운 국면
페니 생산 종료는 역사가 긴 미국 동전 체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단순히 상징적 차원을 넘어, 소비자 행동과 기업 가격 전략, 지역 상권 운영 방식, 나아가 금융·보험 구조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달라스 지역 역시 이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빠르게 체감할 도시로 꼽힌다. 이제 시장은, 그리고 소비자들은 동전 하나의 퇴장을 넘어서 ‘미국 화폐 체계의 재편’이라는 더 큰 변화와 마주하게 됐다.
정리 =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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