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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해리하인즈의 부활, 다시 한인사회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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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 해리하인즈점 개장을 통해 되살아나는 ‘달라스 코리아타운’의 의미
달라스 북서부 해리하인즈(Harry Hines) 일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때 ‘달라스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던 이 지역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인 사회의 중심지였다. 로얄 레인(Royal Lane)을 따라 늘어선 한식당, 미용실, 식료품점들이 한인 이민자들에게 고향의 온기를 전하던 그 시절, 해리하인즈는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한인 정체성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캐롤튼, 루이스빌, 플레이노, 프리스코 등 북부 신도시로 한인 거주지가 이동하면서 이 지역은 점차 빛을 잃었다. 상권은 쇠락했고, ‘우범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발길이 끊겼다. 그런 해리하인즈가 지난달 H마트 해리하인즈점의 개장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쪽으로 이동한 한인 사회, 그리고 해리하인즈의 침체
2010년대 이후 한인들의 주거 패턴은 뚜렷하게 북쪽으로 이동했다. 교육 환경이 뛰어나고 주거 단지가 잘 조성된 캐롤튼과 플레이노, 프리스코에는 중산층 한인 가족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상권도 함께 이동했다. 캐롤튼의 올드 덴튼(Old Denton Rd) 일대는 자연스럽게 ‘뉴 코리아타운’으로 불렸고, 대형 교회와 학원, 한식당, 병원, 마켓 등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반면 해리하인즈는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상점들의 간판이 하나둘 사라지고, 거리의 밤은 어두워졌다. 일부 지역은 치안 문제로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달라스 한인 이민의 역사적 시작점이었다. 1980년대 초, 미주 한인 이민 1세대가 가장 먼저 문을 연 식당과 마켓이 있었고, 달라스 한인회관 건물은 여전히 이 일대에 자리를 하고 있다. 해리하인즈는 한인사회의 ‘뿌리’이자 ‘기억’이었다.
H마트의 귀환, 사람의 발길을 다시 불러오다
그런 해리하인즈에 지난 10월 23일, 다시 불빛이 켜졌다. 미주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인 H마트 해리하인즈점이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개장 첫날, 주차장은 가득차 주변 일대에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족 단위의 한인들은 물론, 근처 회사원과 지역 주민들까지 북적였다. 오랫동안 조용했던 거리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H마트 관계자는 “달라스의 첫 코리아타운이었던 해리하인즈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이번 H마트 개장은 단순히 하나의 마켓 오픈이 아니다. 해리하인즈라는 지역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수년 동안 북쪽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시 남쪽으로, 옛 터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매장이 한인뿐 아니라 현지 미국인, 히스패닉, 아시안 고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차장에 늘어선 차량의 절반은 비(非)한인 고객들이었다.
이는 해리하인즈가 단순한 한인 중심지를 넘어, 달라스의 다문화 거점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달라스 코리아타운’의 상징성과 재도약
2023년, 텍사스 주정부는 해리하인즈 일대를 공식적으로 ‘달라스 코리아타운(Koreatown Dallas)’으로 지정했다. Royal Lane과 Luna Road를 잇는 약 1.5마일 구간의 거리 표지판에는 이제 ‘Korea Town’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지정은 단순한 명칭 부여가 아니라, 한인 이민 역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름만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역 상권의 회복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그 변화의 첫걸음이 바로 H마트였다. 한인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마켓이 생기면서 해리하인즈 거리엔 다시 사람의 흐름이 생겼다. H마트 주변 상가에는 새로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으며, 일부 한식당과 기타 업소들이 다시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달라스 시정부 역시 해리하인즈를 포함한 ‘아시안 트레이드 디스트릭트(Asian Trade District)’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시 경제개발국은 이 지역을 “달라스의 다문화 경제의 중심축 중 하나”로 소개하며 향후 재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 방향을 논의 중이다.
세대의 연결, 한인사회의 새로운 역할
H마트의 재등장은 이민 1세대에게는 향수의 회복이자, 2세·3세 세대에게는 ‘잃어버린 터전의 재발견’이다. 부모 세대가 일군 상권의 부활은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어 정체성의 회복과도 맞닿아 있다. 해리하인즈의 재조명은 세대 간 단절을 잇는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글 간판이 다시 밝게 켜지고, 다양한 세대와 인종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화한다면, 이곳은 다시 한 번 달라스의 문화적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미래를 향한 해리하인즈의 과제
물론 과제도 있다. 여전히 일부 구역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상권 회복이 일시적 ‘H마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역 지도자들과 달라스 시가 함께 장기적 계획을 세운다면 해리하인즈는 단순히 과거의 상권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 코리아타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도시의 활력은 사람의 발길에서 시작된다. 한때 어둡게 식어가던 거리로 다시 빛이 들어오고, 한글 간판이 새로 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다. 해리하인즈의 부활은 달라스 한인사회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이민 1세대의 땀과 2세대의 가능성이 만나는 새로운 장의 서막이다.
지금 해리하인즈는 다시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H마트 해리하인즈점’이라는 새로운 불빛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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