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특별기고] “가정” 보다는 “일”을 먼저 선택하는 여성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교육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5-12-26 16:08

본문

조나단 (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



난자 냉동이 말해주는 시대의 변화


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생 설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일, 결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커리어 중심적이며, 결혼을 경제적 안전망으로 여기지 않는다. 출산의 시점 역시 ‘언제든 가능한 일’이 아니라, 신중하게 계산되는 결정이 되었다. 이 변화는 가치관의 급진적 전환이라기보다, 현실에 대한 매우 실용적인 대응에 가깝다.


결혼이 아닌 일, 안정의 기준이 달라졌다


지난 수십 년간 여성의 고등교육 참여와 전문직 진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서 여성은 학사 학위의 약 60%, 석사 학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 법률, 의학, 기술 분야처럼 오랫동안 남성 중심이었던 고숙련 직종에서도 여성 비중은 여전히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소득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30세 미만 여성의 평균 소득이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경우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결혼은 더 이상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되었다. 안정의 기준이 ‘배우자’에서 ‘직업과 소득’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의 결과인가


이러한 변화는 인생의 속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여성의 첫 결혼 평균 연령은 1970년 21세에서 현재 약 28세로 높아졌다. 첫 출산 연령 역시 1970년대 초반 약 21세에서 오늘날 27세를 넘어섰다. 특히 대졸 이상 여성이나 대도시 거주 여성의 경우 출산 연령은 더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경력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다수의 연구는 어머니가 된 이후 여성의 임금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승진 기회가 줄어드는 반면, 남성의 경우 아버지가 된 것이 경력에 거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경쟁이 치열한 기술·금융 분야에서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경력 공백이 이후 수십 년의 커리어 궤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바꾸는 선택


그렇다고 해서 이 여성들이 가정이나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여성들은 여전히 ‘언젠가는 아이를 갖고 싶다’고 답한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조절이다. 먼저 전문성과 신뢰, 재정적 기반을 확보한 뒤, 커리어를 완전히 희생하지 않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어 한다.

이 지점에서 난자 냉동이 하나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난자 냉동, 시간을 벌기 위한 기술


난자 냉동은 여성의 난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했다가 향후 임신을 시도할 때 사용하는 의료 기술이다. 기술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지난 10~15년 사이 성공률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일반적으로 35세 이전에 냉동한 난자는 이후 자연 임신이 어려워졌을 때도 상대적으로 건강한 임신 가능성을 제공한다.


의학적으로 난자의 수와 질은 30대 이후 점차 감소하며, 35세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35세 이전에 15~20개의 난자를 냉동한 여성은 향후 최소 한 번의 출산에 도달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모든 난자가 해동 후 생존하는 것도 아니고, 수정과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계가 강조하듯 난자 냉동은 보험이 아니라 선택지를 보존하는 수단이다.


기업이 먼저 반응한 이유


이러한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은 난자 냉동을 복지 혜택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구글, 메타, 골드만삭스 등은 한 사이클에 1만~2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라기보다 인재 유지 전략에 가깝다. 여성들이 가장 생산적인 초기 커리어 시기에 출산과 일 사이에서 즉각적인 결정을 강요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조직은 숙련된 인력을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다.


한인 사회가 느끼는 낯섦과 불편함


한인 사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혼과 출산,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기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가족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라기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난자 냉동은 모성을 부정하는 선택이 아니라, 야망과 가정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다.


기술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기술이 선택지를 넓혀줄 수는 있어도 생물학적 한계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가정과 공동체, 직장 안에서 보다 솔직하고 현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여성의 커리어를 지지하는 일은, 동시에 생식 건강과 장기 계획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아이 없는 삶이 아니다. 다만, 너무 이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되어 가는 과정과, 언젠가 이루고 싶은 가정 사이에서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이 변화는 조용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난자 냉동이 말해주는 시대의 변화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생 설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일, 결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
    교육 2025-12-26 
    <b style="mso-bidi-font-weight: normal">애완견과 집보험뉴질랜드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애완동물의 문병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이 병원은 불치병 등으로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
    리빙 2025-12-26 
    겨울의 음악 여행, 흐렸던 하늘 틈 사이로 살며시 비쳐오는 아침햇살의 눈부신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우리 인생의 좋은 글들을 모아 아름다운 선율로 다듬어져 차갑던 가슴을 어루만져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 음악 여행을 만들어 갑니다. 그동안 대중과 수많은 시간을 같이…
    여행 2025-12-26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 동안의 세법 변화와 경제 흐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세금보고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
    회계 2025-12-26 
    Willow Bend Mall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운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기도 하다. 우리가 캐롤톤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몰에는 Macy’s, Dillard's, Neiman Marcus를 중심으로 …
    문학 2025-12-26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지구 밖 환경은 생명체에게 매우 가혹하다. 중력이 없어 걸어 다닐 수도 없고 공기가 없어 숨을 쉴 수도 없다. …
    리빙 2025-12-26 
    오후에 진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시 보이더니 저녁을 먹고 난 후 밤새 가을비가 내립니다. 버팔로 내셔널 리버(Buffalo National River) 강가를 끼고 조그만 언덕 위에 설치한 텐트를 밤새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는 마음이 가라앉는 소리입니다. 그리 크지도 …
    여행 2025-12-19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어느덧 12월 마지막장 달력을 남기고, 올해도 이제 고작 …
    회계 2025-12-19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원장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wis…
    리빙 2025-12-19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
    문학 2025-12-19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 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성적은 괜찮은데, 자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앞으로 무엇을 더 배우고 싶은지,…
    교육 2025-12-19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남기며 수많은 사람들과 이름모를 시선을…
    여행 2025-12-12 
    딜러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 보험 증서 제시를 요청받는다.따라서 새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대부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그렇다면 비즈니스용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용 자동차 보험으로 상업용 자동차 사고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부동산 2025-12-12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나 이민법등 다른분야도 크게 달라졌고 미국 세법또한 크게 변곡점을 맞는 시기다. 2025년 말로 TCJA…
    회계 2025-12-12 
    에밀리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버클리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email protected]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히 높은 내신이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학들은 뛰어난 성적을 …
    교육 2025-12-1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