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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참아라”는 그만… 청소년 운동선수도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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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운동선수 위한 전용 상담전화 출범 ... 24시간 운영, 무료, 비밀보장
겉으로 보기엔 강하고 씩씩해 보이는 청소년 운동선수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 때문에 우리는 흔히 그들이 정신적으로도 단단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아이들이 성적과 승리에 대한 압박, 관계 갈등,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청소년 선수의 약 17%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미국 세이프 스포츠 센터의 조사에서는 청소년 선수의 80%가 심리적 학대나 방임의 징후를 한 번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청소년 선수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운동선수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성과에 대한 압박, 그리고 문제를 말하면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동학대 예방 비영리단체 차일드헬프(Childhelp)는 청소년 운동선수를 위한 전용 상담전화인 ‘커리지 퍼스트 애슬리트 헬프라인(Courage First Athlete Helpline)’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헬프라인은 24시간 무료,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운영되며, 선수 뿐 아니라 부모, 코치, 보호자, 그리고 청소년 스포츠 현장에서 학대나 정신건강 문제를 걱정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쳥소년 선수들이 겪는 압박
이 상담전화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스포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심각한 학대 사건들이 있었다. 차일드헬프 전국 아동학대 핫라인을 총괄하는 버지니아 배그비 국장은 “스포츠는 아이들에게 성장과 보호의 공간이 될 수 있지만, 안전장치가 부족하면 오히려 특별한 위험을 안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매일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만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감적인 지원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커리지 퍼스트 애슬리트 헬프라인은 주 7일, 24시간 운영되며 전화나 문자로 1-800-4-A-CHILD(1-800-422-4453)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며, 아이와 가족이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청소년 운동선수들이 겪는 정신적 부담은 일반 아이들과는 다소 다르다. 임상심리학자 제리 웨이치먼 박사는 “요즘 청소년 스포츠는 더 이상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거의 직업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주당 훈련 횟수와 경기 수가 늘어나고, 연중무휴 일정이 이어지며, 아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 ‘평생 할 한 종목’을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부모가 자녀를 통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려 하거나, 성과에 집착하며 매일같이 훈련과 결과를 강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코치 역시 승리에 대한 압박을 받다 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아이의 인격이나 정신건강보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웨이치먼 박사는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번아웃을 겪게 된다”고 설명한다.
“참아라” 문화가 만든 침묵
청소년 선수들이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참아라, 버텨라”는 사고방식이다. 임상 및 스포츠 심리학자 조너선 젠킨스 박사는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강하면 정신적으로도 강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성적이 좋고 활약하는 선수일수록 마음의 고통을 드러내기 더 어렵다.
여기에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우울감이나 불안을 털어놓으면 출전 기회나 주전 자리, 장학금, 미래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그 고통이 코치나 권력 있는 인물의 부적절한 행동과 관련돼 있을 경우, 아이들은 더욱 말하기를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 배그비 국장은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말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통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커리지 퍼스트 애슬리트 헬프라인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모는 청소년 운동선수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존재다. 전문가들은 다른 집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휩쓸리기보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맞는지를 기준으로 스포츠 참여를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종목을 경험하게 하고, 경쟁중심의 클럽 스포츠 참여는 늦출 수 있다면 늦추는 것이 좋다.
또한 번아웃의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즐거움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훈련이나 경기를 기대하지 않으며, 쉽게 지치고, 운동이 취소되었을 때 유난히 기뻐하거나, 각종 핑계를 대며 운동을 피하려 한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아이와 솔직하게 대화하고, 필요하다면 일정 조정이나 휴식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웨이치먼 박사는 “아이에게 하루 정도 학교와 운동을 모두 쉬게 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태도다.
언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나
문제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이나 운동에 뚜렷한 지장을 주기 시작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는 자격을 갖춘 치료사를 찾아 상담을 받게 된다. 특정 전공이 꼭 필요하다기보다는, 아이와 잘 맞는 치료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 스포츠는 아이들에게 꿈과 성취,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준다. 그러나 성과와 승리만을 강조하는 환경에서는 그 꿈이 상처로 바뀔 수도 있다. “참아라” 대신 “말해도 된다,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자리 잡을 때, 청소년 선수들은 비로소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4시간 열려 있는 커리지 퍼스트 애슬리트 헬프라인은 그 변화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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