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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민 사회와 건강의 과제, 그리고 다가오는 2025 건강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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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3일, DK 파운데이션과 간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5 건강박람회’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건강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사회 속에서 고단한 이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쉼표이자 희망의 장이 될 것이다. 이민자들은 생계를 위해 바쁘게 일하다가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볼 시간을 잃기 쉽다. 그러다 보니 병이 깊어지고 난 뒤에야 뒤늦게 의료기관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 이번 박람회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민자들에게 건강 검진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루하루 생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제도, 경제적 제약은 의료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도 많고, 병원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노동에 종사하는 이민 1세대는 몸이 아파도 참다가 뒤늦게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 검진의 본질적 의미
건강 검진은 단순히 병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자신을 돌보는 최소한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암,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같은 만성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많은 이민자들이 그 ‘초기 발견’의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정기 검진은 우리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불필요한 불안과 추측 대신, 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대비할 수 있다. 이는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며, 나아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2025 건강박람회는 이런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저렴한 금액으로 혈액, 소변검사를 해주고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부인과, 치과 등의 무료진료를 진행한다. 그외 당뇨, 뇌졸증, 위장질환, 여성건강, 건강 식생활 등에 대해 무료 건강 교육 및 상담코너가 준비될 예정이다.
동포 사회와 연대의 힘
이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연대’다. DK 파운데이션과 간호사협회가 손을 맞잡고, 여러 단체들의 후원외에도 청소년 리더쉽의 자원봉사단 모집 등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다. 이는 동포 사회가 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과 같다.
건강은 혼자 지킬 수 없다. 특히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언어 장벽, 경제적 어려움, 제도적 제약 속에서 혼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역 사회가 함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진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 검진을 제공하고, 의료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나눠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 정신이다.
이민 생활은 본질적으로 몸과 마음을 소모하는 과정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삶은 자연히 건강을 갉아먹는다. 고혈압, 당뇨, 관절 질환, 우울증과 같은 문제는 이민자 사회에서 특히 흔하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종종 자신의 건강을 가볍게 여긴다. “조금 더 벌어야 한다”, “아직 젊다”, “병원 갈 돈이 없다”라는 이유로 뒤로 미룬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이 찾아오면, 이미 치료가 늦거나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이번 박람회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박람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세대 간의 다리 역할이다. 1세대 이민자들이 건강을 챙기면, 2세대는 부모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더 큰 연대를 느끼게 된다. 또한 젊은 세대는 의료·보건 분야의 전문인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발견한다. 필자도 광고가 나가는 동안 여러통의 자원봉사 문의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 번의 검진과 상담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지금 확인하자”라는 실천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민 사회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중요한 문화는 ‘정기 검진’이다. 해마다 건강을 점검하고,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DK 파운데이션과 간호사협회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하루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 검진을 생활화하고 서로를 돌보는 문화로 이어져야 한다.
건강은 곧 희망이다
이민 사회는 언제나 도전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돕고 지켜내며 살아왔다. 이번 2025 건강박람회는 바로 그 연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자리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이민 생활이 아무리 고단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면 우리는 다시 꿈꾸고 나아갈 수 있다. 이번 박람회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검사 한 번, 상담 한 번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희망을 심을 수 있다.
건강은 곧 희망이다. 그리고 희망은 공동체 속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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