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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금리 인하 초읽기 파월의 신호와 트럼프의 압박, 갈림길에 선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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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장 2025년 잭슨홀 심포지움서 금리 인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연준 장악 의지
오는 9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린 최대 분수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중앙은행 연례 심포지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중앙은행의 독립성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미국 금리 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준 독립성의 시험대, 정치와 금융의 충돌, 그리고 세계 경제의 방향이 한데 얽힌 중대한 순간으로 평가된다.
◈ 파월, “노동시장 둔화가 더 큰 위험”
22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은 연설 도중 “위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노동시장 둔화에 주목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인플레이션 억제에 정책 초점을 맞춰왔던 연준이 이제는 고용 부진을 더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미국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실제로는 신규 고용 창출이 줄고 해고 건수가 늘어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파월은 “노동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특이한 균형 상태”라며, 조만간 실업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뉴욕 증시는 급등했고,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미 시장은 고용지표 하향 조정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는데, 파월이 이를 공식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 관세발 인플레이션, “일시적 충격”으로 평가
파월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제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으며, 향후 몇 달간 누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를 장기적 추세보다는 “일회성 충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며, 관세 효과는 공급망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물가 악순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노동시장이 특별히 타이트하지 않다”며 “오히려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어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보다 고용 둔화를 더 중대한 리스크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트럼프의 압박과 연준 독립성의 시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해왔다. 그는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조사를 지시하는 등 다방면에서 압박을 가했다.
25일에는 리사 쿡 이사를 해임했다. 쿡 이사가 2021년 모기지 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장의 문제 제기로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쿡의 직위를 박탈했다.
이 같은 행보는 연준 독립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13년 연준 설립 당시 의회는 연준 이사의 해임 조건을 “중대한 사유(for cause)”로 제한했으며, 정책적 견해 차이는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이 조항을 근거로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이미 연준 이사 2명을 임명했으며, 내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새 의장을 포함해 추가 인선을 통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12개 지역 연준 총재 재임명 거부 등 제도 자체를 흔드는 조치도 가능하다. 이는 1913년 설립 이후 지켜온 독립성의 방파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1970년대 정치 압력이 정책 오류와 고물가를 초래했고, 1980년대 초 가혹한 고금리·침체로 이어졌다”며 지금 상황이 그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은 전통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신뢰해 낮은 차입 비용과 안정된 통화 가치를 유지해왔으나, 정치 개입이 심화되면 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전직 연준 고문 존 파우스트는 “법무부와 FBI에서 벌어진 인사 숙청과 유사한 일이 연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빅컷’이냐 ‘스몰컷’이냐, 선택의 기로
이제 관심은 9월 FOMC에서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에 쏠린다.
0.5%포인트 인하(빅컷)는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만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0.25%포인트 인하(스몰컷)는 점진적 완화 신호를 주면서도 물가 안정 의지를 지킬 수 있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둔화 속도가 가팔라진다면 ‘빅컷’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연준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경우 ‘스몰컷’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파월은 연설에서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치권에서 연준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과연 연준이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글로벌 파장, 한인 사회에도 직결
연준의 결정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은 달러 가치와 연동돼 움직이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자본 흐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인 사회에도 파급력은 크다. 금리 인하는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투자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연준 독립성 지켜낼 수 있을까”
2025년 잭슨홀 심포지엄은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었다. 파월은 고용 둔화를 더 큰 위험으로 지목하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공식화했고, 트럼프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연준 독립성에 도전했다.
다가오는 9월 FOMC는 단순한 금리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곧 연준의 독립성과 미국 경제정책의 방향, 나아가 세계 금융질서의 안정성을 시험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9월 금리 인하는 ‘빅컷’이냐 ‘스몰컷’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힘겨루기 속에서 연준이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의 시험대다. 시장과 전 세계는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잭슨홀 심포지움(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이란?
1. 개요
•주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개최 시기: 매년 8월 말
•장소: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 리조트 지역
•참석자: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진 및 의장,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고위 관계자, 학자, 국제기구 관계자 등
2. 성격과 의미
•비공식적이지만 영향력 큰 회의
법적 구속력은 없고 학술 컨퍼런스 성격을 띠지만, 연준 의장이나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곧장 금융시장에 반영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통화정책 방향 신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인하 같은 정책 기조 변화를 처음 공개하는 무대로 활용되곤 한다.
•국제 협력의 장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IMF 등 세계 각국 금융 당국자들이 모여 글로벌 금융정책 논의와 학문적 교류가 이뤄진다.
3. 역사적 사례
•2010년 벤 버냉키 의장: 추가 양적완화(QE2) 가능성을 시사, 세계 금융시장 반등 유발.
•2014년 재닛 옐런 의장: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 시장이 금리 경로를 재해석하도록 만듦.
•2022년 제롬 파월 의장: “가정과 기업이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발언으로 시장에 큰 충격.
4. 왜 중요한가?
•세계 금융시장의 나침반
FOMC 같은 공식 회의가 아님에도, 발언 하나가 전 세계 금리·환율·주식·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장기 전략 제시
단기 처방보다는 경제 비전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이기에, 향후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읽어내는 창구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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