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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 총선, 더욱 보수화된 ‘텍사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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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선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진정한 황금기 도래할 것”
텍사스주 하원 도전한 전영주 후보 아쉽게 낙선… 항소 법원 티나 유 클린턴 판사도 낙선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4년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7대 경합주에서 승리를 독식, 다소 싱겁다 싶을 정도로 이번 대선 승리를 쉽게 거머졌다.
여러 여론조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마지막까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들의 존재가 이번에도 위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앞둔 지난 6일(수) 오전 2시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다.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국민을 위한 장대한 승리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연령 기준으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자, 백악관 집무실을 떠났다가 다시 선거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두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집권에 성공하는 것은 미국 22대, 24대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22대 1885~1889년, 24대 1893년~1897년 재임)에 이어 132년만이다.
한편 대통령 업무는 내년 1월20일 취임식을 거쳐 시작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헌법상 대통령 3선이 불가능해 향후 재임 기간은 4년으로 연임이 불가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라는 표현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의 선거 캠프에서 사용한 슬로건이다.
이 문구는 클린턴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고안한 것으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 슬로건은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정치계에서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확실하게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 및 인플레이션 문제, 그로 인한 경제적 불안은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쟁점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미국 시민들의 피로감은 커졌고, 경제 안정과 회복에 대한 요구는 이번 선거에서 더욱 부각됐다.
지난 5일 본투표에 참여했던 켄 피츠제럴드라는 텍사스 주민은 “이번 선거 결과가 현 정부의 정책과 의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반영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40대의 그는 “경제, 인플레이션, 그리고 높은 금리는 사람들이 견뎌온 문제이며, 비슷한 리더십이 계속될 경우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믿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제임스 파커(35세)라는 주민도 지역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그가 주택 시장, 급증하는 식료품 비용, 높은 가스 가격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앞으로 4년 동안은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그에 따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라며 “이것은 큰 승리”라고 전했다.
▶▷조금 더 우경화된 텍사스
이번 선거에서 텍사스는 ‘어텍트’(어차피 텍사스는 트럼프)라는 기조가 깔린 가운데, 주요 관심은 연방 상원 선거 등 텍사스 내 다른 선거 결과들에 쏠려 있었다.
꾸준히 텍사스로 유입되는 신규 이주민들로 인해 주의 정치적 성향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관심은 이번 선거뿐 아니라 과거 선거들에서도 주요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래도 텍사스는 공화당’이라는 평가다. 아니 오히려 더 우경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목), 지역매체 달라스모닝뉴스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텍사스 민주당이 해답을 찾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대표적인 예로 텍사스 연방 상원 선거를 들었는데,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변심 덕에 테드 크루즈 현 연방 상원의원이 경쟁자인 민주당의 콜린 알레드 후보를 손쉽게 이겼다고 분석했다.
크루즈는 6일 새벽, 휴스턴에서 열린 선거 파티에서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 민주당 지지 성향을 지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하게 된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텍사스 전역에서 특히 히스패닉들과 함께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라며 “남부 텍사스에서 세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의 결정적인 승리는 민주당 주류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NBC 뉴스는 출구조사에서 텍사스 히스패닉과 라틴계 유권자의 52%가 크루즈를 지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18년 크루즈가 베토 오루크 당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2.6%포인트 차로 승리했을 때와 비교되는 수치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텍사스에서 2020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특히 7개 텍사스 국경 지역 카운티가 블루에서 레드로 전환하며 변화가 두드러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히스패닉 인구가 높은 텍사스 카운티들이 다른 지역보다 트럼프에게 더 기울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히스패닉 인구가 압도적인 스타(Starr) 카운티에서도 승리했는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는 거의 100년 만의 처음이었다.
특히 텍사스에서 일어난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에디슨 리서치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대한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14%포인트 상승했다.
자칭 히스패닉 유권자의 약 46%가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이는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에게 패배했을 때보다 증가한 것이다.
휴스턴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브랜든 로팅하우스(Brandon Rottinghaus)는 “이번 선거는 전반적으로 경제가 핵심이었지만, 라틴계에게는 더욱 그러했다”라며 “그들은 높은 물가에 큰 타격을 받았고 텍사스 국경 지역의 석유 및 가스 일자리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알레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텍사스 주민들에게 낙태 권리 회복을 약속하며 크루즈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결국 승리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텍사스 연방 상원 선거는 양당 후보와 외부 단체들이 거액을 쏟아부으며 치열하게 펼쳐졌다. 특히 민주당 상원 선거 위원회는 알레드와의 공동 광고에 최소 1,3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2018년 베토 오루크가 크루즈에게 2.6%포인트 차이로 패했던 성과에 힘입어 승리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텍사스 정치 지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인계 후보 아쉬운 결과
북텍사스 한인사회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전영주 공화당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그는 한인으로는 최초로 텍사스 주 하원 115 지역구 선거에 출마했으며, 민주당의 카산드라 에르난데스(Cassandra Hernandez) 후보와 경쟁을 펼쳤다.
지난 6일 기준 98% 개표 결과 전 후보는 31,265표로 45.87%를, 민주당의 에르난데스 후보는 36,894 표로 54.13%를 획득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5,629표 차이였는데, 고무적인 것이라면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표차는 1만여 표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주하원 115지역구는 지난 2018년부터 민주당이 계속해서 승리해 왔다.
전 후보는 “한인계로서, 그리고 소수계로서 더 많은 목소리가 주류 정치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선거 캠페인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북텍사스 한인사회에 감사를 전했다.
또한 텍사스 항소 법원 제9지구에 출마한 한인계 민주당 티나 유 클린턴(Tina Clinton)판사도 49.87%의 득표율로 50.13%를 얻은 공화당의 매튜 콜로도스키(Mattew J. Kolodoski)에 3773표 차로 아쉽게 패했다.
한편, 두 후보 모두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번 선거는 북텍사스 한인 사회가 지역 사회에서 점차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주류 정치 무대에 진출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북텍사스 한인 사회는 소수계로서 정치력을 신장시키며 지역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며 한인 사회가 앞으로도 주류 정치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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