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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방패’, 한인업체에 되레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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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관세정책으로 중국업체들 수출가 조작, 덤핑 공세 … 유통 생태계 구조적 혼란 야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추진 중인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산업 보호라는 명분과는 달리, 국내 유통업계에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Temu) 등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면서, 한인 기업을 포함한 정식 수입업체들이 전례 없는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세 강화”로 돌아온 트럼프 … 다시 꺼내든 ‘무역전쟁의 칼’
2025년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서 추진했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30%의 고율 관세를 8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지난 12일 공식 발표했다.
이미 캐나다(35%), 일본·한국(25%), 브라질(50%)에도 유사한 고율 관세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를 “미국 산업의 독립을 위한 Liberation Day 정책의 연장선”이라며 강력히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에 대해서도 “50일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무역하는 제3국에도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관세를 외교·군사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기존의 경제 보호 목적을 넘어선 다층적 외교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살리겠다는 ‘관세의 칼’… 정작 베이는 건 미국 유통업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세금은 0%”라며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24년 기준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3,0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직접적 해법으로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관세 인상은 수입업체들의 원가 급등으로 이어지며, 이는 제품 가격 인상 → 소비 위축 → 매출 하락이라는 고리를 만들어낸다. 더구나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산업 구조에서 단순히 “해외 제품을 막으면 미국 산업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중국 업체의 역공 … 온라인 직판으로‘무관세 역수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직접 진출’ 방식의 전환이다.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 유통망을 통한 수출이 어려워지자, 중국의 중소 생산업체들은 발 빠르게 전략을 수정했다.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Temu)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해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direct-to-consumer)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들은 유통을 위한 유령 회사를 설립해 수입가를 기존의 수입업체 납품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신고해 관세를 낮춘 후,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에 비싼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므로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중국이 내 물건을 대신 팔고 있다”… 미국 수입업체의 절규
미국 내 정식 수입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뷰티, 생활가전, 의류 등 소비재 유통업체들은 관세+물류비+환율 상승으로 인해 도저히 온라인 플랫폼의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 한인 기업가 A씨는 “10% 관세 시에는 통관업체가 대행하고 후불 처리했지만, 30%가 되자 관세청이 일방적으로 회사 계좌에서 세금을 자동 인출하고 있다”며 “한 번에 100만 달러이상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율 관세로 인해 수입량을 줄이자, 그동안 OEM 생산을 맡겼던 중국 공장이 유령유통회사를 세운 뒤 글로벌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저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공장을 거느린 경쟁자와 싸우는 셈인데 도저히 해볼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피해 사례는 멕시코에서 오랜 기간 모자 수입업을 해온 한인 R 씨에게서도 확인된다. 그는 “중국 업체에 발주량을 줄였더니 그들이 곧장 멕시코 내 대행업체를 세워 내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금 덕분에 실질적 손해 없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의 역설 … ‘보호관세’가 만들어낸 자국 산업의 붕괴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수입이 줄었다’는 차원을 넘어 미국 내 유통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고율 관세로 보호하고자 했던 미국 산업이, 오히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에 의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는 표면적으로는 저렴한 해외 직구 상품에 만족할 수 있지만, 품질 검증 부재, 애프터서비스 미비, 지속적인 정식 유통의 소멸이라는 장기적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관세 전략이 단기적 정치 효과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 몰락과 글로벌 공급망 왜곡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디미*미스 조항을 악용한 관세 회피 구조에 대해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견제’와 ‘산업 보호’ 사이에서 … 무엇이 해법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 지재권 보호, 제조업 부활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피드백을 외면한 일방적 고율 관세 정책은 오히려 자국 산업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를 넘어선 실질적 정책 조율이다.
온라인 플랫폼 내 수입 제품 통관 강화, 중소 수입업체 대상 세제·금융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균형 잡힌 전략이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나온 ‘관세의 방패’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을 지키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플랫폼 역공에 무너지는 유통 구조, 붕괴 위기의 중소 수입업체, 소비자의 선택지 왜곡, 정부의 세수 손실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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