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문화산책_시인의 작은 窓] 조카를 사랑한다는 스크루테이프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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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고
“詩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의사 시인과 젊은 음악인이 서로를 배려하는 따듯한 책. 마종기와 루시드폴의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의 편지글을 읽은 직후였다. 모임의 8번째 책을 준비하려고 목록을 보다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눈에 띄었다.
편지라는 말에 꽂힌 거였다. 그런데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중생하기 전에 ‘환자’였던 우리가 ‘악마의 원수인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살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을 악마 따위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비틀어야 환자를 먹잇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악마들의 전략을 미리 읽은 후 오디오 가족들과 함께 읽고 싶었다.
‘악마들의 아버지’는 피조물인 주제에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 반역했다고 성경은 그들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 (이사야 12:12-14) “인류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오류는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과 악마를 믿되 불건전한 관심을 지나치게 많이 쏟는 것이라고 했다. 악마는 이 오류 둘 다 똑같이 기뻐하며, 유물론자와 마술사를 가리지 않고 열렬히 환영한다”라고 했다. “성경 말씀에 승복하지 않는 악마를 퇴치하려면, 비웃고 업신여기는 것이 상책이다. 악마는 경멸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마르틴 루터)
친구인 “J. R. R. 톨킨에게”라고 쓴 것이 먼저 눈에 띈다. “루이스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신앙을 버리고 완고한 무신론자가 되었다. 톨킨과 다른 친구들의 영향으로 30세 때 회심 후 1963년 소천할 때까지 치밀하고도 논리적인 변증과 명료하고 문학적인 문체로 뛰어난 저작을 남겼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는 친구였고 둘 다 옥스퍼드대 교수였다. (위키백과 참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유물론자였던 ‘환자’가 악마들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리스도를 만나고 중생하게 되는 서른한 편의 편지글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와중에 가디언지에 게재되었다. “폭탄의 굉음, 무너지는 집들, 입술과 허파로 스며드는 고성능 폭약의 맛과 냄새, 지칠 대로 지쳐 화끈거리는 발,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심장” 오디오북클럽에서 책을 마무리할 즈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이 터졌다. 우리도 육이오를 겪었기에 악마가 전쟁 중에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소음의 영토로 남아 있는, 소음 왕국” “지옥 보좌”의 먹잇감으로 탐내는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악마가 거짓말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로 성경(요8:44)을 상기시키며 시작된다. 편지의 서두와 말미마다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너를 아끼는 삼촌”이라 했다. 삼촌이 세세하게 가르쳤음에도 ‘다 잡은 영혼’ 하나를 놓쳐버리는 웜우드. “지옥의 정의란 순수하게 현실주의적인 것 … 그러니 우리한테 먹이를 도로 가져와. 아니면 네가 먹이가 되든지.” 거짓말쟁이 악마 삼촌이 ‘너무나 사랑하는 조카’를 더더욱 게걸스럽게 잡아 드시겠다는 끔찍한 표현이다.
22번째 편지는 악마보고서에 이름조차 없는 순결 순진한 진짜 그리스도인과 사랑에 빠진 환자 때문에 흥분한다. “음악과 침묵이라니, 둘 다 싫다! 우리 아버지께서 지옥에 입성한 이래 지옥 공간 중 단 한 치, 지옥 시간 단 한 순간도 그 끔찍한 세력에 내 주지 않은 채 오직 소음의 영토로 남아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 소음. 그 장엄한 역동성. 의기양양하고 무자비하며 사내다운 모든 것들의 청각적인 표현, 천국의 선율과 침묵은 결국 소음에 뒤덮이고 말리라” 결국 “지네의 형상”이 되고 비서인 토드파이프에게 받아쓰게 하면서 밀턴과 버나드 쇼를 평하는 작가의 기지(奇智)와 재치가 놀랍다.
저자는 악마다운 불쾌한 느낌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고 했는데 “지옥 심연숭고부 차관, TE, BS, 기타 등등이신, 스크루테이프 각하”라는 직함 설정 또한 대단하다.
우리에게는 감사의 조건인 시편 16:11을 악마 관점에서 비틀어 표현한 작가. “원수는 부르조아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그는 세상을 쾌락으로 꽉 채워 놓았다. 자고, 씻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놀고, 기도하고, 일하는 것처럼 자기가 조금도 개의치 않는 가운데 인간들이 하루종일 할 수 있는 것들을 주었다. 그러니 무엇이든 비틀지 않으면 유용하게 써먹을 길이 없는 게야” 이렇게 그리스도를 “원수, 그 작자”. 사람은 “환자, 지옥의 먹잇감, 한갖 짐승, 침대에서 태어난 버러지, 흙과 진창에서 태어난 버러지, 다 잡은 영혼”등 ‘스크루, 나사’처럼 ‘비틀어’ 설정되었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씩 읽어야 했다.
“본질이 부패한 존재 악마는 천사의 반대다. 독재자 사탄은 하나님과 반대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미가엘과 반대된다. 밀턴의 상징 덕분에 지상에 있는 지옥의 유사물로서, 두려움과 탐욕으로만 똘똘 뭉친 관료 사회를 그려 낼 수 있었다.”고 밝힌다. 또한 이 책의 목적은 “악마의 삶을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만큼 쉽게 쓴 책도 없지만, 이 책만큼 즐기지 못하고 쓴 책도 없다. 악마의 마음으로 비트는 일은 오래할 일은 못 된다. 스크루테이프를 통해 말하는 내내 온갖 먼지와 티끌과 갈망과 욕망으로 몰아가야 했고 아름답고 상쾌하고 온화한 것은 흔적도 없이 몰아내다 보니 질식할 지경이 되었다. 책이 더 길어졌다면 독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31편의 편지들! 매 순간 다른 상황으로 도발해 오는 악마들의 간교함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이길 수 없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악마의 유혹에 한치라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조석으로 말씀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며 기도로 재무장하게 만든다. “주께서 생명의 길로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편 16:11)로 위로받으며 또 진솔한 나눔으로 은혜를 더하는 오디오북 멤버들과 늘 책을 보내주시는 G&M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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