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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 대전환 … 한인 사회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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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시민권 심사 강화·대규모 단속, “시민권자와 결혼했는데도…” 추방 위기 맞은 한인 음악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정책 전반을 강경하게 재편하면서, 한인 사회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영주권·시민권 심사 강화, 비자 전수검토, 현장 단속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시민권자와 결혼했는데도 추방 위기”라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타주에서 활동하던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존 신 씨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추방 위기에 놓였다. 그는 시민권자인 아내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 중이었지만, 체포 사유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채 구치소에 수감됐다.
신 씨는 10세 때 미국에 입국해 성장했고, 유타대를 졸업한 뒤 지역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음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DACA 신분을 얻은 뒤 시민권자와 결혼해 신분 조정을 신청했으나,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ICE가 개입한 것이다. 그의 아내 다네 스노우 씨는 “남편에게서 짧은 전화 한 통만 받았을 뿐,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며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유타 솔트레이크 지역 방송에 따르면 콜로라도 오로라 ICE 구치소에 남한출신 ‘John shin”이 구금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강화가 단순한 서류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한인 1.5세, 2세들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 기반 영주권, 더 이상 안전망 아냐
한때 시민권자와의 결혼은 비교적 안정적인 영주권 취득 통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민국(USCIS)은 2025년부터 사기 결혼(fraud marriage)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결혼 기반 이민청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단순한 결혼 증빙 서류만으로는 부족하며, 주관적 의심만으로도 즉시 출두통지서(Notice to Appear)가 발부돼 추방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시민권자가 배우자를 스폰서할 경우 ‘주소지 요건’이 핵심 문제가 된다. 2009년 연방 제9항소법원의 Park v. Holder 판례처럼, 미국 내 주소지와 거주 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영주권 신청 자체가 기각될 수 있다. 즉, 시민권자의 법적 지위만으로는 더 이상 배우자 영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다.
루이스빌에 거주하는 한인 박 모 씨는 시민권자와 결혼해 조건부 영주권을 취득했으나, 정식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거부’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시민권자의 법적 지위만으로 배우자 영주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한다.
“반미적 성향”까지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정책의 틀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USCIS는 최근 모든 이민 신청자—영주권, 취업비자, 시민권 포함—를 대상으로 ‘반미적 성향(anti-Americanism)’과 반유대주의 활동 여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반미적’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직 USCIS 심사관인 에릭 핀치는 “명확한 기준 없이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면, 성실히 절차를 밟는 가정조차 불확실성과 불안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귀화 심사에서는 기존의 범죄 기록 여부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기여(봉사활동·가족 돌봄·취업) 여부,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의심스러운 행위까지 도덕성 평가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사소한 위반이라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충분한 ‘선한 성품(good moral character)’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민권 신청이 거절될 수 있다.
5,500만 비자 소지자 전수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체류 중인 비자 소지자 5,500만 명 전원에 대한 전수검토도 진행 중이다. 기존의 ‘지속적 심사(continuous vetting)’를 대폭 확대한 이 조치는, 법 집행·이민 기록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활동, 비자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한 휴대전화·앱 데이터까지 포함한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국인 트럭 운전사들에 대한 근로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안전과 노동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노동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이민자 배제라고 지적한다.
플로리다, 경찰을 ‘이민 집행관’으로
플로리다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주다. 최근 플로리다 고속도로순찰대는 교통 단속을 불법체류자 색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ICE와 긴밀히 협력한다.
주 경찰관 1,700여 명이 사실상 ‘이민 집행관’으로 지정됐고, 이는 2012년 중단됐던 287(g)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것이다.
올해 3월 이후 3,500건 이상의 구금이 보고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교통 위반 단속이 사실상 인종 프로파일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델이 텍사스로 확산될 경우, 한인 사회 역시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교통 위반으로도 ICE에 인계될 수 있고, 영어가 서툰 이민자들은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는 교회·비즈니스 활동 위축, 노동력 불안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학생 OPT 급증, 그러나 불안한 미래
반면, 외국인 유학생들의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참여는 최근 급증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19만 4,554명의 유학생이 OPT를 통해 미국에서 일했으며, 그중 절반 가까운 9만 5,384명이 STEM 분야에서 활동했다. 이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국제 학생 수는 158만 명에 달했고, 438억 달러 경제 기여, 37만 8,000여 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이민 심사 강화와 비자 전수검토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 역시 캐나다·영국·호주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한 이민 환경, 한인 사회 대응 필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라, 이민자들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조치다. 존 신 씨의 사례처럼 시민권자와 결혼했음에도 추방 위기에 놓일 수 있고 박 모씨의 경우 처럼 결혼으로 받은 조건부 영주권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하며, 단순 교통 단속이 곧 추방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인 사회 역시 정보 공유, 법률 네트워크 구축, 정치적 목소리 강화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민법이 불확실성과 재량 해석으로 기울어질수록, 공동체의 단합과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이민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변화가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자 공동체의 삶과 미국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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