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에 흔들린 한인 이민 가족 이야기 … 달라스 북토크에 수백 명 참석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이 10월 8일 저녁 7시 30분 달라스 청중을 만났다. 신작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쓰며 그가 붙든 질문은 ‘왜 좋은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였다. 학원과 교육을 파고들던 소설은 결국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이 됐다.
달라스 미술관(DMA)이 주최한 이번 북토크는 달라스 제일연합감리교회(First United Methodist Church Dallas)에서 열렸다. 수백 명이 몰려 본당을 가득 메웠다. 사회는 소설가 브렛 앤서니 존스턴 UT 오스틴 미치너 작가센터 소장이 맡았다.
신작은 ‘파친코’ 이후 약 10년 만의 장편이다.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로 삶이 뒤흔들린 고(Koh)씨 가족이 서울을 떠나 남가주에서 새 삶을 일구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소설은 늘 큰 주제에서 출발했다. 데뷔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은 자본주의를, ‘파친코’는 역사를 통해 한국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파친코’를 쓰는 데 30년은 걸렸다는 그의 너스레에 객석이 웃음으로 답했다.
이번 주제는 교육이었다. 작가는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 일본, 호주, 미국 여러 주의 학원을 찾아 부모와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리서치를 하면서 학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부모와 아이들을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필 작업을 할수록 교육 너머의 것이 보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며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지혜의 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 끝에서 마주한 물음이 ‘왜 좋은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였다.
그 물음을 짊어진 인물이 주인공 존(John)이다. 작가는 존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나쁜 사람을 쓰기는 쉽지만, 어떤 시련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인물을 쓰기는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 독자가 받는 책은 17~18번째 원고라고 한다. 모든 장면이 작품의 큰 질문을 향해 쌓이도록 건축하듯 다듬은 결과다. 작가는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작가를 완전히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담 후반부의 화두는 희생이었다. 존스턴 소장은 희생이 이 소설에서 주제를 넘어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식은 또 가족을 위해 저마다 무언가를 내려놓는다.
작가는 지혜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이 답에 이르렀다고 했다.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이들에게 통하는 방법은 서로 기대는 관계와 희생뿐이었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그런 도움 속에 자랐다. 7세에 이민 온 그는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자신을 지켜준 교사들과 책을 건네준 도서관 사서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AI가 절대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희생”이라며 “지극히 인간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쓰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써야만 했던 이유다.
이선지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