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F·J비자 새 체류규정 차단…기존 D/S 유지
최종 폐기는 아니다…항소·본안소송 따라 다시 살아날 가능성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체류기간을 최대 4년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 머물 경우 별도의 연장 승인을 받도록 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새 규정이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국토안보부(DHS)의 새 규정은 미국이 약 50년 동안 유지해온 유학생 체류방식인 ‘신분 유지 기간(Duration of Status·D/S)’ 제도를 고정 체류기간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보스턴 연방법원의 F. 데니스 세일러 판사는 14일 노동조합과 고등교육 관련 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새 규정의 시행을 막는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장 1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새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기존 체계가 유지된다.
한국 유학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당장 새로운 ‘4년 시계’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D/S 체계에서는 F-1 유학생이 학교 등록과 학업 등 학생 신분 요건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경우 입국 때 정해진 특정 날짜까지만 미국에 머물도록 하는 대신 해당 신분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었다.
반면 DHS가 지난 7월 확정한 규정은 F비자 유학생과 J비자 교환방문자에 대해 고정된 체류기간을 부여하고 이를 최대 4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해진 기간을 넘어 학업이나 연구 등을 계속하려면 별도의 체류연장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구조였다.
특히 박사과정이나 장기간 연구 프로그램처럼 4년을 넘기는 학업 과정에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DHS는 새 제도가 유학생 등의 체류 신분을 보다 정기적으로 심사함으로써 비자 프로그램의 부정 사용을 막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종 규정에서도 DHS는 고정된 입국기간과 연장 절차를 통해 비이민자들이 적법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지 보다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일러 판사는 DHS가 제시한 국가안보와 비자 프로그램 사기 방지 등의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책 변경에 따른 문제 제기에 충분히 대응하고 더 부담이 적은 대안을 검토해야 할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160만 명의 F비자 소지자와 50만 명의 J비자 소지자가 있다. 법원은 새 제도가 시행될 경우 대학의 국제학생 등록이 감소하고 주요 대학들이 수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분명 당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소식이지만 ‘4년 체류 제한 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명령은 본안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 현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예비적 조치다. 미 연방법원 안내에 따르면 예비금지명령은 본안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정책 시행 등을 막기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원고가 승소할 경우 영구적 금지명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는 크게 두 갈래의 법적 절차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예비금지명령에 불복해 연방항소법원에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 금지명령의 효력이 중단되면 본안소송이 끝나기 전이라도 새 규정 시행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동시에 보스턴 연방법원에서는 본안소송이 계속된다. 핵심 쟁점은 DHS가 기존 D/S 제도를 고정기간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연방 행정절차법상 요구되는 절차와 합리적인 정책적 근거를 갖췄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일정상 법원은 오는 10월 2일 사건 진행을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논쟁의 끝이 아니라 새 규정을 둘러싼 본격적인 법정 공방의 시작에 가깝다.
본안에서 원고 측이 최종 승소하면 법원이 새 규정을 무효화하거나 영구적으로 시행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승소하거나 상급법원이 현재의 금지명령을 뒤집는다면 고정 체류기간 제도가 다시 시행될 여지도 있다.
DHS가 법원의 지적을 반영해 절차적 문제를 보완한 새로운 규정을 다시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F-1 신분으로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간단하다. 1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새로운 고정 체류기간 제도는 현재 시행되지 않으며 기존 D/S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 결정은 아니다. 앞으로 연방항소법원의 판단과 보스턴 연방법원의 본안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제도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학생과 대학들은 후속 법원 결정과 DHS 발표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법원 결정은 미국 대학들도 주목하고 있다. 세일러 판사는 기존 D/S 제도가 수십 년간 외국 학생과 연구자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과학·의학·기술 연구와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소송은 단순히 유학생이 미국에 몇 년 머물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미국 정부가 외국인 학생의 체류를 얼마나 자주 심사할 것인지, 대학의 글로벌 인재 유치와 국가안보·이민관리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광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