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빙 이민국 사무실서 변호사 사무장과 함께 면접관 인터뷰 중 ICE 난입
불법체류 이유 ‘궐석 추방 명령’ … 양씨 가족은 어떤 법원 통지서도 못받아

루이스빌에 거주하는 한인 남성 양 모씨가 결혼 영주권 인터뷰를 받던 중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돼 구금됐다. 이민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추방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는 게 ICE 측 설명이지만, 가족은 재판이 열린다는 통지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영주권 인터뷰장에 들이닥친 ICE
루이스빌에서 골프 강사로 일하는 양씨는 지난 9월 8일 변호사 사무장과 함께 어빙 소재 미 이민서비스국(USCIS) 사무실을 찾았다. 결혼을 기반으로 한 영주권 신청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대면 인터뷰를 받기 위해서였다.
아내 오씨에 따르면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던 중 ICE 요원 2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남편을 체포했다. 합법적 신분 취득을 눈앞에 뒀다고 여겼던 자리가 순식간에 체포 현장으로 바뀐 셈이다.
요원들은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구두로만 추방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들었다고 오씨는 전했다. 영어가 서툰 남편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한 채 끌려갔다고 오씨는 덧붙였다.
양씨는 현재 포트워스에서 남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앨버라도의 프레리랜드 구금센터(Prairieland Detention Center)에 수감돼 있다.
■ ICE “8월 31일 궐석 추방명령”…가족 “통지 받은 적 없어”
ICE는 양씨가 이민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지난 8월 31일 자로 추방명령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민판사가 내리는 이 같은 결정을 ‘궐석 추방명령(In Absentia Removal Order)’이라고 부른다.
양씨는 오씨와 결혼하기 전 불법체류 신분이었으나, 결혼 뒤 정식 절차를 거쳐 영주권을 신청해 왔다.
오씨가 체포 직후 통화한 구금시설 관계자는 통지를 대면(in person)으로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씨는 “이메일이든 우편이든, 전화든 직접 방문이든 통지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체포 현장의 ICE 요원들 역시 구두로 추방명령 불이행만 언급했을 뿐, 대면 통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오씨는 전했다. 통지 방식을 둘러싼 당국의 설명이 시점마다 엇갈리는 셈이다.
양씨의 외국인등록번호(A-Number)로 이민법원 전산망을 조회한 결과 추방명령일은 8월 31일, 항소 기한은 10월 1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전에 법원 출석 명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는 가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핵심 쟁점은 ‘통지 여부’
이번 사건의 향방은 양씨가 재판 통지를 실제로 받았는지에 달려 있다. 연방 이민국적법(INA)은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기간 제한 없이 궐석 추방명령 취소를 신청(Motion to Reopen)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이민판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추방 집행은 정지된다.
다만 재판 통지서가 이민당국에 등록된 주소로 발송됐는지, 이사 후 주소 변경 신고를 했는지 등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이민 전문 변호사의 검토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자진 출국 후 재입국 검토
가족은 기존 변호사와 별도로 새 변호사를 이미 선임했으며 14일 정식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비 상담에서는 남편이 자진 출국(Voluntary Departure)으로 한국에 돌아간 뒤, 입국 금지 면제(waiver)를 신청해 재입국을 추진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고 오씨는 전했다.
오씨는 남편과 하루 2~3차례 통화하고 있지만 구금시설로 직접 전화를 걸 수는 없다고 했다. 영치금은 한 번에 최대 50달러까지 넣을 수 있는데, 대부분 통화 비용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시설 내 식사와 위생 여건도 열악하다고 오씨는 전했다.
주휴스턴총영사관 달라스출장소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오씨는 “영사관 직원이 연락해 ICE 측에 확인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전국서 잇따르는 ‘인터뷰장 체포’
영주권 인터뷰 도중 체포되는 사례는 양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USCIS 사무소에서 시민권자 배우자를 둔 신청자들이 인터뷰 직후 연행된 사례가 처음 알려진 뒤, 뉴욕과 클리블랜드 등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LA 다운타운 USCIS 사무소에서 30대 한인 남성이 결혼 영주권 인터뷰 도중 체포됐고, 올해 6월에는 LA 인근 가디나에 거주하는 70대 한인 여성이 인터뷰 중 체포돼 두 달 넘게 구금시설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USCIS가 인터뷰 종료 무렵 신청자 정보를 ICE에 넘기도록 하는 내부 지침을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행정 당국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게 아니라 법원이 이미 내린 추방명령을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과거에도 이런 체포 가능성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집행 강도가 눈에 띄게 세졌다고 지적한다.
■ 남편이 수감된 구금센터는
양씨가 수감된 프레리랜드 구금센터는 ICE와 계약을 맺은 민간 교정업체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포트워스 지역구의 마크 비시(Marc Veasey) 연방 하원의원은 올해 4월 이 시설을 직접 방문해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비시 의원은 당시 일부 수감자가 가족과 연락하거나 자신의 추방 절차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인 동포 사회는 이번 사건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씨는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달라스 달라스출장 태재석영사”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유광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