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10일, 정부 주요 인사·당 지도부 달라스에 총집결
화려한 무대 뒤 빈 좌석·불참 후보 … 트럼프 공약 실현 미지수

미국 정치사에서 처음 시도된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당대회’가 텍사스 달라스에서 열렸다.
공화당은 9일과 10일 이틀간 달라스 다운타운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AAC)에 전국의 당 지도부와 연방·주 단위 선출직 인사, 당원과 후원자들을 불러 모았다.
미국의 전국 정당 전당대회는 통상 4년마다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기 위해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 선거가 없는 중간선거 해에 전국 규모의 전당대회를 별도로 개최한 것은 공화당 역사상 처음이다. 더욱이 그 무대가 워싱턴 D.C. 나 전통적인 경합주가 아닌 달라스였다는 점에서 북텍사스 지역의 관심도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행사 개최 계획을 발표하면서 9월 9일과 10일 “달라스가 정치 무대 중심에 설 것”이라고 밝혔었다.
공화당은 실제 이번 행사를 통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의 정책 성과를 알리고 전국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선거자금 모금과 주요 후보 지원에 나섰다.
◈ 대선 후보 없는 ‘전당대회’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 후보를 뽑지 않는 전당대회라는 점이다.
통상 민주·공화 양당의 전국 전당대회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름에 열린다. 각 주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고 정강·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핵심 절차다.
그러나 달라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이 같은 공식 후보 지명이나 주요 당무 의결 절차가 없었다. 대신 대규모 정치집회와 선거 유세, 모금행사의 성격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로이터는 이번 전당대회를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위해 처음 마련한 전국 단위 행사로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의 중심에 서서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행사 비용은 4,000만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는 공화당 주요 정치인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랐다. 연사들은 감세와 이민, 국경안보, 치안, 에너지 정책 등을 강조하면서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를 호소했다.
◈ 달라스가 선택된 이유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 개최지로 달라스가 선택된 데에는 텍사스가 갖는 정치적 비중도 작용했다.
텍사스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 가운데 하나이며 전국적인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동시에 올해 텍사스에서는 켄 팩스턴 법무장관과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맞붙는 연방상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첫날 밤 연설에서 팩스턴을 가장 먼저 언급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직접 텍사스를 다시 찾아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텍사스 주민들에게는 평소 전국 뉴스 화면에서 접하던 대통령과 부통령, 연방의원, 장관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지역 경기장에 모였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 행사장 전체가 ‘트럼프’
전당대회장은 행사 성격만큼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내부에는 트럼프의 대형 사진과 각종 홍보물이 설치됐고 참석자들의 티셔츠와 출입증에도 대통령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경기장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트럼프를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사 전체가 대통령 중심으로 구성됐다.
첫날 행사의 마지막 연사 역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약 2시간에 걸친 연설에서 경제와 이민, 이란전쟁, 공화당 후보 지원 등 다양한 현안을 언급했다. 특히 중간선거에는 자신의 이름이 직접 투표용지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한 듯 지지자들에게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이번 전당대회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가 아닌데도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전국 선거운동의 중심에 서면서, 공화당은 11월 선거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성과와 연결시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 첫날 최대 화제는 ‘5,000달러’
전당대회 자체가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 가운데 첫날 가장 큰 화제가 된 발언은 트럼프의 ‘5,000달러 지급’ 구상이었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11월 선거에서 하원과 상원 다수당을 모두 유지할 경우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에 빗대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명명하고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지급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실제 시행에는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하며 전체 지급액은 1조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대상과 재원, 지급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고 JD 밴스 부통령은 이후 고소득층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과 관세 수입 활용 방안을 언급했다.
◈ 이란전쟁과 생활비도 주요 쟁점
전당대회에는 11월 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과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이란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은 첫날 경제 관련 발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을 옹호하면서 유가가 중간선거 이후에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공화당 연사들은 감세 정책과 국경안보, 이민정책 등 현 정부의 성과를 강조했다.
역사적인 첫 행사였지만 예상 밖의 장면도 있었다.
트럼프 연설 당시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상층부 일부에는 빈 좌석이 눈에 띄었으며 일부 구역에는 한 줄 전체가 비어 있기도 했다.
트럼프 역시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관중 규모를 언급했다. 그는 경기장이 가득 찼다고 강조하며 언론이 참석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을 촬영해 빈 좌석으로 보도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입장권 판매 과정도 관심을 끌었다.
공화당전국위원회는 초기 각 주 공화당 조직을 통해 입장권을 배분했고 텍사스 공화당은 호텔 숙박과 각종 혜택이 포함된 최대 2만달러 규모의 참가 패키지를 판매했다. 이후 가격을 낮췄으며 행사일이 가까워지자 달라스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입장권도 제공됐다.
◈ 수업 빠지고 찾아온 16세 학생들
전당대회장은 정치인과 당원들만의 공간도 아니었다.
콜린카운티 와일리 이스트 고등학교의 16세 학생들이 학교 수업 대신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달라스까지 이동했으며 학교 내 보수 성향 학생단체에서 활동해온 학생들이었다. 주최 측은 당 활동에 참여해온 이들에게 무료 입장권을 제공했다.
아직 투표권조차 없는 청소년들이 전국 정치행사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11월 중간선거를 넘어 장기적인 지지층 조직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이들은 2028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
◈ 달라스에서 시작된 새로운 정치 실험
이번 전당대회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대형 정치행사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가 없는 해에도 전국 전당대회를 열어 현직 대통령과 당 지도부, 주요 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새로운 형태의 중간선거 캠페인이 처음 시도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달라스에서 이틀 동안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책 성과를 집중적으로 알리고 전국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동시에 선거자금과 후보 지원을 연결했다.
한편 일부 접전지역 공화당 후보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점은 전국 단위의 트럼프 중심 전략과 각 지역 후보들의 선거 전략이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는 점도 보여줬다. 로이터는 일부 후보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 선거운동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둘째 날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주요 연사로 나서며 이틀간의 일정이 이어졌다.
미국 경제의 중심이 텍사스, 특별히 북텍사스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달라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간선거 전당대회가 개최됐다.
11월 선거를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을 비롯 공화당 지도부와 주요 정치인들이 북텍사스 한복판에 집결하면서 달라스는 이틀 동안 미국 중간선거 정국의 중심 무대가 됐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