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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생각 없고 현기증 나는(hoity-toity) … “마스크가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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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20-03-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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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했던 ‘흥보가 기가 막혀’ 라는 노래가 있었다. ‘아, 헤아라 품파라…’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다 옮길 수는 없지만, 반사회적 악덕 인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놀부’의 패악질에 늘 당하기만 하는 흥부의 기막힌 넋두리 풍자였기에, 당시 가히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가요였다. 군데군데의 두어 소절만 옮겨보면 이렇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나. 해지는 겨울들녘 스며드는 바람에 초라한 내 몸 하나 둘 곳 어데요. 아, 이제 난 어디로 가나…흥보가 기가 막혀. 흥보가 기가 막혀”

… 이걸 잠시 현대판으로 오버랩 하면 <아니, 아니오. 이제 어디 가서 코로나를 피하나요. 마스크가 기가 막혀>다.





참고 문헌에 따르면, 흥보가에 나오는 <놀보심술>에 등장하는 심술의 종류는 대충 예순여덟 가지라고 한다. 동편제, 서편제 등에 이어 신재효본의 ‘박타령’에 등장하는 판소리 중 <놀부 심술>의 종합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민속적 금기에 대한 심술(대장군방 벌목하고), ② 병자에 대한 심술(중풍환자 자빠뜨리기) ③ 장애인에 대한 심술(앉은뱅이 턱 차기) ④여인에 대한 심술(애 밴 부인은 배통 차고) ⑤ 어린이에 대한 심술(우는 아기는 집어 뜯고) ⑥ 노인에 대한 심술(존장(尊長) 보면 막말하기) ⑦ 혼사나 성생활에 대한 심술(다 된 혼인 바람 넣고) ⑧ 상제례에 대한 심술(제주 병에다 가래침 뱉고) ⑨ 농작물에 대한 심술(애호박에다 말뚝 박고) ⑩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심술(새 망건 편자 끊고) 등이다. 결국 놀부의 심술은 당대의 민속과 관습, 도덕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혹자(或者)들은 놀부 심술의 궁극적 목적은 경제적 이익 추구로 해석하며, 봉건 윤리를 분해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어느 정도 진보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놀부가 경영형 부농으로써 조선 후기에 사회적 강자의 면을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질투와 열등감과 우직한 고집과 근시안적 욕망에 사로잡혀 만만한 불특정 다수에게 적개심을 품고 유아독존의 세계관에 몰입한 반사회적 인물의 전형으로써, 당시의 유교적 윤리 규범에 의하면 반도덕적·반사회적 인물이기에 징벌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유여하, 백 번을 양보해도 놀부의 심술은 언제 어디서나 있을 법한 반사회적인 전형적 모습을 닮은 후자의 경우가 맞다. 왜냐면 어느 시대 어떤 인물이건 사회적 상식 규범에 빗나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비판 받고 퇴출되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며칠 전 이곳에서 어렵게 구해서 보낸 마스크를 받은 한 지인이 이런 카톡을 보냈다. “보내준 마스크 소포를 뜯고 안부 편지를 읽으며, 그때 훅 끼쳐오던 사람 냄새는 슬픔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도 옛날의 그 냄새를 기억하는 것이지요. 후각 이상의 작용을 하는 좋은 사람의 좋은 냄새, 가까운 이의 냄새는 그래서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하고





부족한 마스크를 농협, 우체국 등 공공망을 통해 차질 없이 350만개씩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전 가족이 새벽부터 두세 시간씩 줄을 선다고 한다. 그리고 5부제 실시하고는 그깟 마스크 몇 장 사려고 주민등록 등본까지 떼어야 하는 희한한 세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예방수칙에 외출을 자제하라고, 다중이 모인 곳을 피하라 해놓고는 좁은 곳에 수백 명씩 몰려 난리 복대기를 치게 만든다.

최고의 배송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유통 회사들을 놔두고 정부와 공기관이 직접 보급하겠다며 보여준 코미디다. 한국 정부관료들의 수준이라니… 말로만 5G 시대를 외치고 있다. 그 난리통에도 3월10일 0시 기준 한국내 총 확진자는 7513명으로, 사망자는 60명으로 늘었다.





현 시점, 대한민국 집권층의 ‘중국발 우한(武漢)폐렴’ 관련한 마스크 대란 현상을 지켜보면 마치 누군가가 <놀부> 가면을 쓰고 일부러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이는 병 자체 때문이 아니다. 방역체계의 허술함에 정말 화가 날 뿐이다. 이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자 도생해야 한다. 손 잘 씻고 당분간 각종 모임 삼가 하고 스스로 위생관리 하는 도리 밖엔 방법이 없다. 며칠 전 어떤 일간지가 뽑아낸 한 기사의 제목처럼 정말 <마스크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혹 미국말로는 뭐가 적절하까 찾아보니 ‘기가 막힌다’는 표현으로 hoity-toity(생각 없고 현기증 나는)가 있었다. 정말 생각 없고 현기증 나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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